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는 바다 밑 경쟁 — 심해 채굴, 누가 왜 서두르나

사진: Jonathan Borba / Unsplash

태평양 하와이 남쪽, 수심 4천~6천 미터의 캄캄한 심해 평원에 ‘다금속 단괴’라는 돌이 흩어져 있다. 감자만 한 이 검은 돌 안에는 니켈·코발트·구리·망간 —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설비에 들어가는 금속이 들어 있다. 가장 밀집한 곳이 멕시코와 하와이 사이의 클라리온-클리퍼턴 존(CCZ)이다. 인류는 아직 이 돌을 상업적으로 단 한 번도 캐지 않았다. 그런데 그 ‘첫 채굴’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이 돌이 놓인 곳이다. 어느 나라의 바다도 아닌 공해(公海)의 해저 — 국제법상 특별한 지위를 갖는 공간이다.

‘인류 공동의 유산’과, 규칙을 만드는 기구

1970년 유엔은 국가 관할권 밖의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common heritage of mankind)’으로 선언했다. 어느 나라도 소유할 수 없고, 개발한다면 그 이익은 인류 전체가, 특히 개발도상국을 배려해 나눠야 한다는 원칙이다.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이를 조문으로 담았고, 1994년 자메이카 킹스턴에 이를 관리할 국제해저기구(ISA)가 세워졌다.

ISA는 2000년대 들어 각국에 ‘탐사’ 계약을 내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0개 후원국·21개 계약자가 31건의 탐사계약을 맺었는데, 한국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조사’다. 실제로 캐내는 ‘채굴(exploitation) 규칙’은 10여 년째 협상만 이어질 뿐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멈춰 있던 시계에 알람을 건 ‘2년 규칙’

2021년 6월,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가 방아쇠를 당겼다. 자국이 후원하는 기업(더메탈스컴퍼니, TMC 계열)이 채굴을 시작하겠다며, UNCLOS 이행협정의 이른바 ‘2년 규칙’을 발동한 것이다. ISA가 2년 안에 채굴 규칙을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이사회는 협약 규정에 근거해 채굴 신청을 심사하고 잠정 승인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시한은 2023년 7월이었다.

시한은 지났고, 규칙은 여전히 없다. ISA는 “2025년까지 만들자”는 로드맵으로 봉합했지만 그 목표도 넘겼다. 2026년 봄 회기에서 일부 절차 원칙에 합의했을 뿐, 수익 배분·환경 책임 같은 핵심 쟁점은 미해결이다(남은 쟁점은 7월 중순 이어지는 회기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규칙이 개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세계는 두 갈래로 갈렸다.

서두르는 쪽 — 그리고 규칙 밖으로 나간 미국

채굴에 적극적인 진영의 선두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ISA 탐사계약을 다섯 건으로 가장 많이 확보했고, 제도 개혁보다 규칙의 조기 완성을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업 채굴의 최전선에는 나우루와 TMC가 있다. 이들의 동기는 분명하다. 배터리 금속 수요가 폭증하고(세계은행은 2050년까지 최대 수 배 증가를 전망한다), 육상 광물은 지역이 편중돼 있으며, 코발트의 제련·가공은 중국이 약 4분의 3을, 니켈 제련도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자원 안보’와 ‘대중국 탈의존’이 채굴 옹호의 핵심 논리다.

그런데 2025년, 판을 흔든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애초에 UNCLOS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다. 2025년 4월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으로 ISA를 우회해 자국 국내법(1980년 심해저광물자원법)으로 심해 채굴을 허가하는 길을 열었다. TMC는 곧바로 ISA가 아닌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신청서를 냈고, 2026년 들어 미국 정부는 이 신청이 ‘완전한 준수’ 요건을 갖췄다고 판정했다. 다만 이 판정은 채굴 허가 자체가 아니라 절차의 한 단계로, 환경영향평가와 최종 결정은 2027년까지 남아 있다. ISA와 중국·유럽연합은 “다자체제를 근본부터 훼손하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정리하면 ‘가장 적극적인 쪽’은 하나가 아니다. 규범 안에서 가장 넓게 자리 잡은 것은 중국, 상업 채굴을 실제로 밀어붙이는 것은 TMC와 나우루, 국제 규칙 밖에서 강행하는 것은 미국이다.

심해 채굴 찬반 국가 지도
심해 채굴을 둘러싼 두 진영. 자료: 국제해저기구(ISA)·DSCC 등 · 2026-07 기준·수치 잠정

멈추라는 쪽 — 약 40개국과 900명의 과학자

반대편도 만만치 않다. 2026년 현재 약 40개국이 채굴을 잠정 중단하자는 ‘모라토리엄’ 또는 ‘예방적 중단’을 지지한다. 프랑스가 가장 강경해,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전면 금지를 요구했고 자국 수역에서는 채굴을 법으로 막았다. 독일·스페인·칠레·코스타리카와 팔라우·피지 같은 태평양 도서국이 뒤를 잇는다. 여기에 70여 개국 해양과학자 900명 이상이 유예를 촉구하는 성명에 서명했고, BMW·볼보·구글, 그리고 한국의 삼성SDI 같은 기업들은 “심해 광물을 쓰지도, 조달하지도, 투자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의 논리는 여러 갈래다. 채굴 후보지 CCZ에서 발견된 생물의 90% 이상이 아직 학계에 이름조차 없을 만큼 우리는 심해를 모른다. 채굴이 일으키는 ‘뻘구름(퇴적물 기둥)’은 멀리 퍼져 생물을 뒤덮고, 소음과 빛은 어둠에 적응한 생명을 교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 한 번 파괴하면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은 어디까지 사실인가

이 대목은 과장하기 쉬워 조심스럽게 짚는다. 다금속 단괴는 100만 년에 겨우 몇 밀리미터씩 자란다. 감자만 한 돌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수백만에서 수천만 년이 걸린다는 뜻이다(‘수억 년’이라는 표현은 대부분의 단괴에는 과장이다). 그래서 단괴를 걷어내면 인간의 시간 척도에서는 사실상 다시 생기지 않는다.

생태계 회복도 실험으로 확인됐다. 1989년 페루 앞바다 심해를 인위로 갈아엎은 ‘디스콜(DISCOL)’ 실험지는 26년이 지나서도 쟁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여과섭식 생물은 회복되지 않았다(Simon-Lledó 외, 2019). 미생물의 기능 회복에는 최소 5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Vonnahme 외, 2020). 다만 정직하게 덧붙이면, 2025년 네이처에 실린 연구는 1979년 채굴 시험지를 44년 만에 조사해 이동성이 큰 일부 생물은 부분적으로 돌아왔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정확한 표현은 “영원히 회복 불가”가 아니라, “회복이 극도로 느리고, 단괴 그 자체는 인간의 시간 안에서 재생되지 않는다”이다.

여기에 2024년 새로운 논쟁이 하나 더 붙었다. 스코틀랜드 연구진이 CCZ 해저에서 단괴가 광합성 없이 산소를 만들어낸다는 ‘다크 옥시전(dark oxygen)’ 현상을 관측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사실이라면 단괴를 걷어내는 일은 심해의 산소원까지 없애는 셈이 된다. 다만 이 발견은 측정 오류·재현성을 둘러싼 반박이 거세다. 2025년 동료심사 반박 논문이 나왔고, 2026년 4월에는 게재 학술지(네이처 지오사이언스) 편집부가 이 논문에 ‘우려 표기(editorial concern)’를 붙였다. 공교롭게 이 연구에 자금을 댔던 채굴 기업 TMC마저 반박에 나섰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논쟁 중인 가설’로 봐야 한다.

단괴 형성·회복 시간표
만드는 데 수백만 년, 없애는 덴 한순간. 자료: 단괴 성장률·DISCOL 실험 등

반대편의 목소리도 정직하게

채굴을 옹호하는 쪽의 반론도 흘려들을 수 없다. TMC의 최고경영자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채굴은 열대우림을 밀어버리고, 콩고의 코발트 채굴은 아동노동으로 얼룩졌다. 심해평원의 돌을 줍는 것이 정말 그보다 나쁜가”라고 되묻는다. ‘심해 훼손은 국지적’이며 ‘심해평원은 육상보다 생명이 훨씬 적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은 “심해 훼손은 되돌릴 수 없고, 심해 채굴이 육상 채굴을 실제로 줄인다는 보장도 없으며, 생명이 적다는 것이 훼손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재활용과 수요 관리, 배터리 화학의 변화(코발트를 줄인 리튬인산철 등)로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이 논쟁의 한 축이다.

한국은, 그리고 우리는

한국도 이 이야기의 바깥에 있지 않다. 우리는 CCZ에 ISA 탐사계약을 가진 나라이자, 세계적인 배터리 강국이다.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이해와,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국제 규범을 지키려는 책임이 한 나라 안에서 부딪친다. 삼성SDI가 ‘심해 광물 배제’ 서약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 긴장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이 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규칙이 먼저인가, 채굴이 먼저인가. 아직 아무도 캐지 않은 바다 밑에서, 우리는 ‘몰라서 멈추는 신중함’과 ‘필요해서 서두르는 조급함’ 사이의 어느 지점에 서야 할까. 답을 내리기 전에 먼저 정확히 재고, 정직하게 공개하는 것 — 그것이 이 조용한 각축전을 지켜보는 우리의 몫이다.

출처: 국제해저기구(ISA) 공식 자료·회기 요약(IISD ENB) · UNCLOS 제11부 · CSIS·ASIL(미국 행정명령 14285 해설) · Deep Sea Conservation Coalition·Greenpeace·WWF·IUCN·Fauna & Flora · Mongabay·Reuters·CNBC·The Conversation · 학술: Sweetman 외(Nature Geoscience 2024), Simon-Lledó 외(Scientific Reports 2019), Vonnahme 외(Science Advances 2020), Jones 외(PLOS ONE 2017·Nature 2025), Vanreusel 외(Scientific Reports 2016) · 세계은행·WRI. (2026-07 기준·수치 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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