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Leonie Clough / Unsplash
세계 전기 이륜차 성장의 숨은 주역은 베트남이다. 대기질 개선이자, 일본·중국이 쥔 시장을 파고드는 산업 재편이다. (2026-07 기준·수치 잠정)
무슨 일이
세계에서 전기로 가장 빠르게 갈아타는 탈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오토바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전기 이륜·삼륜차는 세계적으로 약 1,100만 대 팔려 전체 이륜·삼륜차의 약 15%를 차지했다. 이 성장을 앞에서 끈 나라가 베트남이다. 판매가 1년 새 두 배로 뛰어(약 73만5,000대, 잠정), 새로 팔린 오토바이 다섯 대 중 한 대꼴(잠정 21.7%)이 전기였다 — 중국에 이은 세계 2위다. 오토바이 7,700만 대가 굴러다니는 ‘오토바이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변화라 무게가 다르다.

왜 그런가 — 배경
1차 동기는 숨 막히는 공기다. 하노이는 올해 초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질을 기록했고, 도시 배출의 절반 이상이 교통에서 나온다. 정부는 하노이 도심(1환로)부터 화석연료 오토바이를 2026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2028년 2환로·2030년 3환로로 넓히는 로드맵을 내놨다(전국 친환경 전환 목표는 2050년). 여기에 등록세·특별소비세를 깎아주고 국산차를 밀어주자, 값싼 자국 브랜드 빈패스트(VinFast)가 2025년 전기 오토바이 40만 대를 팔며 점유율 1위(약 43%, 잠정)로 올라섰다.
그래도 아직 ‘입구’다
다만 이건 전환의 시작점이다. 전기 이륜차는 아직 전체 이륜차의 약 5분의 1 수준이고, 하루 100㎞를 뛰는 배달 기사에게는 충전과 주행거리가 벽이다. 급하게 밀어붙인 금지 일정에는 생계 걱정도 따라붙는다. 그리고 이 전환에는 환경 말고 다른 얼굴도 있다. 호주국립대의 한 연구자는 이 전환을 두고 “환경 보호로 위장한 산업·개발 정책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왜 중요한가 — 우리 시각
GaiaBeacon가 보기에 이건 ‘환경이냐 산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다. 대기질 개선은 진짜여서 반대할 명분이 없고, 동시에 베트남은 그 명분을 지렛대 삼아 자국 산업을 키운다. 판이 짜이는 방식이 흥미롭다. 오토바이는 오랫동안 일본(혼다·야마하)이 시장의 8할을, 배터리는 중국이 쥐고 있었다. 그런데 ‘전기’로 갈아타는 순간 이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그 틈으로 베트남 업체가 비집고 들어간다. 실제로 전기 이륜차 시장은 이미 자국·중국계가 7할, 빈패스트가 1위다. 물론 ‘일본·중국 저격’이라 단정할 순 없다 — 혼다도 전기로 갈아타며 현지생산을 늘리고, 빈패스트조차 배터리 소재는 아직 상당 부분 중국산에 기댄다. 그럼에도 ‘환경이라는 반대할 수 없는 명분으로 후발국이 산업을 재편한다’는 그림은 뚜렷하다. 그리고 이 모델은 이미 인도네시아·인도·아프리카로 번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한국에는 기회다. 우리는 큰 오토바이 완성차는 약하지만, 배터리 셀·관리기술(BMS)·교체 인프라는 강하다. 삼성SDI는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세계 1위(약 31%)이고,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륜 배터리 교체사업을 굴린다. 실제로 2026년 5월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하노이시와 이륜 배터리 교체 시범사업 협약을 맺었다 — 차량이 아니라 ‘셀·교체 표준·그린금융’이라는 층에서 들어가는 한국의 자리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완성차로 정면충돌하는 대신, 현지 챔피언과 손잡고 부품·표준·금융을 대며 시장에 들어가는 것 — ‘베트남을 도우며 진입한다’가 가장 현실적이다. 개도국의 ‘환경을 앞세운 산업 전환’은 앞으로 더 늘어난다. 한국이 그 조용한 공급자가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환경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다음 시대의 경쟁력이다 — 지구를 지키는 일과 시장을 얻는 일이 겹치기 시작했다.
출처: IEA Global EV Outlook 2026 · ICCT 전기이륜차 분석 · 베트남 정부 총리 지침 20호 · Al Jazeera ·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발표 등. (수치는 2026-07 기준·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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