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숫자는, 지금 어디까지 왔나
이 숫자에 대하여
429.1라는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1ppm은 정확히 무엇의 비율인가
ppm은 ‘백만분의 일(parts per million)’입니다. 그런데 무엇의 백만분의 일일까요 — 무게일까요, 부피일까요, 개수일까요?
답은 분자의 개수입니다. 429.1ppm이란 공기 분자 100만 개 중 이산화탄소 분자가 431개쯤라는 뜻입니다. 과학 용어로는 ‘몰분율’이라고 하며, 정식 단위는 μmol/mol(마이크로몰 퍼 몰)로 씁니다.
무게로 재면 값이 달라집니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평균보다 무거워서, 무게 기준으로는 약 1.5배인 650ppm쯤이 됩니다. 그래서 “무게로 100만분의 431″이라고 하면 틀린 말이 됩니다.
이렇게 적은 양이 왜 문제가 되느냐면, 이산화탄소가 지구가 우주로 내보내는 열을 붙잡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이전 약 280ppm에서 지금 429.1ppm까지, 150ppm 남짓 늘어난 것이 지난 200년의 기후를 바꿔놓았습니다.
2화산에서 잰 값을, 믿어도 되나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의문입니다. 관측소는 활화산인 마우나로아의 북사면, 해발 약 3,400m에 있습니다. 화산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위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잰다니, 이상하게 들리는 게 정상입니다.
사실 이 의심은 인터넷 시대에 생긴 게 아닙니다. 1958년 관측이 시작될 때부터 제기됐습니다. 킬링은 훗날 회고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다행스러운 성질이 있습니다. 분기공은 화산이 폭발할 때만이 아니라 늘 일정하게 가스를 내뿜습니다. 그래서 값이 튀는 시점은 ‘화산 활동의 변화’가 아니라 ‘바람 방향’이 정합니다. 예측 가능하다는 뜻이고, 그만큼 걸러내기 쉽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화산이 내뿜는 양 자체도 생각보다 작습니다. 미 해양대기청은 1984년 분화 직후 마우나로아의 배출량이 “인구 4만 명 도시 하나” 수준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3누가 이 기록을 시작했나
찰스 데이비드 킬링(1928~2005). 1950년대 중반, 20대의 그는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학계가 발표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값이 150에서 350ppm까지 제각각이었던 것입니다. 값이 들쭉날쭉했던 게 아니라, 제대로 재는 방법이 아직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온도·압력·부피를 0.1% 정밀도로 다루는 측정 장치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55년 여름, 캘리포니아 빅서 일대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밤낮없이 공기를 모았습니다. 실험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정교한 채집이었습니다. 훗날 그는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스스로 이렇게 적었습니다.
1958년 3월 29일, 마우나로아에서 첫 값이 기록됩니다. 313ppm.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게 됩니다 — 이산화탄소 농도가 여름에 내려가고 겨울에 올라가는 톱니 모양의 리듬이었습니다.
북반구의 숲과 들판이 숨 쉬는 흔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곡선은 해마다 약 6ppm씩 오르내립니다. 다만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도, 매년 바닥 값은 조금씩 높아집니다.
4왜 이 숫자를 믿을 수 있나
측정하는 사람에게 계기는 믿어야 할 대상입니다. 믿을 수 없다면 잴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측정의 진짜 일은 계기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킬링이 한 일도 그것이었습니다. 그는 시판되는 적외선 분석기를 썼지만, 그 계기가 무엇에 묶여 있는지를 따졌습니다. 계기의 눈금은 결국 다른 무언가에 맞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온도와 압력, 부피처럼 흔들리지 않는 물리량에 직접 묶어두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방식이 지금도 세계 표준의 맨 윗단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관측소가 쓰는 기준 가스는, 1년 반마다 바로 그 방법으로 다시 검증됩니다.
측정의 신뢰는 좋은 기계 하나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기준을 스스로 쥐고, 계속 맞추고, 독립된 두 번째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568년 동안 한 번도 끊기지 않았나
거의 그렇습니다. 그런데 딱 한 번의 초기 공백은, 뜻밖의 이유로 생겼습니다.
1964년 봄, 석 달간 기록이 비어 있습니다. 화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예산이 끊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킬링의 연구를 “routine(일상적 반복 작업)”이라고 규정하며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훗날 같은 기관이 기후를 경고할 때, 바로 이 데이터를 썼습니다.
반대로 2022년 11월 마우나로아가 실제로 분화해 용암이 관측소 진입로 1.8km를 9m 두께로 덮었을 때는, 열흘 만에 34km 떨어진 다른 산에 예비 장비가 세워졌습니다. 기록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 NOAA Global Monitoring Laboratory — 측정 방법, 건조공기 몰분율 정의, 배경 공기 선별 기준(V·U·D 플래그), 기관 간 비교
· 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 CO₂ Program FAQ — 화산 영향에 대한 공식 답변
· NASA Science — “마우나로아 이산화탄소 측정에 화산가스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 Keeling, C.D.(1998), 「Rewards and Penalties of Monitoring the Earth」, Annual Review of Energy and the Environment 23:25–82 — 인용문 33쪽·38쪽·40쪽
· WMO Greenhouse Gas Bulletin — ppm 정의
※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며, 최신·공식 값은 각 기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