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는 물 ② 한강의 비밀

약 2,550만 명(2019년 기준)을 먹이는 물의 전 여정

GaiaBeacon 「내가 마시는 물」 시리즈 · ②

한강 물은 어떻게 내 수도꼭지까지 올까? 팔당호에서 취수된 원수는 11단계 정수를 거쳐 6개 아리수정수센터에서 하루 약 315만㎥의 수돗물이 되고, 배수지를 지나 가정에 닿는다. 쓴 물은 4개 물재생센터에서 하루 최대 498만㎥까지 처리돼 다시 한강으로 돌아간다. 취수·정수·배수·사용·하수처리·방류 — 이 여섯 단계가 수도권 약 2,550만 명(2019년 기준)의 하루를 떠받친다.

매일 아침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온다. 그 투명한 한 잔이 손에 닿기까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스템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 취수장, 정수센터, 배수지, 하수처리장 — 이 시설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가동되지 않는다면 수도권 약 2,550만 명(2019년 기준)은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1] 이 글은 물이 강에서 수도꼭지까지, 다시 강으로 돌아가는 여섯 단계를 따라간다.

왜 한강인가

경기도 남양주시와 하남시 경계에 팔당댐이 있다. 높이 29m, 제방 길이 575m의 이 다목적댐은 1966년 착공해 1973년 완공됐다.[4] 규모로 보면 결코 웅장하다 할 수 없지만, 이 댐이 막아 만든 팔당호는 수도권 전체의 식수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최대 상수원이다.

북한강·남한강·경안천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에서 불과 7km 하류. 총저수용량 2억 4,400만 톤, 유역면적 23,800㎢.[4] 그 안에서 매주 월요일, 한강물환경연구소 직원들이 수심 약 20m 지점에서 수질을 검사한다.[5] 이 루틴이 약 2,550만 명(2019년 기준)의 안전을 지키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물의 6단계 여정

한강 물의 6단계 여정 도식

1단계 — 취수: 강물을 끌어올리다

팔당댐부터 잠실수중보 사이, 한강 본류에는 세 개의 취수장이 있다.[1]

  • 팔당1취수장: 하루 109만㎥
  • 팔당2취수장: 하루 157만㎥
  • 팔당3취수장: 하루 198만㎥

합산하면 하루 464만㎥.[9] 2리터 생수병으로 환산하면 약 23억 2,000만 병(산술 환산).

취수 원수 수질 등급은 'Ib(좋음)'.[1] 최근 10년간 팔당호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값이 낮을수록 깨끗하다)는 1.1~1.3ppm 수준이다.[5] 하천 최고 등급인 'Ia(매우 좋음)'의 기준인 BOD 1ppm 이하 — 팔당호는 그 문턱에 바짝 다가서 있다.

이 수질이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팔당호와 대청호는 환경부가 지정한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관리된다.[10] 상류 개발 제한과 오염원 유입 차단 규제가 수십 년째 작동 중이다.

2단계 — 정수: 강물을 마실 물로 바꾸다

취수된 원수는 바로 수돗물이 되지 않는다. 아리수(서울 수돗물의 브랜드명)가 탄생하기까지 11단계 정수 공정을 거친다.[1]

착수정 → 혼화지 → 응집지 → 침전지 → 여과지 → 오존반응조 → 활성탄여과지 → 소독(염소) → 정수지 → 배수지 → 가정

서울시는 6개 아리수정수센터를 운영한다.[2]

정수센터 위치
뚝도 아리수정수센터 서울 성동구 (1908년 창설, 한국 최초 정수장)
구의 아리수정수센터 서울 광진구
암사 아리수정수센터 서울 강동구
강북 아리수정수센터 서울 강북구
영등포 아리수정수센터 서울 영등포구
광암 아리수정수센터 경기도 광주 일대

6개 센터가 하루 약 315만㎥의 수돗물을 생산해 서울 1,000만 시민에게 공급한다.[2]

오존(O₃)은 강한 산화력으로 세균·바이러스를 제거하고, 활성탄은 냄새와 미량 유기물을 흡착한다. 수질 검사는 법정 기준 60개 항목에 서울시 자체 111개를 더해 총 171개 항목을 검사한다.[1] 법이 요구하는 것의 거의 세 배다.

3단계 — 배수: 정수된 물을 가정까지 보내다

배수지(配水池)는 고지대에 설치해 중력으로 자연유하(自然流下)시키는 대형 저장시설로, 펌프 없이도 수압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서울에는 103개 배수지가 있으며, 공급량 기준 서울 전체의 96% 지역을 커버한다.[11] 비상 시 최소 12시간 분량 공급이 가능하다.[11]

1984년 시작한 노후 수도관 교체 사업은 2020년 말 기준 서울 전체의 99.9%(13,391km)를 완료했다.[11] 수도관 내 재오염을 막기 위한 수십 년의 작업이 거의 끝난 것이다.

4단계 — 사용: 하루 303.9리터

2023년 기준, 국민 1인이 하루 사용하는 수돗물은 평균 303.9리터다.[6][7] 2019년의 294.9리터에서 약 9리터 늘었고, 2022년 305.6리터로 정점을 찍은 뒤 소폭 줄었다.

수도요금도 짚어야 할 숫자다. 2023년 기준 전국 평균 수도요금은 ㎥당 796원, 실제 생산원가는 1,069원이다.[6] 요금현실화율 74.5% — 나머지 25.5%는 세금으로 보전된다. 물이 공짜처럼 느껴지는 데는 이 숨은 보조가 있다.

전국 연간 총 물 사용량은 58억 6,200만㎥(2023년).[6] 이 막대한 양이 쓰이고 나면, 이제 어디로 가는가.

5단계 — 하수처리: 쓴 물을 다시 강으로 보내기 전에

서울 하수 정화 처리 과정

사용된 물은 하수관으로 흘러든다. 서울의 하수는 4개 물재생센터(하수처리를 담당하는 공공시설)에서 처리된다.[3]

물재생센터 처리용량
중랑물재생센터 159만㎥/일
서남물재생센터 163만㎥/일
탄천물재생센터 90만㎥/일
난지물재생센터 86만㎥/일
합계 498만㎥/일

하루 최대 498만㎥ — 취수량 464만㎥을 상회한다. 서울로 들어오는 물보다 처리할 수 있는 하수량이 더 많다.

공정은 침사지(모래·자갈 제거) → 최초침전지 → 생물반응조(A2O-MLE 공법, 미생물로 유기물·질소·인 제거) → 최종침전지 → 방류 순이다.[3]

난지물재생센터(2022년 기준) 유입 하수 BOD는 125.4mg/L, 방류 시 6.8mg/L로 떨어진다.[3] 법적 기준 10mg/L를 크게 밑돈다. 오염물의 약 95%가 제거되는 셈이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반고체 찌꺼기)는 혐기성 소화(산소 없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를 거쳐 메탄가스로 변환되고, 처리장 자체 에너지로 재활용된다.

6단계 — 방류: 물이 강으로 돌아가다

처리된 물은 인근 한강 본류로 방류된다.[3] 이것으로 한 바퀴가 닫힌다.

방류된 물은 하류 취수원에서 다시 취수될 수 있다. 같은 물 분자가 이 순환 고리를 몇 번이고 통과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하수재이용률은 15.1%다.[6] 나머지 85%는 강으로 방류되고, 그 방류수의 수질이 하류 취수원의 원수 수질로 이어진다. 하수처리의 질이 곧 다음 세대의 수돗물 품질이다.

한 방울이 돌아온다

팔당에서 취수된 물 분자는 정수장을 거쳐 가정에 닿고,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되어 한강으로 돌아간다. 그 물은 다시 하류 취수원에서 끌어올려진다. 물은 소비되지 않는다. 물은 순환한다.

이 순환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물 분자가 사라져서가 아니다. 수질이 나빠지거나, 처리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상류 오염이 통제선을 넘을 때다. 그래서 팔당호 특별대책지역 지정이, 물재생센터의 처리 수준이, 매주 월요일의 수질 측정이 중요하다.

오늘 마신 물 한 잔이 강으로 돌아가 다시 누군가의 컵에 담길 때 — 그 물을 어떤 상태로 돌려보내고 있는지가 시스템 전체의 수준을 결정한다.

*취수원 이전의 정수 기술 → 「내가 마시는 물 ① 수돗물의 부활」 / 가정 내 수질 관리 실천법 → 「내가 마시는 물 ③ 수도꼭지 수질 관리법」*

자주 묻는 질문 (FAQ)

한강 물은 그냥 마셔도 안전한가요?

팔당호 취수원의 수질은 ‘Ib(좋음)’ 등급으로, 최근 10년 BOD가 1.1~1.3ppm 수준이라 최고 등급에 근접합니다. 정수장에서는 법정 60개 항목에 서울시 자체 항목을 더해 총 171개 항목을 검사한 뒤 공급합니다.

수돗물은 몇 단계를 거쳐 만들어지나요?

착수정→혼화→응집→침전→여과→오존→활성탄→소독→정수지→배수지→가정의 11단계 정수 공정을 거칩니다. 오존은 세균·바이러스를 없애고, 활성탄은 냄새와 미량 유기물을 흡착합니다.

한국인은 하루에 물을 얼마나 쓰나요?

2023년 기준 1인당 하루 평균 303.9리터입니다. 수도요금은 ㎥당 평균 796원이지만 실제 생산원가는 1,069원으로, 요금현실화율은 74.5%입니다.

쓴 물(하수)은 어디로 가나요?

서울의 하수는 4개 물재생센터에서 하루 최대 498만㎥까지 처리된 뒤 한강으로 방류됩니다. 난지물재생센터의 경우 유입 BOD 125.4mg/L가 방류 시 6.8mg/L로 떨어져 오염물의 약 95%가 제거됩니다.

출처

[1] 서울아리수본부 공식 홈페이지 — 「생산 및 공급」, https://arisu.seoul.go.kr/c2/sub1_1.jsp (접근일: 2026-06-13) ※ 취수원 수질 등급 Ib, 11단계 정수 공정, 171항목 수질검사, 팔당댐~잠실수중보 취수범위

[2] 서울아리수본부 공식 홈페이지 — 「주요시설 위치 및 지수현황 > 정수센터」, https://arisu.seoul.go.kr/home/sub?menukey=7309 ※ 6개 아리수정수센터 목록, 일 생산 약 315만㎥

[3] 서울특별시 환경 분야 누리집 — 「난지물재생센터 소개」, 2022-12-31 기준, https://news.seoul.go.kr/env/water-recycling-facility/nanji-water-center/nanji-water-center-introduction ※ 4개 물재생센터 처리용량 합계 498만㎥/일, 난지 방류수 BOD 6.8mg/L

[4]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 「팔당댐」,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9712 ※ 1966년 착공, 1973년 완공, 총저수용량 2억 4,400만t, 제방길이 575m, 유역면적 23,800㎢

[5]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 「수도권 2600만 물 책임진다…팔당댐 수질 '맑음'」, 2019-10-29,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29527 ※ 한강물환경연구소 현장 르포. 2,550만 명 수치(본문 기재), BOD 최근 10년 1.1~1.3ppm, 매주 월요일 수심 20m 수질측정

[6] 워터저널 — 「[Water Focus] 2023년 상수도·하수도 통계」, 2025-02-07 게재 (환경부 「2023년 상수도 통계」 및 「2023년 하수도 통계」 재인용), https://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554 ※ 1인당 하루 물 사용량 303.9L(2023년), 총 물사용량 58억 6,200만㎥, 생산원가 1,069원/㎥, 수도요금 796원/㎥, 요금현실화율 74.5%, 하수재이용률 15.1%

[7] e-나라지표, 한국환경공단 — 「1인당 물사용량」,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87&clasCd=7 ※ 연도별 1인당 하루 물 사용량 추이(2019~2023년)

[8] 서울하수도과학관 — 「중랑물재생센터 소개」, https://sssmuseum.org/main/?mc_code=1312 ※ 중랑물재생센터 처리구역(종로·중구 등 10개구 및 의정부시 일부)

[9]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팔당취수장 수질 정보 — 공공데이터포털, https://www.data.go.kr/data/15099052/openapi.do ※ 팔당1·2·3 취수장 취수량(109·157·198만㎥/일, 합계 464만㎥/일), 108개 지자체 공급

[10] 환경부 —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 https://www.law.go.kr/행정규칙/팔당·대청호 ※ 팔당호 특별대책지역 지정 근거

[11] 워터저널 — 「[서울시] 2040년지 배수지 13개소 확충, 안정적 급수체계 구축」, https://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768 ※ 서울 103개 배수지, 공급량 기준 96% 커버, 비상시 12시간 공급 가능, 노후 수도관 교체(1984년 착공~2020년 말 13,391km/99.9% 완료)

사진: Koen Van Engelen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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