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과 운석 — 공룡의 탄생과 최후

작성자

카테고리:

대멸종 ④ — 트라이아스기 말과 백악기 말, 공룡 시대의 시작과 끝

GaiaBeacon · 「여섯 번째 질문」 대멸종 시리즈 (6부작 중 4부)

공룡은 대멸종으로 태어나, 대멸종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흔히 공룡을 '운석에 멸종한 동물'로만 기억한다. 그러나 공룡이 어떻게 세상을 차지했는지는 잘 모른다. 답은 같다 — 또 다른 대멸종이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멸종은, 공룡 시대의 시작과 끝을 적은 두 개의 문이었다. 하나는 화산이 열었고, 하나는 하늘에서 떨어진 돌이 닫았다.

빈 왕좌를 물려받다 —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네 번째)

약 2억 100만 년 전이었다.[1] 지구는 지금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륙들이 하나로 붙어 있던 초대륙 판게아(Pangaea)가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 틈새를 따라 용암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중앙대서양 화성암군(CAMP, Central Atlantic Magmatic Province) — 오늘날 북아메리카에서 북아프리카, 유럽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화산 지대의 흔적이다.[1]

CAMP의 분출은 단순한 화산폭발이 아니었다. MIT 연구팀이 지르콘 U-Pb 연대측정법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CAMP의 분출 시점과 트라이아스기-쥐라기 경계(T-J 경계)의 대멸종 시점이 정밀하게 일치한다.[2] 더 정교한 분석은 이유도 밝혔다. 마그마가 탄소가 풍부한 퇴적분지를 관통하면서 유기물을 가열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대기로 내뿜었다.[3] 탄소 동위원소 기록에는 당시 대기 조성이 급변했다는 음의 이상(negative carbon isotope excursion) 신호가 남아 있다.

결과는 가혹했다. 화산재가 하늘을 덮어 '화산 겨울(volcanic winter)'이 닥쳤다. 기온이 급락했고, 이어 CO₂ 증가로 온난화가 찾아왔다. 이 급격한 기후 진동 속에서 약 76~80%의 생물이 사라졌다.[1] 그때까지 육지를 지배하던 거대 지배파충류(라우이수키아류 등)가 무너졌다. 얕은 바다를 채우던 수많은 해양 생물도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빈 왕좌가 생겼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그때까지 변방에서 작고 보잘것없이 살아가던 한 무리였다. 공룡이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깃털과 체온 — 공룡이 겨울을 버틴 방법

공룡을 '냉혈 파충류'로 보는 오래된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지금 학계의 시각은 다르다. 콜롬비아 대학교 래먼트-도허티 지구관측소(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의 연구를 비롯한 최근 연구들은, 트라이아스기 말 화산 겨울이 공룡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본다.[1]

그 핵심 근거는 2014년 *Science*에 발표된 Grady 등의 연구다.[4] 이 논문은 공룡이 변온동물(외온성)과 항온동물(내온성) 사이의 중간인 '중온성(mesothermy)'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어류나 도마뱀처럼 완전히 외부 온도에 기대지도, 포유류처럼 에너지를 태워 체온을 완전히 유지하지도 않는 — 그 중간 어딘가였다는 것이다.

공룡의 체온 전략은 종류와 크기에 따라 달랐다. 티라노사우루스처럼 거대한 육식공룡은 자체 대사열에 의존하는 쪽에 가까웠다. 작은 공룡은 외부 온도에 더 의존했다. 거대 초식공룡은 몸집 자체가 열을 가두는 '거대항온(gigantothermy)' 방식으로 체온을 유지했다. 그리고 많은 공룡들에게는 깃털처럼 기능하는 단열 구조물이 있었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이 '어느 정도의 자체 발열'이었다. 화산 겨울의 추위 속에서, 완전히 외부 온도에 의존하던 경쟁자들이 쓰러질 때 공룡은 버텼다. 멸종이, 공룡에게 세상을 열어준 셈이다.[1][4]

이후 공룡은 1억 6천만 년을 지구의 주인으로 살았다.[1] 지금 인류 문명의 역사가 채 1만 년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시간이 얼마나 긴지 체감하기 어렵다. 1만 년짜리 자를 나란히 16,000개를 놓아야 겨우 닿는 시간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끝 — 백악기 말 대멸종 (다섯 번째)

약 6,600만 년 전, 하늘에서 산(山) 하나가 떨어졌다.[2]

지름 10~15킬로미터의 운석이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 앞바다에 충돌했다. 충돌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수십억 개를 동시에 터뜨린 것에 상당했다. 그 자리에 지름 약 180~200킬로미터의 거대한 분화구(칙술루브, Chicxulub)가 생겼다.[2]

충돌 순간, 거대한 화구가 열리며 용융된 암석이 우주 경계 너머까지 튀어 올랐다. 이것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적외선 복사를 발생시켰고, 지구 전면에서 숲이 타올랐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다. 이어 수십억 톤의 먼지와 그을음, 황산염 에어로졸이 대기 상층을 가득 채웠다. 태양빛이 차단됐다 — '충돌 겨울(impact winter)'이다.

식물은 햇빛 없이 광합성을 멈췄다. 초식동물이 굶어 죽었다. 육식동물도 따라 죽었다. 먹이사슬이 통째로 무너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약 76%의 동식물 종이 사라졌고,[2] 그 중에는 '새가 아닌 모든 공룡'이 있었다.

화산과 운석 — 두 원인 사이의 논쟁

백악기 말 대멸종은 다른 네 번의 멸종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외부 충격' — 즉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방아쇠를 당겼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K-Pg 경계(백악기-고제3기 경계)의 지층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리듐(iridium) 이상층이 발견된다. 이리듐은 지구 표면에는 희귀하지만 소행성에는 풍부한 원소다. 칙술루브 충돌의 증거는 이 이리듐 층 외에도 충격 석영(shocked quartz), 구형의 용융 방울(spherule) 등 전 지구적 지층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10년, 국제 패널 41명의 전문가가 기존 증거를 종합 검토한 결과 칙술루브 충돌을 주원인으로 결론 내렸다.[2]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K-Pg 경계 전후로 인도 아대륙의 데칸 고원에서도 대규모 화산 분출이 있었다 — 데칸 트랩(Deccan Traps)이다. 홍수 현무암(flood basalt) 용암이 인도 대륙 중서부를 두꺼운 현무암층으로 덮었다. 이 분출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고 해양을 산성화해 멸종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있다.[3]

*Science*에 발표된 2019년 연구는 데칸 트랩의 분출 시점과 K-Pg 경계의 관계를 정밀 재분석했다.[5] 2025년에는 AI 기반 기후 모델을 활용한 연구에서 "데칸 트랩 화산 활동만으로도 K-Pg 멸종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 발표됐다.[6] 반면 PNAS에 발표된 2020년 연구는 칙술루브 충돌 겨울 시나리오로 비조류 공룡의 서식지가 치명적으로 손상됨을 확인했고, 데칸 화산만으로는 같은 수준의 멸종을 재현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7]

결론은 아직 열려 있다. 운석 충돌이 주원인이라는 국제 컨센서스는 유지되지만, 데칸 트랩(Deccan Traps) 화산이 배경 스트레스로, 혹은 독립적 파동으로 멸종에 기여했다는 논쟁은 2026년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역할의 크기는 학계에서 여전히 논의 중이다.[3][5][6][7]

두 원인이 겹쳤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운석이 먼저 치명상을 입혔고, 화산이 그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1억 6천만 년을 군림한 왕조의 끝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모든 공룡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작은 깃털 공룡의 한 갈래가 살아남았다 — 오늘날의 새(조류)다. 지금 창밖에서 지저귀는 참새는, 6,600만 년의 시간을 건너온 공룡의 후손이다. 트라이아스기 말에 화산 겨울을 버텨낸 그 깃털과 체온이, 백악기 말 충돌 겨울에도 다시 한 번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생존자가 있었다. 지하의 굴 속에서, 어둠과 추위와 굶주림을 버틴 작은 짐승들 — 포유류, 곧 우리의 먼 조상이다. 이들은 공룡이 지배하던 1억 6천만 년 동안 늘 변방에 있었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벌레를 잡아먹고, 낮은 체온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진화했다. 그 긴 시간의 변방이 충돌 겨울에는 구원이 됐다.

역설이다. 운석이 없었다면, 인류도 없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 거대한 죽음 덕분이다.

적응과 속도 — 두 멸종이 남긴 교훈

앞선 멸종들이 '균형의 붕괴'를 가르쳤다면 — 온난화, 무산소, 산성화라는 지구 시스템의 교란이 생태계를 서서히, 혹은 빠르게 무너뜨리는 과정 —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주인의 교체'를 가르친다. 한 시대를 지배하던 생명도 영원하지 않으며, 거대한 변화 앞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자가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한 자라는 것. 화려한 거대 파충류가 아니라, 깃털과 체온과 작은 몸과 굴이 살아남았다.

생태계 변화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변화의 '속도'가 생존 여부를 가른다는 점이다. 트라이아스기 말의 화산 분출도, 백악기 말의 운석 충돌도 — 생태계가 적응할 겨를을 주지 않았기에 그토록 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적응이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의 변화. 그것이 대멸종의 본질이다.

공룡은 1억 6천만 년을 군림했다. 인류의 문명사는 그 10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토록 긴 지배도 한순간에 끝났다는 사실은, 자만이 아니라 겸손을 가르친다.

공룡은 대멸종으로 태어나 대멸종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우리가 섰다.

다섯 번의 대멸종을 지나며 지구는 매번 다시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이 빈 왕좌를 채웠고, 또 다른 시대가 열렸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질문이다 — 지금 왕좌에 앉은 우리는, 어떤 변화를 부르고 있는가. 다음 편, 여섯 번째 이야기로 간다.

출처

[1] Columbia University 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 Wikipedia, "Triassic–Jurassic extinction event" (https://en.wikipedia.org/wiki/Triassic%E2%80%93Jurassic_extinction_event) — 트라이아스기 말 연대(약 2억 100만 년 전), CAMP 화산, 공룡 부상; 멸종률 약 76~80%

[2] Wikipedia, "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 event" (https://en.wikipedia.org/wiki/Cretaceous%E2%80%93Paleogene_extinction_event); Britannica, "Chicxulub impactor" — K-Pg 운석 충돌, 칙술루브 분화구 지름 약 180~200km, 멸종률 약 76%

[3] AMNH(미국자연사박물관); Wikipedia, "Deccan Traps" — 데칸 트랩(Deccan Traps) 화산과 백악기 말 멸종

[4] Grady, M.M. et al. (2014). "Evidence for mesothermy in dinosaurs." *Science*, 344(6189), 1268–1272.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253143) — 공룡 중온성(mesothermy) 증거

[5] Sprain, C.J. et al. (2019). "The eruptive tempo of Deccan volcanism in relation to the Cretaceous-Paleogene boundary." *Scienc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av1446) — 데칸 트랩 분출 시점과 K-Pg 경계의 관계

[6] "Deccan Traps Volcanism Alone Was Sufficient to Induce End-Cretaceous Extinction, AI Study Shows." *Sci.News* (2025). (https://www.sci.news/paleontology/deccan-traps-volcanism-end-cretaceous-extinction-12487.html) — AI 기반 기후 모델 분석, 데칸 트랩 독립 기여 가설

[7] Chiarenza, A.A. et al. (2020). "Asteroid impact, not volcanism, caused the end-Cretaceous dinosaur extinction." *PNAS*, PMC7382232.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006087117) — 칙술루브 충돌 주원인 분석

[8] Blackburn, T.J. et al. (2013). "Zircon U-Pb Geochronology Links the End-Triassic Extinction with the Central Atlantic Magmatic Province." *Scienc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234204) — CAMP 분출과 T-J 경계 멸종의 동시성 확인

[9] Capriolo, M. et al. (2017). "End-Triassic mass extinction started by intrusive CAMP activity." *Nature Communications*, PMC5460029. (https://www.nature.com/articles/ncomms15596) — CAMP 마그마의 퇴적분지 관통과 유기물 탈기 메커니즘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