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⑤ — 처음으로 원인을 아는 종이 원인이 된 멸종
GaiaBeacon · 「여섯 번째 질문」 대멸종 시리즈 (6부작 중 5부)
다섯 번의 대멸종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원인이 모두 '자연'이었다는 것. 빙하, 화산, 운석, 바다의 질식.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만약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고 있다면, 그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모습일 것이다. 원인이 '자연'이 아니라 '한 종(種)'이기 때문이다. 그 종은, 우리다. 이 글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데이터로 살펴보고, 학계에서 진행 중인 논쟁을 균형 있게 짚는다.
숫자가 먼저 말한다
생물은 늘 자연적으로 멸종한다. 지구가 살아있는 한, 종의 탄생과 소멸은 멈추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 '배경 멸종(background extinction)'의 속도를 대략 100만 종당 연간 0.1~1종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를 'E/MSY(extinctions per million species-years)'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지구에 현재 약 800만~1,000만 종이 산다고 볼 때 자연 상태에서 해마다 겨우 1종 안팎이 사라지는 셈이다. [1]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현재 멸종 속도는 이 배경률에 비해 100배에서 1,000배, 일부 추정에서는 그 이상 빠르다는 것이 과학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다만 이 배수는 배경 멸종률을 어떤 방법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기준값 자체에 논쟁이 있고, 분류군(종·속·과)과 분석 방법에 따라 추정치의 폭이 매우 넓다. "100~1,000배"는 가장 널리 인용되는 범위이지, 상한이 아니다. [2]
2019년 5월, 50개국 150명의 과학자가 3년간 약 15,000개 문헌을 검토해 작성하고, 132개국 정부 대표가 승인한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글로벌 평가 보고서는 경고했다. 지구의 약 800만 동식물 종 중 약 100만 종이 수십 년 안에 멸종 위협에 놓여 있다고. 양서류 40%, 산호초 형성 산호 1/3, 해양 포유류 1/3 이상이 위험 범주에 들었다. 야생 포유류의 생물량은 인류 역사에서 82%나 줄었다. [3]
한 가지 더. '100만 종'은 이미 사라진 숫자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는 종들이 수십 년 안에 사라질 위협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아직 시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과 다른 한 가지
원인이 다르다.
앞선 네 편에서 우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지나쳤다. 오르도비스기의 빙하, 데본기의 무산소 바다, 페름기의 화산과 삼중 타격, 트라이아스기의 용암 홍수, 백악기의 운석. 다섯 번 모두 방아쇠는 자연이었다.
여섯 번째의 방아쇠는 우리 손에 있다.
IPBES가 지목한 원인은 다섯 가지다. 서식지 파괴(숲을 베고, 갯벌을 메우고, 강을 막는 일), 기후변화, 오염, 남획, 외래종의 확산. 앞선 시리즈에서 들여다본 갯벌의 죽음과, 페름기형 온난화·산성화가 이미 이 다섯 가지 방아쇠 안에 들어 있다. [4]
차이는 또 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을 일으킨 시베리아 화산은 수십만 년에 걸쳐 탄소를 방출했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약 270년 만에 그에 필적하는 양을 대기로 내보내고 있다 — 수백~수천 배 빠른 속도로. [4]
이전 다섯 번의 멸종이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것이다. 멸종은 얼마나 뜨겁거나 추운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의 문제다.
속도. 그것이 5억 년 화석 기록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답이다. 오르도비스기도, 페름기도, 백악기도 — 생태계가 버티지 못한 것은 극한 조건 그 자체라기보다, 적응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속도는, 그 어떤 대멸종의 원인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르다.
학계의 논쟁: 우리는 이미 안에 있는가, 문턱에 서 있는가
그러나 여기서 정직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에 진입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이 아니다. 학계는 지금 이 질문을 두고 실제로 논쟁 중이다.
진입했다는 입장: 헤라르도 세발로스(Gerardo Ceballos)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2017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 「생물학적 절멸(Biological Annihilation)」에서 척추동물 27,600종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177개 포유류 종 모두에서 지리적 분포가 30% 이상 축소됐다. 단순히 몇 종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종들조차 버티는 영역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개체군 붕괴'의 문제다. 논문은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명시했다. [5]
아직 이르다는 입장: 반면 존 와이언스(John Wiens)와 사반(Saban)은 2025년 *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한 「여섯 번째 대멸종에 의문을 제기하다(Questioning the sixth mass extinction)」에서 163,022개 IUCN 평가 종을 분석했다. 지난 500년간 알려진 종의 0.1% 미만만이 멸종했고, 속(genus) 수준에서도 포유류 2% 미만, 전 분류군 합산 0.5% 미만이 사라졌다. 대멸종의 지질학적 기준은 짧은 시간 안에 전체 종의 4분의 3(75%) 이상이 소멸하는 것이다. "배경률을 초과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멸종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6]
그리고 이 논문에 대한 반박 또한 같은 저널 같은 해에 실렸다. "6차 대멸종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오히려 그것이 일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7]
양쪽이 모두 동의하는 것이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이 실재한다는 것. 그 속도가 인류세(Anthropocene)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는 것. 지금 행동하면 최악은 막을 수 있다는 것.
논쟁의 핵심은 "이것이 대멸종인가"라는 정의의 문제이지, 손실이 일어나고 있는지의 사실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멸종의 한복판이 아니라, 어쩌면 그 '문턱'에 서 있다.
그리고 문턱은, 아직 돌아설 수 있는 자리다.
이미 돌아선 것들
절망으로 닫아서는 안 된다. 이유가 있다.
생물다양성 위기 앞에서도 인류는 실제로 종을 살려냈다. 흰머리독수리(Bald Eagle)가 그 증거다. 1963년, 미국 본토에 남은 번식 쌍은 불과 417쌍이었다. DDT(유기염소계 살충제)가 알 껍데기를 얇게 만들어 번식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미국이 DDT를 금지하고 멸종위기종 보호 체계를 가동한 결과, 2007년 흰머리독수리는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해제됐다. 개체군이 돌아왔다. [8]
혹등고래(Humpback Whale)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상업 포경으로 개체수가 폭락했으나, 국제 포경 금지 이후 14개 개체군 중 9개가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캘리포니아 채널제도의 섬여우(Island Fox)는 2016년, 불과 15년 만에 3개 아종이 위험에서 빠져나왔다. [9]
미국 내무부는 멸종위기종법(ESA) 시행 50년(2024년) 결과를 정리했다. 법 적용을 받은 종의 99%가 멸종에서 구조됐다. [8]
이 이야기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우리가 원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법일 수도 있다.
법이 만들어진다. 포경이 금지된다. 살충제가 퇴출된다. 서식지가 보호된다. 그리고 생명이 돌아온다. 무너지는 속도보다 회복의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것, 그 회복이 항상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방향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증명했다.
변화는 '눈앞의 한 종'에서 시작된다
수치 앞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인다. 압도돼 멈추거나, 아니면 외면하거나. 둘 다 같은 결과를 낳는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데이터가 축적한 증거들이 가리키는 자리가 바로 우리가 선 곳이라면, 그 자리에서 돌아서는 것도 우리가 처음이 된다. 변화는 전체를 한꺼번에 구하려는 시도보다 눈앞의 한 종, 한 서식지에 집중할 때 실제로 일어났다.
여섯 번째가 대멸종으로 지질 기록에 새겨질지, 아닐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선 다섯 번은 원인을 아는 종이 없었다. 여섯 번째는, 원인을 아는 종이 원인이다. 그 역설이 동시에 희망이다. 원인을 알면,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다섯 번은 막을 수 없었다.
여섯 번째는,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멈출 수 있는 첫 번째 멸종이다.
그러니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원인을 아는 유일한 종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다음 편,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는다.
출처
[1] Background extinction rate: 대략 E/MSY(100만 종·년당 멸종 종수) 0.1~1 수준. — Wikipedia, "Background extinction rate"; Britannica, "extinction rate"
[2] Ceballos, G. et al. (2015). "Accelerated modern human–induced species losses: Entering the sixth mass extinction." *Science Advances*, 1(5), e1400253.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1400253 — 배경 멸종 대비 100배 이상 확인. 배수 추정의 불확실성(기준값 설정 방식 따라 범위 가변): BioScience 2016 관련 분석 포함.
[3] IPBES (2019). *Global Assessment Report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 — 50개국 150명 전문가 작성, 132개국 정부 승인. https://ipbes.net/node/35290; UN News (2019). https://news.un.org/en/story/2019/05/1037941
[4] IPBES (2019), 위 동일 — 서식지 변화·직접 착취·기후변화·오염·외래종 5대 원인.
[5] Ceballos, G., Ehrlich, P.R. & Dirzo, R. (2017). "Biological annihilation via the ongoing sixth mass extinction signaled by vertebrate population losses and declines." *PNAS*, 114(30), E6089–E6096. https://www.pnas.org/doi/10.1073/pnas.1704949114
[6] Wiens, J.J. & Saban, A. (2025). "Questioning the sixth mass extinction."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S0169-5347(25)00002-3. https://www.cell.com/trends/ecology-evolution/fulltext/S0169-5347(25)00002-3
[7] "Denying that we may be experiencing the start of the Sixth Mass Extinction paves the way for it to happen."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2025). https://www.cell.com/trends/ecology-evolution/abstract/S0169-5347(25)00157-0
[8] 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Celebrating 50 Years of Success in Wildlife Conservation." (2024). https://www.doi.gov/blog/endangered-species-act-celebrating-50-years-success-wildlife-conservation — 흰머리독수리 복원(1963년 417쌍→2007년 목록 해제), ESA 50년 99% 구조.
[9] NOAA Fisheries — 혹등고래 14개 개체군 중 9개 목록 해제; US DOI — 섬여우 3개 채널제도 아종 2016년 해제. IFAW (2024). https://www.ifaw.org/international/journal/animals-recovered-being-endangered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