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hmet Yüksek / Pexels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실제 블랙매스를 촬영한 자료 사진은 아닙니다.
전기차에서 떼어낸 배터리를 부숴 만든 검은 가루가, 광산에서 새로 캔 광석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2026년 들어 이 가루의 값은 원료 시세의 100%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한국의 대표 재활용 기업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값이 오르는데 왜 돈은 못 벌까요. 폐배터리 재활용에서 값과 이익이 따로 움직이는 이유, 그리고 지금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무슨 일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중간에 나오는 물질을 블랙매스(black mass)라고 부릅니다. 배터리를 방전시키고 분쇄한 뒤 껍데기와 플라스틱을 걸러내면 남는 검은 가루인데, 여기에 리튬·니켈·코발트·망간이 들어 있습니다.
이 가루의 값은 페이어블(payable)이라는 비율로 매깁니다. 새로 캔 광물의 시세를 100으로 놓고 그 몇 퍼센트를 주고 사느냐입니다. 오래도록 이 값은 60~70% 언저리였습니다. 가루에서 금속을 뽑아내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원료보다 싸게 사야 남는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2026년에 그 선이 무너졌습니다.
| 시점 | 페이어블 | 무엇 기준인가 | 평가기관 |
|---|---|---|---|
| 2023년 9월 | 65~70% | 한국 도착 NCM | Fastmarkets |
| 2026년 1월 7일 | 87.5% (사상 최고) | 한국 도착 NCM | Fastmarkets |
| 2026년 1월 7일 | 100% 초과 | 고순도 블랙파우더 | Fastmarkets |
| 2026년 1분기 | 140% | 공장에서 나온 생산 스크랩 | Benchmark |
| 2026년 1분기 | 91% | 폐차에서 나온 배터리 | Benchmark |
| 2026년 5월 11일 | 135~140%(아시아) · 125~130%(북미) · 115~125%(유럽) | — | Benchmark |

⚠️ 여기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100%를 넘긴 것은 주로 공장에서 나온 생산 스크랩입니다. 배터리를 만들다 나온 불량품이라 성분이 일정하고 순도가 높습니다. 실제로 다 쓴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는 91~106%대입니다. “폐배터리가 광석보다 비싸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어느 폐배터리인지를 빼면 절반만 맞는 말이 됩니다.
같은 기간 리튬값도 크게 움직였습니다. 탄산리튬 선물은 2026년 5월 톤당 18만 6,300위안까지 올랐다가, 8월 초에는 14만 위안대로 내려왔습니다. 1년 전과 견주면 여전히 두 배 가까운 수준입니다.
폐배터리 재활용, 왜 값과 이익이 따로 노나
값이 뒤집힌 이유는 세 가지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원료가 부족합니다
재활용 공장은 지어졌는데 넣을 것이 없습니다. 한국무역협회 집계로 전 세계 폐배터리 처리 능력은 120만 톤인데 실제 투입량은 44만 톤입니다. 가동률 37%입니다. 유럽은 더 심합니다. 프라운호퍼 ISI는 2030년 유럽의 전처리 설비가 52만 톤에 이르지만 나올 물량은 27만 톤에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유럽은 지금 블랙매스를 수출하는 쪽입니다.
빈 공장이 많으면 원료 확보 경쟁이 붙습니다. 남는 값을 계산하기 전에 일단 사야 공장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관세를 절반으로 내렸습니다
이 경쟁이 얼마나 실제인지 보여주는 일이 올해 초에 있었습니다. 중국은 2026년 1월 1일부터 배터리 스크랩 수입 관세를 6.5%에서 3%로 내렸습니다. 이유로 든 것이 “광산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포화 상태에 이른 자국 내 재활용 시설의 원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세계 최대 처리 능력을 가진 나라가, 그 설비를 채울 원료가 없어서 관세를 내려 밖에서 빨아들이기로 한 것입니다. 원료 쟁탈전이 관세라는 형태로 정책이 된 셈입니다.
값이 올라도 마진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재활용 회사는 가루를 사서 금속을 팔아 그 차액으로 삽니다. 리튬값이 오르면 파는 값도 오르지만, 사 오는 가루 값이 같이 오릅니다. 그것도 더 빨리 오릅니다. 경쟁이 붙기 때문입니다.
Fastmarkets는 2023년 9월 이미 “페이어블 60%를 넘게 주고 사면 정련 마진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짚었습니다. 그 무렵 아시아 재활용사들이 매입을 중단한 일도 있었습니다. 지금 페이어블은 그때의 두 배 안팎입니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이 값은 어떻게 움직였나
| 시점 | 무슨 일이 있었나 |
|---|---|
| 2022년 11월 | 탄산리튬 톤당 약 59만 위안. 사상 최고 |
| 2023~2024년 | 급락. 미국 연평균 기준 톤당 3만 9,000달러(2023) → 1만 1,800달러(2024) |
| 2023년 9월 | 페이어블 65~70%. 아시아 재활용사 매입 중단 |
| 2025년 8월 | 중국 장시성 젠샤워 광산 채굴 허가 만료 |
| 2026년 1월 1일 | 중국, 배터리 스크랩 수입 관세 6.5% → 3% |
| 2026년 1월 7일 | 페이어블 사상 최고 87.5%, 고순도는 100% 돌파 |
| 2026년 5월 | 탄산리튬 18만 6,300위안. 연중 최고 |
| 2026년 6월 29일 | 젠샤워 광산 재가동 |
| 2026년 8월 초 | 14만 위안대로 하락 |
눈여겨볼 것은 2026년 상반기 세계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2%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사실입니다. 수요가 두 배가 된 것이 아닙니다. 값을 움직인 것은 공급 쪽 사정이었습니다.
진행형입니다 — 아직 결론이 아닙니다
지금의 높은 페이어블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원료가 부족해서 생긴 값이므로, 폐차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반대로 EU의 재생원료 의무비율 시행이 다가올수록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기관들의 2026년 전망은 서로 50%까지 차이가 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값이 높다는 것과 그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검출이 곧 피해는 아니다」라는 구분을 자주 이야기해 왔는데, 이 대목도 같은 종류의 구분입니다.
제도 쪽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5월 블랙매스 재활용 기준을 손봤습니다. 유가금속 기준을 니켈 중심에서 니켈과 코발트 합산으로 바꾸고, 결합재와 전해액이 제대로 제거됐는지 간접 확인할 수 있도록 불소 항목을 새로 넣었습니다.
“재생원료 인증제와 재활용 기준 합리화는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와 재활용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 김고응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국장 (2026년 5월)
왜 중요한가 — 우리 관점
이 이야기에서 흔히 나오는 두 가지 설명을 조사 자료는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중국은 규모의 경제로 싸다.” 중국의 재활용 설비 가동률은 16~20%이고 업계 전체가 적자입니다. 중국 정부가 정한 리튬 회수율 기준은 90%로, EU가 2031년 목표로 잡은 80%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중국의 강점은 규모나 느슨한 환경 기준이 아니라 한 회사 안에 광산과 재활용이 함께 있어 물질이 시장을 거치지 않는 구조입니다. 시장가로 원료를 사야 하는 회사와 애초에 안 사도 되는 회사는 출발선이 다릅니다.
둘째, “우리 발밑에 67조 원짜리 도시광산이 있다.” 이 숫자의 실체는 2030년 전 세계 재활용 시장 규모 예측치 455억 달러를 원화로 바꾼 것입니다. 한국에 묻혀 있는 자산이 아니라 세계 시장의 연간 거래액 전망입니다. 게다가 같은 기관의 3년 전 예측은 535억 달러였습니다. 달러로는 15% 줄었는데 원화로는 60조에서 67조로 늘었습니다. 환율이 만든 착시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한국의 대표 재활용 기업인 성일하이텍의 소재 판매단가는 kg당 2만 5,476원(2023년)에서 1만 6,835원(2025년 1분기)으로 3분의 1이 사라졌습니다. 2025년에는 매출 1,946억 원에 영업손실 546억 원을 냈습니다. 3년 연속 영업적자입니다.

그런데 방향이 갈리고 있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6년 7월 30일 실적 발표에서 자회사 포스코HY클린메탈이 “높은 가동률과 원가 경쟁력 제고로 2025년 12월 이후 매월 흑자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업종에서 한쪽은 적자를 쌓고 한쪽은 여덟 달째 흑자입니다. 갈림길은 원료를 확보했느냐입니다. 앞서 본 대로 전 세계 설비 가동률이 37%인 상황에서, 공장을 가득 돌릴 수 있느냐가 손익을 가릅니다.
그리고 더 큰 변화는 제도 쪽입니다. 한국에는 지금 전기차가 109만 5,000대 굴러다닙니다(2026년 6월 30일 기준, 국토교통부). 그런데 국가가 위치와 이력을 파악하고 있는 배터리는 거점수거센터 6년 누적 3,733개입니다.

⚠️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을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109만 대는 지금 도로 위를 달리는 차이고, 3,733개는 수거센터에 모인 누적 수량입니다. 회수율이 아니라 파악률로 읽어야 합니다. 아직 폐차 시기가 오지 않은 차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0년 말 법이 바뀌면서 2021년 이후 등록된 전기차는 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할 의무가 없어졌습니다. 그 전에 등록된 차는 지금도 반납 대상입니다. 국가가 세고 있는 3,733개는 대부분 앞쪽 세계의 것입니다.
2027년 5월 27일,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됩니다. 2026년 5월 26일 공포됐고, 이력관리와 재생원료 인증이 뼈대입니다. 준비도 시작됐습니다. 2026년 6월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원료 생산 인증 시범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재활용 기업 6곳과 환경공단이 참여하고, 탄산리튬·수산화리튬·황산니켈·황산코발트 등 8종을 대상으로 제품이 아니라 생산 공정 단위로 인증합니다. 올해 말 시범사업을 마치고 2027년 초 세부 운영지침을 낸 뒤 본시행합니다.
세는 창구를 스스로 닫았다가, 다시 열기로 한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블랙매스가 뭔가요?
전기차 배터리를 방전·분쇄해서 껍데기와 플라스틱을 걸러낸 뒤 남는 검은 가루입니다. 리튬·니켈·코발트·망간이 들어 있어 여기서 금속을 다시 뽑아냅니다.
Q. 폐배터리가 광석보다 정말 비싼가요?
어떤 폐배터리냐에 따라 다릅니다. 공장에서 나온 고순도 생산 스크랩은 2026년 1분기에 원료 시세의 140%까지 거래됐지만, 실제로 다 쓴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는 91~106%대였습니다.
Q. 값이 올랐는데 재활용 회사가 왜 적자인가요?
파는 금속 값이 오르면 사 오는 가루 값도 함께 오르는데, 공장은 많고 원료는 적어 사 오는 값이 더 빨리 오르기 때문입니다. 정제 마진이 그 사이에서 얇아집니다. 다만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곳은 흑자를 내고 있어, 회사마다 결과가 갈립니다.
Q. 내 전기차 배터리는 어디로 가나요?
2021년 이후 등록된 차라면 지자체 반납 의무가 없어 민간 시장으로 갑니다. 2027년 5월 새 법이 시행되면 이력관리 체계가 생깁니다. 그 전에 등록된 차는 지금도 반납 대상입니다.
Q. 폐배터리 재활용은 결국 좋은 사업인가요?
현재로선 값과 수익이 따로 움직입니다. 원료 확보 능력과 제도 정비가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정리하면
폐배터리 값이 광석을 넘어선 것은 재활용이 잘돼서가 아니라 원료가 모자라서입니다. 값이 높다는 사실 하나로 산업의 건강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규제가 수요를 만들었고 설비는 앞서 지어졌는데, 정작 넣을 것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중국이 관세를 절반으로 내린 것도, 한국의 두 회사가 정반대 성적표를 받아든 것도 모두 그 한 가지 사실에서 나옵니다.
한국은 배터리를 잘 만드는 나라지만, 되돌아온 배터리를 세는 일에서는 이제 막 창구를 다시 여는 참입니다. 2027년 5월이 그 시험대입니다.
전기차의 환경 성적을 생애 전체로 따져본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인가, 배터리 원료를 바다 밑에서 캐려는 움직임을 다룬 규칙 없는 바다 밑 경쟁 — 심해 채굴도 함께 읽어보시면 이 이야기의 앞뒤가 이어집니다.
출처
Fastmarkets(블랙매스 페이어블, 2023-09·2026-01-07) · 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2026 1Q·2026-05-11) ·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6 · SMM·Trading Economics(탄산리튬 선물 시세) · 글로벌이코노믹(2026-01-03, 중국 배터리 스크랩 관세 인하) · 한국무역협회 · 프라운호퍼 ISI · 성일하이텍 사업보고서 및 2025사업연도 결산 공시(2026-02-27) · 포스코홀딩스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2026-07-30) · 국토교통부 자동차 누적 등록 현황(2026-06-30 기준) · 기후에너지환경부(거점수거센터 회수 실적 2026-01-28, 블랙매스 재활용 기준 개선 2026-05, 재생원료 생산 인증 시범사업 2026-06-25) ·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2026-05-26 공포 / 2027-05-27 시행) · 1차 출처 바로가기: 포스코 뉴스룸,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 통계누리 · SNE리서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