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삼키는 전기, 그 4분의 1을 잡는 사람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건물 안에서 보낸다. 사무실, 상가, 병원, 공장. 그런데 그 건물들이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는지는 잘 실감하지 못한다. 조명, 냉난방, 환기, 엘리베이터, 그리고 아무도 쓰지 않을 때조차 콘센트에 흐르는 대기전력까지 — 이 모든 것이 24시간 돌아간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상업용 건물은 전국 전력 소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만큼 ‘건물이 전기를 얼마나 똑똑하게 쓰느냐’는 개별 건물의 관리비 문제를 넘어, 국가 온실가스 감축(2030 NDC)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기를 덜 쓴다는 건 곧 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뜻이니까.

이번 ‘현장의소리’에서 만난 회사는, 바로 그 ‘건물이 쓰는 전기’를 줄이는 일을 한다. 서울 마포에 자리한 ㈜엠비에스 엔지니어링(대표 강형주)이다.

물에서 시작해, 건물 에너지로

엠비에스의 뿌리는 뜻밖에도 ‘물’이다. 2004년 창립 이후 이 회사는 하천과 상수원의 수질을 실시간으로 재는 계측 기술로 자리를 잡았다. 채수·수질 측정과 관련한 특허를 여러 건 갖고 있고, 환경부장관 표창과 ISO 품질·환경 인증, 기업부설연구소까지 — 20년 동안 ‘환경을 측정하는’ 기술을 쌓아온 회사다.

“고객과 더불어 보다 나은 미래를 함께.” — 엠비에스가 오래 내걸어온 문장이다.

물을 재던 이 회사가 지금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건물 에너지 관리(BEMS)다. 건물 안의 설비·조명·전력을 자동으로 제어해 낭비를 줄이는 일. 환경을 ‘측정’하던 기술이, 환경 부담을 ‘줄이는’ 기술로 옮겨온 셈이다.

문제는 늘 ‘돈’이었다

건물 에너지를 아끼는 기술 자체는 새롭지 않다. 문제는 언제나 초기 비용이었다. 자동제어 시스템을 제대로 깔려면 적지 않은 목돈이 한 번에 들어간다. 절감 효과가 분명해도, 건물주 입장에선 “몇 년을 써야 본전을 뽑나”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그 문턱 앞에서 많은 건물이 “나중에”를 택해왔다.

엠비에스가 지금 LG전자와 손잡고 밀고 있는 건, 이 문턱을 낮추는 방식이다. LG전자의 빌딩 에너지 관리 솔루션 ‘BECON(비콘)’을 구독형(월정액)으로 제공하는 것. 큰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대신, 매달 정액 요금을 내면 설치·운영·유지보수·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묶어서 관리해준다. 자동차를 사는 대신 빌려 타는 것에 가깝다.

핵심은 ‘부담을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나누는 것’이다. 제안 자료에 따르면 이 구독형 서비스는 절감 목표에 못 미치면 협의해 환급하는 성과보장형 구조를 지향한다. 건물주가 지던 “효과가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을, 서비스 제공자가 함께 지겠다는 뜻이다.

현장의 숫자들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줄어들까. LG BECON 측이 제시한 실측 사례를 보면(특정 현장 기준·잠정) — 냉동기 운전을 최적화해 8.5%를 아낀 사례, 냉동기와 클린룸을 함께 제어해 16.9%를 줄인 사례, 그리고 아무도 쓰지 않는 기기의 대기전력을 자동 차단해 약 47%를 잘라낸 사례(공인시험기관 KTR 검증)가 있다. 회수 기간은 1~2년 안팎으로 제시된다.

물론 이 숫자들은 건물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건물에나 똑같이 적용되는 마법의 수치가 아니라, ‘잘 맞춰 제어하면 이만큼 여지가 있다’는 사례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건물 에너지 절감 수치 인포그래픽
상업용 건물이 쓰는 전기와, 자동제어로 아낄 수 있는 폭. 수치는 특정 현장 기준·잠정. (자료: LG BECON·KTR / 정리: GaiaBeacon)

여기서 엠비에스의 색깔이 드러난다. 시스템 회사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드는 건 아니다. 세상에 그런 회사는 없다. 검증된 부품은 사오고, 그것들을 하나로 엮어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꾸며 파는 것 — 그게 시스템 엔지니어링 회사의 본업이다. 엠비에스도 그렇다. 예컨대 현장 말단의 조명 제어에는 파나소닉의 ‘일체형 릴레이’ 같은 검증된 부품을 쓰되, 이를 LG BECON 같은 상위 통합 솔루션과 엮어 건물 전체가 하나로 돌아가게 설계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몫이다.

일체형 릴레이 조명제어 유닛
엠비에스가 시스템에 엮어 쓰는 현장 조명제어 유닛(부품: 파나소닉 일체형 릴레이). 자료: 엠비에스 제공.

부품 선택에도 이 회사의 원칙이 보인다. 파나소닉 릴레이는 값이 싸서 쓰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보통 다른 제품의 두 배가량 비싸다. 그런데도 굳이 쓰는 이유는 ’20년 무상보증’이 말해주는 내구성 때문이다. 한 번 천장 속이나 배전반 안에 들어가면 몇 년씩 손대기 어려운 것이 현장이다. 그런 곳에서는 싼 부품보다 ‘오래 말썽 없는’ 부품이 결국 이득이 된다. 복잡한 배선을 정리하고, 먼지 많은 현장에서도 견디게 하고, 지하철 역사·공원 가로등·프랜차이즈 매장처럼 제각각인 공간에 맞춰 제어를 짜 넣는 일. 부품을 파는 게 아니라 ‘오래 돌아가는 시스템’을 파는 것이 20년 엔지니어링 회사의 일이다.

왜 건물 에너지가 ‘기후의 최전선’인가

우리가 이 이야기를 ‘환경’ 코너에서 다루는 이유는 분명하다. 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고도 탄소를 줄이는 가장 빠른 길 중 하나가, 이미 지어진 건물이 전기를 덜 쓰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확실하다. 게다가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는 시대에, 에너지를 아끼는 건물은 곧 경쟁력 있는 건물이 된다. 환경에 좋은 일이 지갑에도 좋은, 드물게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물을 재는 일로 출발해 건물의 에너지를 다루는 자리까지 온 한 기술 회사가, 이제 ‘구독’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 문턱을 낮추려 하고 있다. 건물이 삼키던 전기의 4분의 1 — 그 큰 덩어리를 조금씩 되찾는 현장의 이야기다.


이 글은 엠비에스 엔지니어링이 제공한 자료와 회사 소개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본문의 절감률 수치는 LG BECON 및 공인기관 검증 자료(특정 현장 기준)를 인용한 것으로, 건물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현장의소리 · 업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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