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는 물」 시리즈 · ③ · 일상 실용 가이드
수돗물을 더 안심하고 마시려면 집에서 뭘 해야 할까? 정수장을 통과한 수돗물은 안전하지만, 집 안 배관·물탱크·수도꼭지의 ‘마지막 구간’은 거주민의 몫이다. 아침 첫 물은 30초~1분 흘려보내고, 음용·조리는 냉수 배관을 쓰며, 정수기는 필터 교체 주기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전국 무료)로 내 집 수질을 직접 검사받을 수도 있다.
정수장에서 법정 먹는물 수질기준 60개 항목(2024년 기준)[1]을 통과한 수돗물이 수도꼭지를 떠나는 순간, 그 물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이프를 타고 내려오는 수십 년 된 옥내 배관, 아파트 지하의 물탱크,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수도꼭지 — 이 '마지막 구간'에서 물은 조용히 달라질 수 있다.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는 가구는 37.9%(2024년 기준)[2]에 그치는데, 정수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 글은 공포가 아니라 관리의 이야기다. 오늘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수질 관리 수칙을 다룬다.
"내 집 배관은 내 책임"이라는 사실
수돗물은 정수장을 나오는 순간 이미 안전하다. 2024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먹는물 수질기준 60개 항목(2024년 기준),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WHO(세계보건기구) 기준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5개국 중 가장 엄격한 수치를 적용한 자체 250개 항목(2024년 기준) 기준까지 운용한다.[3] 숫자로만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질 관리 체계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2024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전국 72,460가구)[2]가 드러낸 불편한 사실이 있다.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 1위 —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녹 등 이물질)이 걱정돼서"(34.3%). 정수장이 아무리 깨끗해도,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온 뒤의 관리는 거주민의 몫이다.
더 놀라운 수치가 있다. 옥내 급수관(집 안에 설치된 급수 배관)이 사유재산이라 거주민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응답자가 58.8%에 달한다.[2] 실제로 수도관 상태 진단 등 배관 관리를 실천하는 가구는 10.4%에 불과하다.[2]
정수장은 국가가 관리한다. 그러나 정수장 이후, 수도꼭지까지의 마지막 구간은 각자의 몫이다.
오늘부터 바로 하는 수질 관리 6가지

수칙 1. 아침 첫 물은 30초~1분 흘려보낸다
밤새 수도꼭지 안에서 잠자고 있던 물 — 이를 정체수(배관 안에 오래 고여 있던 물)라 한다. 이 정체수는 관 내벽의 미세한 녹·이물질이 녹아들었을 가능성이 있다.[4] 해법은 단순하다. 수도꼭지를 열고 30초~1분가량 흘려보낸 뒤 마신다.
낭비가 걱정된다면 흘려보낸 물을 화분에 주거나 세탁·청소에 쓴다.[4]
수칙 2. 1주일 이상 비운 집, 3~5분 이상 흘려보낸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수도꼭지를 바로 틀어 마시면 안 된다. 1주일 이상 사용하지 않은 배관은 정체 구간이 그만큼 길어진다. 권장 시간은 3~5분 이상이다.[5]
수칙 3. 음용수는 반드시 냉수 배관으로
온수 배관의 물을 음용이나 조리에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온수 배관은 가열로 인해 배관 부식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수온 상승으로 세균 번식 가능성도 높다.[5] 음용·조리는 반드시 냉수 배관을 써야 한다.
수칙 4. 정수기 — 관리 안 하면 오히려 역효과
국내 음용수 시장에서 정수기는 53.6%로 1위다(2024년 기준, 2021년 대비 4.2%p 상승).[2]
정수기의 원리는 분명하다. 수돗물에 남은 잔류염소(소독 성분)와 중금속·소독부산물을 필터로 걸러낸다. 특히 역삼투압(RO) 방식은 세균·바이러스까지 제거하지만,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도 90% 이상 함께 제거된다.[3]
문제는 관리다. 수돗물에 남아 있는 잔류염소는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정수기를 통과한 물은 이 염소가 제거된 상태다. 코크(물이 나오는 주둥이)나 내부 탱크를 청소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3] 필터 교체 주기를 지키고, 코크와 물받이는 정기적으로 닦아야 한다.
직수형 정수기는 탱크 없이 수돗물과 직결되어 정체수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다.[3]
| 유형 | 방식 | 특징 | 주의사항 |
|---|---|---|---|
| 역삼투압(RO) | 고압 막 여과 | 세균·바이러스까지 제거 | 미네랄 90% 이상 제거, 정기 관리 필수 |
| 한외여과막(UF) | 정밀 막 여과 | 미네랄 일부 유지 | 바이러스 제거 미흡할 수 있음 |
| 직수형 | 수돗물 직결 | 탱크 없어 위생 유리 | 필터 교체 주기 준수 필수 |
출처: 물사랑누리집(환경부 위탁)[3]
수칙 5. 염소 냄새, 사실 당신 편이다
잔류염소는 수돗물이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소독 성분이다. 0.1~4.0mg/L 범위 안에서 관리된다.[6] 냄새가 불편하다면 수돗물을 받아 30분~1시간 그대로 두거나 냉장 보관하면 염소 냄새가 자연히 줄어든다.[6]
수칙 6. 수돗물, 제대로 끓이는 법

THM(트리할로메탄, 물속 염소와 유기물이 반응해 생성되는 소독부산물)은 뚜껑을 닫고 2~3분만 가열하면 일시적으로 농도가 상승할 수 있다.[7] 올바른 방법으로 끓이면 문제없다.
- 뚜껑을 열고 넓은 용기에서 5~15분 이상 끓인다.
- 물이 끓은 뒤 2분이면 THM 약 85%가 증발한다.[7]
- 15분 이상 끓이면 거의 모두 제거된다.
국내 수질 기준은 THM 0.1mg/L(100ppb) 이하이며, 정상 공급 수돗물은 이 기준 이하로 관리된다.[7] "끓인 물은 죽은 물"이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끓여도 미네랄은 변하지 않으며, 수온이 내려가면 용존산소(물에 녹아 있는 산소)도 다시 회복된다.[8]
내 집 수질, 직접 확인하는 공식 제도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 (전국, 무료)
기후에너지환경부(구 환경부)가 물사랑누리집(ilovewater.or.kr)을 통해 운영하는 제도다. 전국 160개 지자체 중 157개 지자체가 참여한다.[9] 수질검사기관에 의뢰해 결과를 20일 이내에 통보해 준다. 2024년 환경부 실태조사에서 이용 만족도 78.8%를 기록했다.[9]
- 신청: ilovewater.or.kr → '수질검사 신청' / 서울·인천 120, 부산·대구·광주 121[9]
- 비용: 무료
서울 아리수품질확인제 (서울 한정, 무료)
서울아리수본부(arisu.seoul.go.kr)가 운영한다. 수질 전문 요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잔류염소·탁도·수소이온농도·철·구리 등 5개 항목을 현장에서 검사한다. 부적합 판정 시 7개 항목 정밀 검사가 추가된다.[10]
- 신청: 다산콜센터 02-120 또는 arisu.seoul.go.kr[10]
- 비용: 무료
실시간 수질 조회
- MyWater 물정보포털(water.or.kr): 지역별 수질검사 결과 및 통계 상시 공개[11]
- 서울아리수 실시간 수질: arisu.seoul.go.kr → 수질정보 → 실시간수질[11]
노후 배관, 공사비 지원받는 법
서울시 노후 급수관 교체·세척 지원사업 (2025년 기준)
1994년 4월 이전 준공 건물로 아연도강관 옥내급수관을 쓰는 주택이 대상이다.[12]
- 교체 공사비: 최대 80% 지원 (단독주택 최대 150만 원, 다가구 최대 500만 원, 아파트 세대당 최대 140만 원)[12]
- 급수관 세척비: 최대 18만 원[12]
- 수도꼭지 필터 비용: 최대 9만 원(1년분)[12]
- 신청: 다산콜센터 02-120 또는 가까운 수도사업소[12]
수원시·경기도 사례 (2024년 기준)
수원시는 단독·다가구·공동주택 노후 수도관 교체 비용 최대 180만 원을 지원한다.[13] 경기도는 옥내급수관 최대 180만 원, 공용배관 최대 60만 원, 주거 면적 60㎡ 이하는 공사비의 90%까지 지원한다.[14]
지원 내용은 지자체별·연도별로 변동한다. 거주 지역 수도사업소에 먼저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물탱크(저수조) 청소 — 아파트 입주자가 알아야 할 것
아파트 저수조는 「수도법」 제33조 제3항에 따라 6개월(반기)마다 1회 이상 청소, 매월 1회 이상 위생 점검이 법적 의무다.[15] 청소·점검 기록은 2년간 보관해야 한다.[15] 관리사무소에 연 2회 저수조 청소 기록 열람을 요청할 수 있다. 법이 보장한 권리다.
안전한 물은 관리되는 것이다
정수장은 국가가 지킨다. 수도꼭지부터 컵까지의 마지막 구간은, 거주민이 지킨다.
아침 수도꼭지를 틀기 전 30초, 그리고 관리사무소에 저수조 청소 기록을 물어보는 한 통의 전화.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 수돗물이든, 정수기든, 생수든 — 관리가 없는 안전은 없다.
*수도꼭지 이전의 수돗물 여정 → 「내가 마시는 물 ① 수돗물의 부활」 / 취수원 수질 문제 → 「내가 마시는 물 ② 한강의 비밀」*
자주 묻는 질문 (FAQ)
아침에 수돗물을 바로 마셔도 되나요?
밤새 배관에 고여 있던 ‘정체수’에는 관 내벽의 미세한 녹·이물질이 녹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침 첫 물은 30초~1분, 1주일 이상 비운 집은 3~5분 이상 흘려보낸 뒤 쓰는 것이 좋습니다.
정수기를 꼭 써야 하나요?
정수 기술상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코크나 내부 탱크를 청소하지 않으면 잔류염소가 사라진 물에서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 필터 교체 주기를 지키고 코크·물받이를 정기적으로 닦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수돗물은 어떻게 끓여야 하나요?
뚜껑을 닫고 2~3분만 끓이면 소독부산물(THM)이 일시적으로 늘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고 5~15분 이상 끓이면 거의 제거됩니다(끓은 뒤 2분이면 약 85% 증발).
내 집 수질을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나요?
네. 전국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ilovewater.or.kr, 국번 없이 120·121)와 서울 ‘아리수품질확인제'(02-120)로 무료 검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라면 「수도법」상 반기 1회 의무인 저수조 청소 기록도 관리사무소에 열람 요청할 수 있습니다.
출처
[1]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 별표1 — 먹는물(수돗물) 법정 수질기준 60개 항목(2024년 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LSW/lsInfoP.do?urlMode=lsInfoP&lsId=007134 / 물사랑누리집(환경부 위탁) 수질기준 FAQ https://ilovewater.or.kr/ ※ 서울아리수본부도 법정 60개로 안내(시리즈 통일값, 수질2 [1] 참조)
[2]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024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2024년 4~6월 실시, 전국 72,460가구, 결과 발표 2024년 12월). — 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원문): https://me.go.kr/home/web/board/read.do?boardId=1712700&boardMasterId=1&menuId=286 / 워터저널 보도(2025-01-08): https://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213
[3] 물사랑누리집 FAQ '정수기 사용시 미네랄도 걸러지나요?'. https://ilovewater.or.kr/ / K-water(한국수자원공사) 고품질 수돗물 서비스 페이지. https://www.kwater.or.kr/busi/water02/highQualityServicePage.do?s_mid=1863
[4] 함안군 상수도사업소, '수돗물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 https://www.haman.go.kr/01651/01652/01704.web /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수돗물의 안전성'. https://www.busan.go.kr/water/elf
[5] 물사랑누리집 FAQ '수돗물 안전한가요?', 환경부 위탁 운영. https://ilovewater.or.kr/
[6] 물사랑누리집 FAQ '수돗물이 잔류염소를 함유하는 이유는?'. https://ilovewater.or.kr/
[7] 워터저널 전문가 칼럼, 'THM 생성과 제거'. https://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8 / 물사랑누리집. https://ilovewater.or.kr/
[8] 물사랑누리집 FAQ '끓인 물은 죽은 물이라 할 수 있나요?'. https://ilovewater.or.kr/
[9] 물사랑누리집 수질검사 온라인 신청. https://ilovewater.or.kr/web/onLineReq?pMENU_NO=191 / 정부24, '우리집 수돗물 안심 확인제 지원'. https://www.gov.kr/portal/service/serviceInfo/148000000014 /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024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이용 만족도 78.8%), 워터저널 상동[2].
[10] 서울아리수본부, 아리수품질확인제. https://arisu.seoul.go.kr/c1/sub2.jsp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 '우리집 수돗물이 궁금할 때! 무료 수질검사 서비스'.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2978
[11] MyWater 물정보포털. https://www.water.or.kr/ / 서울아리수본부 실시간 수질(SWN). https://arisu.seoul.go.kr/home/sub?menukey=7330
[12] 서울아리수본부, '노후 공용급수관 교체 지원' (2025년 기준). https://arisu.seoul.go.kr/home/sub?menukey=7403 / 서울시 뉴스포털, '서울시민, 노후급수관 교체·세척비 지원받는다'. https://news.seoul.go.kr/env/archives/557746
[13] 뉴스핌, '수원시, 노후 수도관 교체 비용 최대 180만 원 지원' (2024-02-15).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215000711
[14] 퍼블릭뉴스, '경기도, 20년 이상 노후주택 녹슨 수도관 교체 신청'. https://www.p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3755
[15]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청소(업) > 저수조 청소' (수도법 제33조 제3항, 수도법 시행령 제50조, 수도법 시행규칙 제22조의4 제1항).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1451&ccfNo=3&cciNo=2&cnpClsNo=3
사진: Koen Van Engelen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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