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③ — 지구가 지층에 새긴 가장 오래된 경고, 페름기 말
GaiaBeacon · 「여섯 번째 질문」 대멸종 시리즈 (6부작 중 3부 · 하이라이트)
페름기 말 거대한 죽음은 얼마나 심각했나? 약 2억 5,200만 년 전 해양 종 약 81~96%, 육상 척추동물 약 70%가 사라진 지구 역사상 최악의 멸종이다. 시베리아 화산이 막대한 탄소를 쏟아내 온난화, 해양 산성화, 무산소의 삼중 타격을 일으켰다.
숫자 하나가 지구의 역사를 가른다. 2억 5,200만 년.
그 시절, 지구는 거의 죽었다. 해양 종 약 81~96%가 사라졌다. 역대 다섯 번의 대멸종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1][2][3] 육상 척추동물의 약 70%가 자취를 감췄다.[3] 바다에서는 삼엽충이 완전히 끊겼고, 육지에서는 얼마 전까지 번성하던 척추동물 목(目)들이 한꺼번에 지워졌다. 과학자들은 이 사건에 담담한 이름을 붙였다 — '거대한 죽음(The Great Dying)'. [1]
왜 이 사건이 다섯 번의 대멸종 가운데서도 하이라이트인가.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오르도비스기에는 빙하가 있었고, 백악기 말에는 운석이 있었다. 저마다 이유가 달랐다. 그런데 페름기 말은 다르다. 이 멸종이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현상과, 그 원인의 구조까지 가장 닮아 있다. 화산이 했던 일을, 지금은 우리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우리는 가장 오래 들여다봐야 한다.
범인: 시베리아가 불탔다

이 거대한 죽음을 부른 방아쇠는 화산이었다.
지금의 시베리아 자리에서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이라 불리는 거대한 홍수 현무암(flood basalt) 지대가 끓어올랐다. 홍수 현무암이란 균열을 따라 용암이 넘쳐흐르듯 쏟아져 나오는 대규모 화산 분출 형태다. 시베리아 트랩이 만들어낸 현무암 지대는 현재 면적으로 약 700만 km²에 달하며, 이는 한반도 면적의 약 32배에 해당한다. 전체 분출 기간은 약 수십만 년~수백만 년에 걸쳐 지속됐으며, 핵심 분출 펄스는 수십만 년 이내에 집중됐다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1][2]
이 분출이 대기와 바다로 쏟아낸 이산화탄소는 수십조~100조 톤 이상으로 추정된다(연구에 따라 편차가 크다).[2] 인류가 매년 화석연료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약 370~400억 톤 수준임을 감안하면, 시베리아 트랩이 수십만 년에 걸쳐 축적한 탄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마그마가 지하 석탄층과 증발암층을 관통하며 가열해, 지구가 제 안의 석탄을 스스로 태운 셈이 됐다는 연구도 있다.[2] 화산이 폭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 화산이 탄소로 가득한 지층 자체를 조리기로 쓴 것이다. 짧은 지질학적 시간에 막대한 탄소가 대기로 쏟아졌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구조다.
삼중 타격: 데우고, 녹이고, 숨 막히게 했다

막대한 탄소가 대기를 채우자, 결과는 세 겹으로 들이닥쳤다.
첫째, 급격한 온난화. 적도 바다의 수온이 약 8~10℃ 상승 폭으로 치솟았다.[3] 현재 지구온난화의 전 지구 평균 상승치가 겨우 1.1~1.2℃(2024년 기준)임을 생각하면, 8~10℃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 지금 우리가 1℃ 상승에 홍수, 폭염, 산호 백화로 두려움을 느끼는데 — 페름기 말은 그 여덟 배에서 열 배의 충격을 받았다. 극지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바닷물은 대류를 잃기 시작했다.
둘째, 해양 산성화. 대기의 이산화탄소는 바다로 녹아들어 바닷물을 산성으로 바꾼다. pH가 낮아지면 탄산칼슘으로 껍데기나 골격을 만드는 생물들 — 조개, 완족류(腕足類), 산호 — 이 제 몸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껍데기가 녹고, 골격이 무너진다. 페름기 말 바다에서 이들이 녹아 사라진 것은 이 때문이다.[3][4] 오늘날에도 관측되는 현상이다 — 현재 바다의 평균 pH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이미 0.1 단위 낮아져 있다.
셋째, 질식 — 해양 무산소(anoxia). 가장 치명적인 타격은 이것이었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차가울 때보다 산소를 적게 머금는다. 온난화로 인해 표층수와 심층수의 대류 순환이 약해지면서, 깊은 바다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다. 무산소 상태는 해저부터 시작해 전 지구 바다로 번졌다.[4] 일부 바다에서는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가 활성화돼 독성 황화수소(H₂S)를 내뿜기까지 했다는 연구도 있다.[4] 이 독소는 대기로도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데우고, 녹이고, 숨 막히게 했다 — 생명에게 도망칠 곳이 없었다. 온난화 하나라면 극지로 피할 수 있다. 산성화 하나라면 일부 생물이 적응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세 타격이 동시에 들이닥치면, 어떤 생물도 전략을 짤 시간이 없다.
멸종의 해부: 누가, 얼마나 사라졌나
멸종률을 이야기할 때 한 가지를 먼저 짚어야 한다. "96%"라는 수치는 해양 종 수준의 상한 추정치다.[3] 연구 방법과 분류 수준에 따라 수치는 달라진다. 속(genus) 수준으로 분석하면 56~69%, 더 정확한 외삽(extrapolation)을 거친 최근 연구는 종 수준에서 81%를 제시한다.[3] "해양 종 81~96%"라는 범위가 현재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어느 수치를 택하든 공통점은 하나 — 이것이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생물학적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가장 상징적인 희생자는 삼엽충이다. 5억 년 가까이 해저를 누비던 이 절지동물은 페름기 말 이후 단 한 개체도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 완전한 종말이었다. 완족류, 방추충(紡錘蟲), 바다나리의 대다수가 함께 사라졌다. 산호초 생태계는 사실상 전멸했고, 바다는 텅 빈 껍데기들의 묘지가 됐다. 육지에서는 수궁류(Synapsida, 포유류형 파충류) — 포유류의 먼 조상에 해당하는 계통 — 여러 목(目)이 사라지거나 극소수로 줄었다. 이 멸종이 없었다면 포유류로 이어지는 진화의 나무는 전혀 다른 가지를 뻗었을 것이다. 인류의 존재 자체가 페름기 말 생존자의 후손이다.
페름기 말 이후, 살아남은 생명들이 다시 다양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해양 무산소 해저가 회복되기까지 약 500만 년이 소요됐으며[4][5], 최신 연구(2025)는 생태계 다양성의 실질적 회복이 지역에 따라 5~10백만 년 이상 이어졌음을 보여준다.[5] 단순히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복잡한 먹이망과 역할 분담이 다시 짜이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 번 무너진 균형은, 인간의 시간으로는 영원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돌아왔다.
왜 살아남았나: 생존의 조건
생명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누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이 지옥 같은 시기를 통과한 생물들이 있다. 육지에서는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라는 수궁류가 페름기~트라이아스기 초에 개체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몸무게 10~20kg 정도의 이 초식동물은 다양성은 없었지만, 한동안 육지 척추동물의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번성했다. 어쩌면 경쟁자들이 모두 사라진 덕분이었다. 바다에서는 일부 상어류와 이매패류(二枚貝類, 이중 껍데기 조개) 소수가 극히 낮은 밀도로 명맥을 이어갔다.
생존자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 적응력. 음식을 가리지 않거나, 낮은 산소 환경을 견디거나, 작고 빠르게 번식할 수 있었던 것들이 살아남았다. 이 '병목(bottleneck)'을 통과한 소수의 계통에서 트라이아스기의 새로운 생태계가 시작됐다. 그 선택지 안에 포유류의 먼 조상도 있었다. 지구는 거의 죽었지만, 바로 그 경계에서 우리 계통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화산이 한 일을, 지금은 우리가 한다
2억 5,200만 년 전 시베리아 화산이 한 일 —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짧은 지질학적 시간에 쏟아부어 온난화, 해양 산성화, 산소 고갈을 한꺼번에 일으킨 일 — 을, 지금은 우리가 화석연료로 하고 있다. 메커니즘이 닮았다. 해양 조사 현장에서 측정되는 바다의 산성도, 여름 조사에서 확인되는 저층 무산소층, 기후 시리즈에서 다룬 온난화 (→ 기후 2도 시리즈 참고). 그 셋이, 바로 페름기 말 바다를 죽인 삼중 타격과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다른 점이 있다. 어쩌면 더 두려운 점이다. 시베리아 화산은 그 탄소를 수십만 년~수백만 년에 걸쳐 내뿜었다.[2]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 약 270년 만에 비교 가능한 탄소를 대기로 보내고 있다 — 학계는 그 속도를 수백~수천 배 이상 빠른 것으로 평가한다.[1][2] 속도에서, 우리는 이미 화산을 앞질렀는지도 모른다.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그 방향이 닮았다는 사실,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사실은 — 데이터가 말한다. 지구는 이전에도 이 실험을 한 번 치렀다. 그 결과를 우리는 지층에서 읽는다. 그 지층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페름기에 없던 유일한 무기다.
지층에 새긴 경고
페름기 말은 지구가 스스로 지층에 새긴 가장 오래된 경고이자, 가장 정확한 거울이다.
"두려움을 정확히 알아야, 희망도 정확해진다."
페름기의 생명은 그 경고를 읽을 수 없었다. 삼엽충도, 방추충도, 대형 수궁류도 그 끝이 어디서 올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페름기에 없던 것이 있다 — 그 지층을 읽고, 그 기록이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하고, 선택을 바꿀 수 있는 눈이다. 같은 결말을 피할 기회는, 아직 우리 쪽에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가는 이 시대에, 지구는 또 다른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그 기록이 5,000만 년 후 누군가에게 읽힐 때, 어떤 이름이 붙을까.
자주 묻는 질문 (FAQ)
거대한 죽음의 방아쇠는 무엇이었나요?
시베리아 트랩이라 불리는 거대한 홍수 현무암 분출이 방아쇠였습니다. 약 70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지대는 마그마가 지하 석탄층과 증발암층을 관통해 가열하면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짧은 지질학적 시간에 대기로 쏟아냈습니다.
삼중 타격이란 무엇인가요?
적도 해수온이 약 8~10도 상승한 급격한 온난화,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 껍데기를 녹인 해양 산성화, 따뜻해진 물이 산소를 잃은 해양 무산소 세 가지입니다. 세 재앙이 동시에 들이닥쳐 생명에게 도망칠 곳이 없었습니다.
멸종률 96퍼센트는 정확한 수치인가요?
96퍼센트는 해양 종 수준의 상한 추정치입니다. 속 수준으로 분석하면 56~69퍼센트이며, 최근 외삽 연구는 종 수준 81퍼센트를 제시합니다. 해양 종 81~96퍼센트가 현재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해양 무산소 해저가 회복되기까지 약 500만 년이 소요됐습니다. 2025년 최신 연구는 생태계 다양성의 실질적 회복이 지역에 따라 5~10백만 년 이상 이어졌음을 보여줍니다. 한 번 무너진 균형은 인간의 시간으로는 영원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서야 돌아왔습니다.
출처
[1] MIT News. "Siberian Traps likely culprit for end-Permian extinction." (2015). https://news.mit.edu/2015/siberian-traps-end-permian-extinction-0916
[2] PNAS (2021). "Massive and rapid predominantly volcanic CO₂ emission during the end-Permian mass extinction." 118(37). PMC8449420.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014701118
[3] Marshall, C.R. (2023). "Forty years later: The status of the 'Big Five' mass extinctions." *Cambridge Prisms: Extinction*. PMC11895713.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895713/ ; Stanley, S.M. (2016). PNAS (종 수준 81% 외삽 근거); EBSCO Research. "Permian-Triassic extinction event (Great Dying)." https://www.ebsco.com/research-starters/geology/permian-triassic-extinction-event-great-dying
[4] PNAS (2016), doi:10.1073/pnas.1515080113 — 페름기 말 해양 산성화·무산소(anoxia)와 지구 시스템 회복 지연
[5] PMC12860686 (2025). 페름기 말 생태계 회복 타이밍 연구 — 회복에 약 500만~1,000만 년 소요.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860686/
사진: Ali Goode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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