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소비자 가이드 · ④
2023년,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교 연구진이 시중 종이 빨대를 실험실로 가져갔다. 결과는 예상을 뒤집었다. 시험한 종이 빨대 브랜드의 90%에서 PFAS(과불화화합물, 한번 생기면 자연에서 사라지지 않아 '영구화학물질'이라고도 불리는 합성 물질)가 검출됐다.[1] 생산 단계에서 내뿜는 온실가스는 플라스틱 빨대의 최대 3배에 달한다는 LCA(전 과정 평가, 원료 채취부터 폐기까지 환경 영향을 전 생애에 걸쳐 계산하는 방법) 연구도 있다.[2] 그렇다면 플라스틱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것도 아니다. 진짜 답은 다른 곳에 있다.
빨대 하나가 어쩌다 이 자리까지 왔나
숫자 하나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만 하루에 소비되는 플라스틱 빨대가 최소 1억 7,000만 개, 많게는 4억 9,000만 개라는 추산이다.[3] 연간으로 환산하면 최대 1,420억 개. 그중 상당수가 재활용 경로를 벗어나 해변으로 흘러들었다. 미국 해안선에 방치된 플라스틱 빨대만 약 750만 개로 추정된다.[4]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매년 최소 1,400만 톤의 플라스틱이 해양으로 유입된다고 추산하는 가운데,[5] 빨대는 그 상징이 되었다. EU는 2021년 7월 3일, 플라스틱 빨대를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10종의 시장 출시를 전면 금지했다.[6] 한국도 2022년 11월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7]
그 자리를 종이 빨대가 채웠다. 그러나 그 뒤에서 다른 데이터가 조용히 쌓이고 있었다.
숫자로 들여다보면
### 플라스틱 빨대: 200~500년의 문제
일반 플라스틱 빨대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다. 자연 환경에서 분해되는 데 최소 200년, 일부 추정치는 500년이 걸린다.[8] 정확히는 '분해'가 아니라 잘게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경제적 피해는 해양 생태계서비스 기준 연간 500~2,500억 달러로 추산된다.[5]
### 종이 빨대: 반전 데이터 세 가지
첫째, 생산 탄소. 미국 미시간 공과대학교(MTU) 연구팀이 빨대 종류별 LCA를 수행한 결과, 종이 빨대와 PLA(폴리락트산, 식물성 원료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의 GWP(지구온난화잠재력, 온실가스 배출량을 CO₂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는 플라스틱 빨대의 약 3배에 달했다.[2] 에너지 소비량도 약 2배였다. 세계경제포럼(WEF)도 2022년 이 연구를 인용하며 "플라스틱을 더 에너지 집약적인 대안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9]
UNEP(유엔환경계획)이 2020년 발표한 비닐봉투 LCA 메타분석(7개 연구 종합)도 비슷한 결론이다. 종이 제품은 해양 쓰레기 영향에서는 플라스틱보다 낫지만, 기후 영향·산성화·부영양화 항목에서는 오히려 유의미하게 더 나쁜 성적을 보인다.[10]
둘째, PFAS 검출. 앤트워프 대학교 연구진은 벨기에에서 구입한 39개 브랜드 빨대(종이 20개, 대나무 5개, 플라스틱 4개, 유리 5개, 스테인리스 5개)를 분석했다.[1] 전체의 69%에서 PFAS가 검출됐다. 소재별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소재 | PFAS 검출 브랜드 비율 | |——|———————-| | 종이 | 90% (20개 중 18개) | | 대나무 | 80% (5개 중 4개) | | 플라스틱 | 75% (4개 중 3개) | | 유리 | 40% (5개 중 2개) | | 스테인리스 | 0% (5개 중 0개) |
가장 많이 검출된 물질은 PFOA(퍼플루오로옥탄산)로,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연구진은 "PFAS 농도 자체는 낮아 단기 위험은 제한적이나, 체내 반감기가 길고 생체 축적성이 있어 장기 노출 시 간·신장 질환 등과 연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1]
셋째, 재활용 불가. 종이 빨대는 수분 차단을 위해 코팅이 적용된다. 이 코팅층 때문에 일반 제지류 재활용 공정에 투입하기 어렵다. 음료가 묻으면 재활용 자체가 불가하다.[8]
### 다른 대안들도 완벽하지 않다
PLA 빨대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 분해되려면 고온·고습 조건의 산업용 퇴비화 시설이 필요하다.[11] 일반 매립이나 해양에 버려지면 기존 플라스틱처럼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진다.
PHA(폴리히드록시알카노에이트, 미생물이 생산하는 생체고분자) 빨대는 해양 환경에서도 수개월 내 분해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12] 그러나 생산 단가가 높고 대규모 상용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2023년 중국 연구팀의 다차원 LCA는 결론을 이렇게 냈다. "어느 빨대 하나가 모든 지표에서 우월하지 않다."[13]
밀짚(밀대) 빨대가 유일하게 두드러졌다. 그리스를 대상으로 한 2025년 LCA 연구에서 밀짚 빨대는 기후변화 기여도가 연간 0.0568 kg CO₂eq으로 분석 대상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14] 그러나 대량 공급망이 갖춰지지 않아 현실적 대체재가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 정책의 전환 — 정부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 궤적이 이 데이터의 무게를 보여준다.
2021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보고서를 인용하여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 대비 원료 취득·생산 단계 기준으로 72.9%의 환경 영향 감소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며 플라스틱 빨대 금지를 추진했다.[15] 그러나 이 분석은 소각·매립·재활용 등 폐기 단계를 포함하지 않은 부분 LCA였다. 2022년 11월 규제가 시행됐으나, 동시에 1년 계도기간을 두었다. 2023년 11월, 정부는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했다.[16]
2025년 12월, 방향이 다시 바뀌었다.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공청회에서 정부는 '재질에 관계없이 모든 빨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자체 LCA를 처음 실시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종이 빨대도 환경 우위가 없다는 판단이었다.[15]
2021년의 "종이가 낫다"에서 2025년의 "모든 빨대를 없애자"로. 4년 사이 정부 스스로 결론을 바꿨다. 2021년 분석이 생산 단계만을 본 부분 LCA였다면, 2025년에는 폐기 단계까지 포함한 완전한 평가를 처음 실시한 결과였다. 평가 범위가 달라지자 결론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EU는 이미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면서, 어떤 소재로 채울지보다 '빨대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6][17] UNEP도 사용량 자체의 감소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17]
진짜 답은?
데이터는 이렇게 말한다.
플라스틱이 답은 아니다. 200~500년 분해되지 않고, 해양 오염의 실질적 원인이다.
종이도 완전한 답이 아니다. 생산 탄소가 최대 3배, 시중 브랜드의 90%에서 PFAS 검출, 재활용도 어렵다.
PLA 생분해 빨대도 마찬가지다. 산업 퇴비화 시설 없이는 분해되지 않고, 생산 탄소는 플라스틱의 3배 수준이다.[11]
MTU 연구진은 "빨대를 요청할 때만 제공하는 정책(straw upon request)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결론지었다.[2] WEF도 같은 입장이다.[9]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떤 소재보다 낮은 환경 부하를 갖는다.
불가피하게 써야 한다면, 벨기에 연구진의 결론은 명확하다. "스테인리스 빨대가 가장 지속가능한 대안이다. 재사용 가능하고 PFAS를 함유하지 않으며 완전한 재활용이 가능하다."[1] 단 세척 방식이 관건이다. MTU 연구에서 스테인리스 빨대를 식기세척기로 반복 세척하면 연간 환경 부하의 85%가 세척에서 발생했다. 냉수로 짧게 헹구는 것만으로도 환경 편익이 크게 달라진다.[2]
요약하면 이렇다.
1순위: 안 쓰기. 2순위: 다회용 스테인리스(냉수 단시간 세척, 실제 사용). 3순위: 없을 때만 어쩔 수 없이 — 어느 소재든 환경 계정은 이미 열려 있다.
덜 나쁜 것을 고르는 일과, 덜 쓰는 일은 같지 않다
빨대 한 개의 문제가 아니다. 한 개를 바꾸면 됐다는 안도감의 문제다. 착한 선택이라고 믿고 집어 든 물건이 다른 방식으로 지구에 빚을 지고 있을 때, 그 빚을 어디에 기록하고 있는가.
데이터는 단정 짓지 않는다. 어느 빨대도 완벽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가시적인 쓰레기를 줄이는 것과 총체적 환경 부하를 줄이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LCA의 모든 칸을 채워야 비로소 '친환경'이라는 이름이 맞아들어간다.
*LCA 방법론의 적용 → 「일상·소비자 가이드 ① 텀블러 환경 회계」*
출처
[1] Boisacq P., De Keuster M., Prinsen E., et al., "Assessment of poly- and perfluoroalkyl substances (PFAS) in commercially available drinking straws using targeted and suspect screening approaches", *Food Additives & Contaminants: Part A*, Vol. 40, No. 9, 2023-08-24 / DOI: https://doi.org/10.1080/19440049.2023.2240908
[2] Michigan Technological University, Joshua M. Pearce 연구팀, "PLASTICLESS: A Comparative Life-Cycle, Socio-Economic, and Policy Analysis of Alternatives to Plastic Straws", 2021 / https://digitalcommons.mtu.edu/etdr/1064/
[3] Humboldt State University(HSU) 분석 / stopoceanplastic.org / "Life cycle assessment of environmental impact of disposable drinking straws: A trade-off analysis with marine litter in the United States", ScienceDirect, 2022 /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04896972200105X
[4] stopoceanplastic.org / https://www.stopoceanplastic.org/posts/plastic-pollution-facts
[5] IUCN(국제자연보전연맹), "Marine plastic pollution" issues brief / https://www.iucn.org/resources/issues-briefs/marine-plastic-pollution ; World Economic Forum, "This is how to ensure sustainable alternatives to plastic", 2022-03-09 / https://www.weforum.org/stories/2022/03/are-we-replacing-plastic-with-more-energy-intensive-alternatives/
[6] EU 집행위원회 환경국, "EU restrictions on certain single-use plastics" / https://environment.ec.europa.eu/topics/plastics/single-use-plastics/eu-restrictions-certain-single-use-plastics_en ; Library of Congress / Global Legal Monitor, "European Union: Ban on Single-Use Plastics Takes Effect", 2021-07-18 / https://www.loc.gov/item/global-legal-monitor/2021-07-18/european-union-ban-on-single-use-plastics-takes-effect/
[7] The Korea Herald, Im Eun-byel, "The last straw? Korea extends restrictions on single-use items", 2022-11-23 / https://www.koreaherald.com/view.php?ud=20221123000561
[8] ScienceDaily, "Paper drinking straws may be harmful and may not be better for the environment than plastic versions", 2023-08-25 /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23/08/230825122044.htm
[9] World Economic Forum, Karuna Rana, "This is how to ensure sustainable alternatives to plastic", 2022-03-09 / https://www.weforum.org/stories/2022/03/are-we-replacing-plastic-with-more-energy-intensive-alternatives/
[10] UNEP(유엔환경계획), "Single-use plastic bags and their alternatives — Recommendations from Life Cycle Assessments" (7개 LCA 메타분석), 2020 / https://wedocs.unep.org/handle/20.500.11822/31932
[11] KimEcopak, "Are Biodegradable Straws Really Biodegradable?" / https://www.kimecopak.ca/blogs/news/are-biodegradable-straws-really-biodegradable
[12] NaturePoly, "PHA Straws: The Ocean-Safe, Compostable Alternative to Plastic Straws" / https://naturepoly.com/pha-straws-compostable-alternative-plastic-straws/
[13] ScienceDirect, "Multidimensional evaluation for environment impacts of plastic straws and alternatives based on life cycle assessment", 2023 /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959652623008740
[14] PMC/NCBI, "Environmental and Economic Impacts of Substituting Single-Use Plant Straws: A Life-Cycle Assessment for Greece", 2025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074124/
[15] Seoul Economic Daily, Kim Do-Yeon, "Korea to Ban All Straws Regardless of Material in Policy Reversal", 2025-12-24 / https://en.sedaily.com/finance/2025/12/24/korea-to-ban-all-straws-regardless-of-material-in-policy
[16] Library of Congress / Global Legal Monitor, "South Korea: Government Stops Planned Enforcement of Ban on Single-Use Paper Cups at Cafes", 2023-12-19 / https://www.loc.gov/item/global-legal-monitor/2023-12-19/south-korea-government-stops-planned-enforcement-of-ban-on-single-use-paper-cups-at-cafes/
[17] UNEP(유엔환경계획), "Our planet is drowning in plastic pollution" / https://www.unep.org/interactive/beat-plastic-pol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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