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재는’ 사람들

‘수질 좋음!’, ‘수질 나쁨!’ — 그 한마디 뒤에는 정밀한 측정 과학이 있습니다. 물이 깨끗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정확히 재야’ 합니다. 그 ‘재는 일’을 붙들어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의 ㈜기술과환경 — 물을 측정하는 센서를 직접 개발하고, 만들고, 교정까지 하는 국내 몇 안 되는 회사입니다.

“물을 정확하고 손쉽게” — 시작과 철학

㈜기술과환경은 2010년 1월 문을 열었습니다. 회사가 내건 목표는 단순하고 분명합니다 — “인간과 모든 생명의 원천인 물을 정확하고 손쉽게 측정하여, 수환경의 개발·보전·연구·정책에 관계하는 이들에게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름에 ‘기술’과 ‘환경’을 나란히 둔 뜻 그대로, 환경에 기술을 접목해 물을 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방향입니다.

이 회사의 특징은 센서를 개발–생산–판매–교정(사후관리)까지 직접 한다는 점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쓰면서 나온 문제를 다시 제품에 반영하는 ‘선순환’. 그리고 표준이 바뀌어도 과거에 쌓은 데이터와의 호환을 지키는 일 — 측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관성’을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하나의 몸체로 16개를 잰다 — 대표 제품 M-3000U

대표 제품은 M-3000U 다항목수질측정기입니다. 핵심은 ‘하나의 몸체(Sonde)에, 필요한 항목별 센서를 부착해 여러 수질 항목을 동시에 측정’한다는 점입니다. 수온·전도도·용존산소(DO)·pH·탁도·수심·클로로필·질산염·염화물·남조류·적조류 등 16개 항목을 한 번에 잽니다. 광학식 센서를 써서 장시간 모니터링과 휴대용 측정에 두루 맞고,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입니다.

M-3000U 측정항목
M-3000U 측정항목 — 하나의 Sonde로 16개 동시 측정
교정 수조에서 센서 점검
교정 수조에서 센서를 표준값에 맞춰 점검하는 모습

‘형식승인’ — 보이지 않는 신뢰의 자격증

수질 측정에는 일반인에게 낯선 ‘인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형식승인입니다. 한국은 측정 자료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공적인 자료(법률에 근거해 쓰이는 데이터)는 ‘형식승인’을 받은 장비로 측정한 값만 인정합니다. 그래서 국가기관이 측정 장비를 사거나 쓸 때는 형식승인 장비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술과환경은 환경부 형식승인(용존산소·pH·부유물질 등)을 취득하며 이 자격을 갖춰 왔습니다. ‘인증받은 국산 장비’라는 사실은, 공공 수질 데이터의 신뢰가 이 작은 회사의 기술 위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환경공단·기상청·국립수산과학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에 장비를 납품해 왔고, 2015년에는 한국환경공단과 ‘클로로필-a 다항목수질측정기’ 실증화(성과공유제)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측정의 진짜 어려움 — ‘교정’과 ‘표준물질’

대표가 가장 강조한 것은 의외로 화려한 신기술이 아니라 교정(Calibration)이었습니다. “모든 계측기는 결국 표준과 비교하는 ‘비교기’”라는 것. 센서는 시간이 지나면 신호가 변하기 때문에, 일정 주기로 표준과 맞춰주지 않으면 측정값이 어긋납니다. 5% 오염된 표준물질로 교정한 기기는, 최소 5% 오차를 안고 측정하는 셈입니다.

㈜기술과환경 대표
㈜기술과환경 대표 — “모든 계측기는 결국 표준과 비교하는 ‘비교기’다”

특히 클로로필(녹조의 지표)은 까다롭습니다. 법은 아세톤 추출법을 쓰지만 현장 기기는 형광측정을 하고, 제조사·모델마다 교정 시약과 기준이 달라 같은 물도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대표는 “근본 해결책은 공인기관이 국가 표준을 지정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 측정의 신뢰는 결국 ‘무엇과 비교하느냐’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산화의 의미, 그리고 작은 시장의 현실

장비가 ‘국산화’된다는 건 단순한 애국 구호가 아닙니다. 운용 효율의 문제입니다. 외국 장비는 구입·운영·유지보수 비용이 크고, 고장이 나면 수리·보정에 오랜 시간이 걸려 그동안 측정이 멈춥니다. 국산 장비는 빠른 수리와 사후관리로 그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국산 vs 수입 수질 센서
국산의 강점은 ‘수리·유지보수·신뢰성’에 있다 (대표 추정 국산화 수준: 미국 100 · 중국 95 · 한국 60)

문제는 시장입니다. 한국 물산업 시장이 너무 작아, 제조사가 국내만 보고 제품을 개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출길을 찾지만, 미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 끼어 세계 시장 진출은 고전 중입니다. “환경산업은 정체하고 있다”는 대표의 진단은, 한 회사의 어려움이 아니라 한국 환경계측 산업 전체의 현실을 비춥니다.

‘측정 없이는 관리도 없다’

깨끗한 물을 지키자는 말은 많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얼마나 더러운지 정확히 재지 못하면, 지킬 수도 관리할 수도 없습니다. 물의 신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런 센서와 교정 위에 서 있습니다. ㈜기술과환경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분명합니다 — 환경을 지키는 일은, 정확히 재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

자주 묻는 질문 (FAQ)

Q. ‘형식승인’이 뭔가요?
A. 한국이 측정 자료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운영하는 인증 제도입니다. 법에 근거해 쓰이는 공적 데이터는 형식승인을 받은 장비로 측정한 값만 인정되며, 국가기관은 형식승인 장비를 쓰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Q. 다항목수질측정기 M-3000U는 무엇을 재나요?
A. 하나의 몸체(Sonde)에 항목별 센서를 붙여 수온·pH·용존산소·탁도·클로로필·남조류·적조류 등 16개 항목을 동시에 측정합니다.

Q. 측정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A. ‘측정 없이는 관리도 없다’ — 무엇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정확히 알아야 관리·정책이 가능합니다. 그 정확함은 ‘교정’과 ‘표준물질’에서 나옵니다.


현장의 소리 · 업체 소개
㈜기술과환경 — 환경계측기(수질 센서) 개발·제조 · 홈페이지 watersensor.co.kr

이 글은 ㈜기술과환경 홈페이지(연혁·인사말·제품)와 사전 인터뷰 답변, 편집부 현장 확인을 바탕으로 정리한 ‘현장의 소리’ 업체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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