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인가 — 생애 전체로 본 균형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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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BEV, 배터리 전기차)에 배기구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숫자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문제는 '달릴 때'만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버려지는 날까지 — 차 한 대의 생애 전체를 놓고 봐야 비로소 윤곽이 드러난다. LCA(전 생애 주기 평가, Life Cycle Assessment). 제조부터 폐기까지 배출되는 모든 온실가스를 합산하는 방법론으로 보면, 전기차가 '언제나 유리'하지는 않다. 동시에 '특정 조건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 '조건'의 이름이 바로 전력 믹스다.

왜 이 질문이 이토록 복잡한가

자동차 한 대의 탄소 발자국은 세 단계로 나뉜다.

만드는 단계. 강철·알루미늄·유리를 녹이고 성형하는 과정, 그리고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공정. 여기서 이미 상당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달리는 단계. 휘발유차는 주유소에서 연료를 태운다. 전기차(BEV)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한다. '어떤 발전소냐'에 따라 전기차의 탄소 발자국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버리는 단계. 고철 처리, 오일·냉각수 폐기, 그리고 전기차에서 특히 중요한 배터리 재활용 문제.

국제 청정교통위원회(ICCT, 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의 2025년 최신 분석에 따르면, 유럽 기준 중형 배터리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가솔린차보다 약 40%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1] 배터리 생산이 주원인이다. 문제는 그 핸디캡이 어느 시점에 역전되느냐다.

제조 단계 — 배터리가 진 빚

2023년 유럽에서 판매된 중형 BEV의 평균 배터리 용량은 53.4 kWh였다. ICCT 2025 추계에 따르면 이 배터리 한 팩을 만들 때 약 3.9 t CO₂e(이산화탄소 환산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1] 2018년만 해도 같은 추정치는 8~12 t에 달했다.[2] EU의 배터리 규정과 제조 공정 탈탄소화가 맞물려 불과 7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럼에도 같은 차급의 가솔린차 대비 제조 단계 탄소 부담은 여전히 약 40% 높다.[1] 이 초과분을 주행 중 아낀 탄소로 갚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ICCT 2025는 약 17,000 km이라고 계산한다(EU 기준).[1] 유럽 연평균 주행거리를 고려하면 대략 1~2년이다. 이 기점을 지나면 전기차의 생애 탄소 수지는 역전된다. 유럽 기준으로 중형 BEV 한 대의 생애 전체 탄소는 63 g CO₂e/km이고, 가솔린 내연기관차(ICEV)는 235 g CO₂e/km다.[1] 25만 km를 달렸을 때 전기차가 약 73% 낮다.

단, 이 수치의 전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준은 'EU 2025~2044년 평균 전력 믹스'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이 전제에 내장되어 있다. 재생에너지 100% 전력으로 충전한다면 BEV의 생애 탄소는 52 g CO₂e/km으로 더 내려가 내연기관차 대비 78% 낮아진다.[1]

전력 믹스 — 어디서 충전하느냐가 전부를 바꾼다

전기차의 주행 단계 탄소는 한 가지 등식으로 요약된다.

전기차 배출량 = 전력 배출 강도(g CO₂/kWh) × 전력 소비량

같은 차, 같은 운전자, 같은 거리를 달려도 어느 나라 그리드에서 충전하느냐에 따라 탄소 성적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전 경영연구원이 2024년 블룸버그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국가별 생애 탄소 절감률은 다음과 같다.[4]

| 국가 | 전기차 생애 배출 (내연기관차 대비) | |—|—| | 영국 | 71% 낮음 | | 미국 | 59% 낮음 | | 독일 | 56% 낮음 | | 일본 | 31% 낮음 | | 중국 | 21% 낮음 |

기준: 2023년 판매 차량, 25만 km 주행, 해당연도 전력 믹스 적용. 출처: 한전 경영연구원·블룸버그NEF 2024. 단, ICCT 2021 기준 중국은 37~45% 절감으로 나타나며, 이는 기준연도(2021 vs 2023) 및 출처 방법론 차이에 따른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수치가 낮은 건 석탄 비중과 직결된다.

한국은 어디쯤인가. 2023년 국내 전력 배출계수는 0.4173 tCO₂eq/MWh(417.3 g CO₂e/kWh)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표한 값이다.[6] 발전원 비중은 원자력 31%, 석탄 31%, LNG(액화천연가스) 27%, 신재생 10%였다.[7] 석탄과 LNG를 합산하면 약 58%를 화석연료가 담당한다.

이 배출계수는 EU 평균(약 242 g CO₂e/kWh, EEA 2023 기준)보다 높고, 유사한 전력 믹스 구성으로 보면 일본(31% 절감)과 중국(21% 절감) 사이 어딘가에 놓인다. 국내 전기차 생애 탄소 절감률을 '약 40~50%'로 추정하는 시각이 있으나, 이는 공식 LCA 연구로 직접 확인된 수치가 아니라 유사 전력 믹스 국가 비교에 근거한 추정치임을 명시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7년 국내 분석(WTW, 연료공급~주행 단계 기준)에서는 전기차 주행 배출량이 107.9 g CO₂e/km, 휘발유차는 202.4 g CO₂e/km로 약 47% 낮게 나왔다.[8] 단, 이 수치는 2017년 발전 믹스 기준이고 제조·폐기 단계를 포함하지 않는 WTW 평가다.

시각을 조금 넓히면 희망의 변수가 보인다. 2030년으로 가면 전력망은 지금과 달라진다. Climate Transparency 2022 보고서는 한국이 고야심 시나리오에서 2022~2035년 전력 배출 강도를 65%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9] 그리드가 깨끗해질수록 지금 구입한 전기차의 생애 탄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줄어든다.

배터리 재활용 — 아직 풀리지 않은 방정식

EV 배터리는 연평균 약 2.3%씩 성능이 저하되며, 차량용으로는 보통 8~10년이 1차 수명이다.[10] 차량에서 빠진 배터리는 폐기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로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다. 재사용 비율을 50%로 가정하면, 이 잠재 용량은 2030년 96 GWh에서 2050년 1만 2,000 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11]

ICCT 2023 분석에 따르면 효율적 재활용이 확대될 경우 2030년에는 리튬·코발트·니켈·망간 신규 채굴 수요를 3% 줄이고, 2050년에는 28%까지 줄일 수 있다.[12]

그러나 지금 당장의 현실은 다르다. 전 세계 폐기 EV 배터리 중 재활용 업체로 유입되는 비율은 현재 약 50% 수준이다.[13] 2030년까지 160만 t 이상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14], 재활용 인프라가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적절하게 처리된 배터리는 카드뮴·납 등 유해물질이 토양과 수계로 침출될 수 있다.[15] 배터리 재활용은 '이미 된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의 영역에 있다.

대기질 — 배기구가 없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한계

전기차가 주행 중 배기가스를 전혀 내놓지 않는다는 점은 도심 대기질에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초미세먼지(PM2.5, 입자 지름 2.5㎛ 이하의 미세먼지) — 이 오염물질들이 차량 배기구에서 나오지 않는다.[16]

그러나 비배기 오염의 논의는 다르다. 전기차는 배터리로 인해 동급 가솔린차보다 차체 중량이 약 30% 무거운 경우가 많다.[17] 무게가 늘면 타이어 마모가 증가한다. 반면 회생 제동(감속 에너지를 전기로 회수하는 방식) 덕분에 브레이크 마모 입자는 오히려 적다.

2022년 실험 연구에서는 브레이크 패드 종류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비석면 유기 패드 사용 시 전기차의 PM10(지름 10㎛ 이하 입자) 배출이 10~17% 많았지만, 저금속 패드 사용 시에는 전기차가 34% 적었다.[18] 유럽은 2026년부터 시행되는 유로7(Euro 7) 규정에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입자 등 비배기가스(Non-Exhaust Emissions)를 포함시켰다.[19]

Science Feedback의 2024년 검증은 이렇게 정리한다. "전기차는 타이어 오염에서는 다소 높을 수 있으나, 배기 오염 등 다른 오염원에서는 훨씬 낮다. 전체적으로 현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대기질 개선에 유리하다."[16]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복잡함이다.

LCA 방법론의 한계 — 숫자가 달라지는 이유

같은 주제를 다른 연구가 다른 숫자로 말할 때 독자는 혼란스러워진다. 그 혼란의 근원은 방법론의 차이다.

차량 수명을 15년으로 보느냐 20년으로 보느냐, 주행 거리를 15만 km로 잡느냐 25만 km로 잡느냐, 앞으로의 전력 믹스를 어떻게 예측하느냐, 배터리 재활용을 어느 수준으로 가정하느냐 — 이 변수들이 달라지면 결과도 크게 달라진다. 서울대 연구(2021)에서는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특정 전기차 모델이 국산 소형 가솔린차보다 LCA 기준 온실가스 배출이 높게 나온 사례도 있었다.[20]

ICCT는 현시점에서 LCA 기반 규제화보다 배기구 기준 규제와 전력망 탈탄소화의 조합이 더 실효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1]

독자가 언론이나 광고에서 "전기차가 X% 친환경"이라는 문장을 만날 때, 그 뒤에 숨은 조건표를 확인해야 한다. 기준연도, 전력 믹스 가정, 차량 수명 가정을 확인하지 않고 LCA 숫자 하나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절반만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답은 차종에 있지 않다. 그리드에 있다

전기차냐 휘발유차냐를 묻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이 연결된 전력망이 얼마나 깨끗한가. 그 답이 전기차의 탄소 성적표를 결정한다.

EU에서 전기차는 73%의 탄소를 아낀다. 일본에서는 31%, 중국에서는 21%다. 같은 차, 다른 땅. 한국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정확한 위치는 아직 공식 LCA 연구로 확인되지 않았다.

배터리 재활용은 아직 절반의 성공이다. 대기질 개선은 배기구에서는 분명하지만, 타이어에서는 복잡하다. 제조 단계의 탄소 핸디캡은 EU 기준 약 2년 안에 갚히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더 걸린다.

이 모든 조건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전력망은 바뀐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개선된다. 지금 사는 차가 10년 후에는 더 깨끗한 전기로 달리게 될 수도 있다. 전기차의 탄소 성적표는 전력망과 함께 움직이는 살아있는 숫자다.

출처

[1] ICCT / "Life-cycle greenhouse gas emissions from passenger cars in the EU: A 2025 update" / 2025년 7월 / https://theicct.org/publication/electric-cars-life-cycle-analysis-emissions-europe-jul25/

[2] ICCT / "Effects of battery manufacturing on electric vehicle life-cycle GHG emissions" / 2018 / https://theicct.org/wp-content/uploads/2021/06/EV-life-cycle-GHG_ICCT-Briefing_09022018_vF.pdf

[3] IEA / "Global EV Outlook 2024 — Outlook for emissions reductions" / 2024 / https://www.iea.org/reports/global-ev-outlook-2024/outlook-for-emissions-reductions

[4] 한전 경영연구원·에너지경제신문 / "전기차 전주기 온실가스 감축 효과 및 전망" (블룸버그NEF 기반) / 2024-05-18 / https://m.ekn.kr/view.php?key=20240517025528751

[5] ICCT / "A global comparison of the life-cycle greenhouse gas emissions of combustion engine and electric passenger cars" / 2021년 7월 / https://theicct.org/publication/a-global-comparison-of-the-life-cycle-greenhouse-gas-emissions-of-combustion-engine-and-electric-passenger-cars/

[6] 기후에너지환경부 / 2023년 전력배출계수 공표 / 2024 / https://me.go.kr/home/web/board/read.do?boardId=1829260

[7]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2017-2023 한국 발전원별 발전량 변화 / https://www.kier.re.kr/tpp/tppBoard/view/31?menuId=MENU00962

[8] 에너지경제연구원 / "자동차 전력화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 / 2017 / 뉴스톱 팩트체크 인용 https://www.newstop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29

[9] Climate Transparency / "CT2022 South Korea" / 2022 / https://www.climate-transparency.org/wp-content/uploads/2022/10/CT2022-South-Korea-Web.pdf

[10] PMC / "Urgent needs for second life using and recycling design of wasted EV lithium-ion battery" / 2024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222215/

[11] PMC / "Recycling or Second Use? Supply Potentials and Climate Effects of End-of-Life EV Batteries" / 2025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329728/

[12] ICCT / "Scaling up reuse and recycling of electric vehicle batteries" / 2023년 2월 / https://theicct.org/publication/recycling-electric-vehicle-batteries-feb-23/

[13] World Economic Forum / GBA End-of-Life Battery Baseline Study / https://www3.weforum.org/docs/GBA_EOL_baseline_Circular_Energy_Storage.pdf

[14] ICCT / "Will the U.S. EV battery recycling industry be ready?" / 2023년 9월 / https://theicct.org/us-ev-battery-recycling-end-of-life-batteries-sept23/

[15] arXiv / "Powering the Future: Innovations in EV Battery Recycling" / 2024 / https://arxiv.org/pdf/2412.20687

[16] Science Feedback / "EVs may have higher particulate emissions from tires but usually have lower particulate emissions from other sources" / 2024 / https://science.feedback.org/review/electric-vehicles-may-have-higher-particulate-emissions-from-tires-but-usually-have-lower-particulate-emissions-from-other-sources/

[17] Sierra Club / "EVs Have No Tailpipe Pollution, but There Are Still Problems with Tires" / 2024 / https://www.sierraclub.org/sierra/2024-2-summer/material-world/evs-pollution-tailpipe-tires

[18] EV.com / "Study Reveals EVs Produce Less Brake And Tire Pollution with Fewer Non-Exhaust Emissions" / 2023 / https://ev.com/news/study-reveals-evs-produce-less-brake-and-tire-pollution-with-fewer-non-exhaust-emissions

[19] MBC 뉴스 / "배기가스만큼 오염물질 뿜어내는 타이어" / 2024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54736_36515.html

[20] 송한호 서울대 교수 / 한국자동차공학회 오토저널 43권 5호 / 2021 / 뉴스톱 팩트체크 인용 https://www.newstop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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