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의 환경 영향: 숫자로 보는 진실

작성자

카테고리:

일상·소비자 가이드 · ③

밥 한 공기. 고기 한 점. 두부 한 모. 하루 세 번 내리는 이 선택들이 조용하게 지구의 탄소 장부를 채운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평균 60킬로그램 CO₂e다.[1] 완두콩 1킬로그램은 0.9킬로그램 CO₂e다.[1] 같은 단위, 같은 무게인데 배출량은 약 67배 차이가 난다. 이 글은 특정 식습관을 권장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측정된 데이터를 보여주고, 그 데이터가 무엇을 말하는지 함께 살핀다. 식탁 앞의 선택은 언제나 독자의 것이다.

왜 지금 식품의 탄소 이야기인가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자동차 배기관과 공장 굴뚝을 먼저 떠올린다. 식탁은 좀처럼 그 목록에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수치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중 식품 시스템(food system) 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34%로 추산된다.[1][8] 교통(약 16%)보다 훨씬 크다. 이 범주에는 농경지 개간, 비료 생산, 냉장·운반, 포장, 음식물 쓰레기까지 포함된다.

그 식품 시스템 안에서 가장 큰 단일 배출원은 축산업(livestock)이다. FAO FAOSTAT(2024)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애그리푸드(agrifood, 농식품) 시스템 전체 배출량은 16.2 Gt CO₂eq으로, 이는 전체 인위적 온실가스의 약 29.7%에 해당한다.[5] FAO의 별도 보고서인 GLEAM(Global Livestock Environmental Assessment Model, 전 지구 가축 환경 평가 모델, 2023)에 따르면, 그 중 축산업 단독 배출량은 전 세계 총 인위적 온실가스의 약 12%에 달한다.[6][7] 이 수치는 2006년 18%, 2013년 14.5%에서 개선됐지만 여전히 단일 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6]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80년 11.3킬로그램에서 2023년 60.0킬로그램으로, 43년 만에 약 5.3배 늘었다.[13] 2022년에는 처음으로 1인당 육류 소비량(58.5킬로그램)이 쌀 소비량(56.4킬로그램)을 추월했다.[13][14] 쌀이 밥상의 중심이었던 나라에서 조용한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식품별 탄소발자국: 숫자로 본 격차

### 38,700개 농장이 말해 주는 것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 CO₂e 단위로 표시)을 식품별로 비교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는 2018년 포어·네메체크(Poore & Nemecek) 메타분석이다.[1] 전 세계 119개국, 38,700개 농장, 40개 식품 품목을 망라한 이 연구는 식품의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를 처음으로 전 지구적 규모로 수행했다.

| 식품 | 평균 탄소발자국(kg CO₂e/kg) | 비고 | |—|—|—| | 소고기 (육우) | 60.0 | 범위 9.9~105.4 | | 양고기·염소고기 | 24.0 | 반추 메탄 비중 큼 | | 치즈 | 21.2 | 유제품 중 높음 | | 새우 (양식) | 11.8 | 맹그로브 파괴 포함 시 더 높음 | | 돼지고기 | 7.6 | | | 닭고기 | 6.9 | | | 달걀 | 4.8 | | | 쌀 | 4.0 | 논 메탄 포함 | | 두부 | 3.0 | | | 우유 | 3.2 | 리터당 기준 | | 견과류 | 2.5 | | | 채소 (평균) | 2.0 이하 | 작물·지역별 편차 큼 | | 밀·호밀 | 1.6 | | | 완두콩·콩류 | 0.9 | |

출처: Poore & Nemecek (2018), *Science*[1]; Our World in Data (2022)[2]

소고기의 탄소발자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처럼 위가 여러 개인 동물(반추동물)의 장내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CH₄)이고, 다른 하나는 방목지 확보를 위한 토지 이용 변화다. 열대림을 베어 만든 목초지는 흡수원을 파괴하는 동시에 저장된 탄소를 방출한다.

주목할 점은 범위다. 소고기의 최솟값(9.9)과 최댓값(105.4)은 약 10배 차이가 난다. 생산 방식과 지역에 따른 편차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덧붙인다. "탄소발자국이 가장 낮은 소고기도, 대부분의 식물성 단백질보다는 높은 수준이다."[1]

땅과 물: 보이지 않는 비용

탄소만이 전부가 아니다. 식품 생산은 토지와 물이라는 두 가지 자원을 두고도 경쟁한다.

### 77%의 땅, 18%의 칼로리

전 세계 거주 가능 토지(habitable land)의 50%가 농업에 쓰인다. 그 농경지의 77%는 축산 — 방목지와 가축 사료작물 재배지 — 에 할당된다.[1] 절반의 절반이 넘는 땅이 가축을 위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77%의 땅이 공급하는 칼로리는 전 세계의 18%, 단백질은 37%에 불과하다.[1] 반면, 나머지 23%의 작물 재배지는 칼로리의 80% 이상과 단백질의 약 60%를 공급한다.[1] 적은 땅이 더 많은 먹거리를 낸다.

### 소고기 1킬로그램과 물 15,000리터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식품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보면 격차는 더욱 선명해진다. 메코넨·호에크스트라(Mekonnen & Hoekstra, 2010) 연구에 따르면 소고기 1킬로그램의 물 발자국은 약 15,415리터에 달한다.[10]

한 가지 맥락이 필요하다. 이 수치의 약 90% 이상은 녹수(green water, 빗물이나 토양 수분 등 자연 강수)가 차지한다.[10] 인간이 실질적으로 끌어 쓰는 '청수(blue water, 지하수·하천수)' 기준으로는 소고기 1킬로그램당 약 550~700리터 수준이다. 수치를 해석할 때 녹수와 청수를 구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방향성은 같다. 식물성 식품의 물 발자국이 동물성보다 낮다는 추세는 유지된다.

채식의 스펙트럼: 완전채식부터 플렉시테리언까지

채식은 단일한 선택지가 아니다.

비건(Vegan): 모든 동물성 식품을 배제 – 채식주의(Vegetarian): 육류를 배제하되 유제품·달걀은 허용 – 페스코채식(Pescatarian): 육류는 배제하고 생선은 허용 –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육류를 크게 줄이되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음 – 붉은 고기 절감: 소고기·양고기만 줄이고 닭고기나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

2025년 *Frontiers in Nutrition* 연구에 따르면, 비건 식단은 전형적인 잡식 식단 대비 탄소발자국 약 46% 감소, 토지 이용 33% 감소, 물 사용 7% 감소 효과를 보였다.[11] 1인당 하루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잡식 식단 약 3.8킬로그램 CO₂eq에서 비건 약 2.1킬로그램 CO₂eq으로 줄어든다.[11]

클라크(Clark et al., 2020, *Science*)의 식이 전환 시나리오 분석은 더 넓은 그림을 보여 준다.[9] 저육류식(low-meat diet)으로 전환 시 온실가스 54~87%, 질소 투입 23~25%, 농경지 이용 8~11%, 담수 사용 2~11%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9]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완전채식만이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소고기를 닭고기로, 닭고기를 두부로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탄소발자국 감소가 나타난다.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균형을 위한 다른 각도

데이터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고 해서 그 방향이 모든 상황에 맞는 유일한 답은 아니다.

### 영양 균형의 문제

비건·채식 식단은 비타민 B12, 철분, 오메가-3 지방산, 아연, 칼슘 등의 결핍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B12는 식물성 자연 식품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 보충제 섭취가 권장된다. EAT-랜싯 위원회(Willett et al., 2019, *The Lancet*)가 제안한 '지구 건강 식단(Planetary Health Diet)'도 완전채식이 아닌, 붉은 고기를 크게 줄이고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강화하는 방향을 권고한다.[12]

### 푸드마일의 함정

"로컬 식품을 먹으면 탄소발자국이 줄어든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음식의 운반 과정(transport)이 식품 전체 탄소발자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6%에 불과하다.[3] 항공 수입 식품은 전체 식품 교역의 0.16%에 불과하지만 배출 집약도는 매우 높다.[3]

결론은 이렇다. 무엇을 먹느냐어디서 왔느냐보다 탄소 차이를 훨씬 크게 만든다.[3]

### 초지 방목과 탄소 격리 논쟁

초지에서 방목한 소고기가 토양 탄소 격리(carbon sequestration)로 탄소발자국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일부 목장 단위 연구에서 실제로 상쇄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연구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며, 전체 생산 규모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다.[4]

### 지역 농업과 식량 주권

개발도상국의 많은 농촌 공동체는 생계·문화·식량 안보 면에서 가축에 깊이 의존한다. 고산지대나 건조 지역의 방목은 작물 재배가 불가능한 토지를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서구 중심의 채식 권고가 모든 맥락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데이터가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 쌀과 메탄, 한국의 맥락

아시아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쌀은 논의 혐기성 분해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한다. 식품 탄소발자국 표에서 쌀이 4.0킬로그램 CO₂e/kg인 이유다.[1] 한국의 경우, 육류에서 쌀 중심으로 단순히 전환하는 방향이 반드시 탄소 감축 효과를 선형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무게

우리는 하루 세 번, 조용히 지구 탄소 장부에 서명을 한다. 완전한 변화가 아니어도 된다. 소고기 한 번을 두부로 바꾸는 것, 닭고기를 선택하는 것 — 그 부분적인 이동도 수치로 나타나는 변화다.

반면, 영양·지역 농업·문화·식량 주권의 층위는 탄소 데이터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숫자는 진실의 일부다. 전부가 아니다.

식탁 위의 탄소 계산서. 어떻게 쓸지는, 독자의 손에 있다.

출처

[1] Poore, J. & Nemecek, T. (2018). "Reducing food's environmental impacts through producers and consumers." *Science*, 360(6392), 987–992.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aq0216 (참고: 2019년 정오표(correction) 발표 있음, 동물성 식품 수치 일부 상향 조정. Our World in Data 2022는 정오표 반영 수정본 기준으로 소고기 60 kg CO₂e/kg 수치를 동일하게 사용함.)

[2] Ritchie, H., Rosado, P. & Roser, M. (2022). "Environmental Impacts of Food Production." *Our World in Data*. https://ourworldindata.org/environmental-impacts-of-food

[3] Ritchie, H. (2020). "You want to reduce the carbon footprint of your food? Focus on what you eat, not whether your food is local." *Our World in Data*. https://ourworldindata.org/food-choice-vs-eating-local

[4] Ritchie, H. (2022). "Less meat is nearly always better than sustainable meat, to reduce your carbon footprint." *Our World in Data*. https://ourworldindata.org/less-meat-or-sustainable-meat

[5] FAO FAOSTAT (2024). "Greenhouse gas emissions from agrifood systems. Global, regional and country trends, 2000–2022." FAO, Rome. https://www.fao.org/statistics/highlights-archive/highlights-detail/greenhouse-gas-emissions-from-agrifood-systems.-global–regional-and-country-trends–2000-2022/en

[6] FAO (2023). "Pathways towards lower emissions: A global assessment of the greenhouse gas emissions and mitigation options from livestock agrifood systems." FAO, Rome. https://www.fao.org/newsroom/detail/new-fao-report-maps-pathways-towards-lower-livestock-emissions/en

[7] FAO GLEAM (Global Livestock Environmental Assessment Model, 전 지구 가축 환경 평가 모델). https://www.fao.org/gleam/en

[8] Crippa, M. et al. (2021). "Food systems are responsible for a third of global anthropogenic GHG emissions." *Nature Food*, 2(3), 198–209.

[9] Clark, M.A. et al. (2020). "Global food system emissions could preclude achieving the 1.5°C and 2°C climate change targets." *Science*, 370(6517), 705–708. (참고: 54~87% 온실가스 감축 수치는 저육류식 시나리오 기준. 원문 PDF 직접 확인 권고.)

[10] Mekonnen, M.M. & Hoekstra, A.Y. (2010). "The green, blue and grey water footprint of farm animals and animal products." *Value of Water Research Report Series* No.48, UNESCO-IHE. 관련 시각화: https://watercalculator.org/footprint/water-footprint-beef-industrial-pasture/

[11] Frontiers in Nutrition (2025). "Plant-based diets reduction carbon emissions and land use." https://www.frontiersin.org/news/2025/11/11/frontiers-nutrition-plant-based-diets-reduction-carbon-emissions-land-use

[12] Willett, W. et al. (2019). "Food in the Anthropocene: the EAT–Lancet Commission on healthy diets from sustainable food systems." *The Lancet*, 393(10170), 447–492. (참고: 2025년 10월 3일 EAT-Lancet 2.0 발표. 붉은 고기 절감·다양한 식물성 강화 방향 동일하게 유지됨.)

[13]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KMTA). 소비현황 통계(1980–2024). https://www.kmta.or.kr/kr/data/stats_spend.php

[14] 농민신문 (2024-01-26). "1인당 쌀 소비량 56.4㎏…고기보다 덜 먹었다."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126500516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