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이 다시 늘었다 — 반가운 소식일까, 아직 이른 안도일까

사진: NASA/GSFC

무슨 일이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2026년 남극의 여름철 해빙(바닷물이 언 얼음)은 2월 26일 약 258만 ㎢에서 그해 최소치를 찍었다(일 최소치·잠정값). 대단치 않아 보이는 이 숫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방향’ 때문이다. 남극 해빙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해마다 기록적으로 적었는데, 올해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 최근 4년 중 가장 평년에 가까운 수준으로 반등했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2026년 최소치는 위성 관측 48년 중 16번째로 낮은 값으로, 2023년 2월의 사상 최저(약 179만 ㎢)보다 약 79만 ㎢ 많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이 값은 1981~2010년 평균보다 여전히 약 26만 ㎢ 낮다. ‘평년 근처’로 돌아왔을 뿐, 평년을 넘어선 것은 아니다.

남극 여름 최소 해빙 면적 비교: 2023 최저 179만, 2026 반등 258만, 평년 284만
남극 여름 최소 해빙 — 2026년은 반등했지만 여전히 평년 아래. 자료: NSIDC

왜 늘었나 — ‘많이 언 것’이 아니라 ‘넓게 퍼진 것’

가장 먼저 짚을 것은 원인이다. NSIDC 과학자들은 이번 반등의 직접 원인으로 바람을 지목한다. 1~2월 남쪽에서 불어온 강한 바람이 웨델해의 해빙을 바깥으로 밀어 넓게 퍼뜨렸고, 그 결과 녹아 사라지는 속도가 늦춰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얼음이 새로 많이 언 게 아니라, 있던 얼음이 재분포된 영향이 크다. ‘늘었다’기보다 ‘덜 줄었다’에 가깝다.

NSIDC의 월트 마이어 연구원은 “이런 덜 극단적인 상태로의 복귀는, 위성 기록에 나타난 남극 해빙의 큰 해마다(年間) 변동성을 감안하면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핵심 단어가 ‘변동성’이다. 남극 해빙은 유난히 심하게 오르내린다.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지난 반세기를 잠깐 되돌아봐야 한다.

남극 해빙의 반전사 — 늘던 얼음이 갑자기 꺾이다

1979년 위성으로 해빙을 재기 시작한 뒤 수십 년간, 남극은 기후과학의 ‘수수께끼’였다. 북극 얼음이 뚜렷이 줄어드는 동안, 남극 해빙은 오히려 완만히 늘거나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도 남극 해빙은 위성 관측 사상 최대를 잇따라 경신했고(2014년 9월엔 약 2,011만 ㎢로 관측 사상 최대), ‘왜 남극만 다른가’라는 물음을 남겼다.

그런데 2016년 무렵, 흐름이 급반전했다. 그 뒤로 남극 해빙은 빠르게 줄기 시작했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해마다 기록적인 저조가 이어졌다. 특히 2023년 2월엔 위성 관측 이래 가장 적은 179만 ㎢까지 떨어져, 남극 대륙 주변 바다가 예년보다 훌쩍 넓게 열려 있었다. 수십 년 ‘늘던’ 얼음이 불과 몇 년 사이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2026년의 반등은 바로 그 극단적인 4년의 끝에서 나온 ‘한 박자 쉼’인 셈이다.

남극 해빙 반전사 연표: 1979 관측시작, 2014 사상 최대, 2016 급반전, 2022-25 저조, 2026 반등
남극 해빙의 반전사 — 늘던 얼음이 2016년 무렵 급감으로. 자료: NSIDC·NASA·영국 기상청

회복일까, 요동일까 — 아직 결론은 이르다

그래서 과학계의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2016년 이후의 급감은 일시적 변동인가, 아니면 남극이 ‘새로운 상태’로 넘어간 신호인가.

한쪽에서는 ‘체제 전환(레짐 시프트)’ 가능성을 제기한다. 일부 연구는 남극해 표층 아래 바닷물이 따뜻해진 것과 기록적 저해빙이 맞물리면서, 남극 해빙이 예전으로 잘 돌아오지 않는 새로운 저(低)해빙 상태로 이동했을 수 있다고 본다. 반대편에서는 신중하다. 남극 해빙은 원래 변동이 크고,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가 여기에 정확히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두 진영은 한 지점에서 만난다. “단정하기엔 관측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2026년의 반등은 어느 쪽 주장도 뒤엎지 못한다 — 그저 판단을 위해 더 지켜봐야 할 데이터 한 해가 늘었을 뿐이다.

“얼음이 늘었으니 위기는 끝?” — 그렇게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이 소식을 ‘기후위기 진정 신호’로 읽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몇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 앞서 봤듯 올해는 ‘늘어난’ 게 아니라 ‘덜 줄어든’ 해이고, 여전히 평년 아래다. 둘째, 해빙과 육상 얼음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해빙은 바닷물이 언 것이라 녹아도 해수면을 거의 올리지 않지만, 남극 대륙 위에 쌓인 빙상(氷床)이 녹는 것은 곧바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빙상 손실은 해빙의 등락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셋째, 해빙 자체가 기후의 ‘조절판’이다. 하얀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고(알베도), 얼 때 내뿜는 소금물은 바다 깊은 곳을 도는 거대한 해류(남극저층수)를 만들며, 남극해가 이산화탄소와 열을 빨아들이는 데도 관여한다. 그래서 해빙이 줄면 그 자체가 온난화를 부추기는 되먹임이 된다. 얼음 면적 숫자 하나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한 가지 더.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남극의 ‘겨울’, 즉 해빙이 다시 불어나는 계절이다. 그런데 영국 기상청의 2026년 6월 브리핑을 보면, 겨울 재성장 속도는 다시 평년보다 느려 그 시점 기준으로도 역대 낮은 축에 들었다. 2월의 반가운 반등이 ‘꾸준한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은

멀고 추운 남극의 얼음이 우리와 무슨 상관일까. 남극 해빙이 만드는 남극저층수는 전 지구 바다를 순환시키는 ‘엔진’의 한 축이고, 남극해의 탄소·열 흡수는 지구 전체의 기후를 식히는 완충 장치다. 이 균형이 흔들리면 그 파장은 중위도 날씨로도 이어진다. 그리고 이 변화를 실제로 관측하는 자리에 한국이 있다. 극지연구소가 운영하는 세종과학기지(1988)와 장보고과학기지(2014), 쇄빙연구선 아라온은 남극해와 해빙을 재는 세계적 관측망의 일부다. 남극의 얼음을 읽는 일에서 한국은 구경꾼이 아니라 데이터를 대는 당사자인 셈이다.

결국 2026년의 반등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역설적이다. 좋아 보이는 한 해의 숫자일수록, 더 차분히 읽어야 한다. 공포도 안도도 아닌, 데이터가 실제로 말하는 만큼만 — 그것이 얼음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정직함이다.

출처: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2026 최소치·2023 사상 최저) · 영국 기상청(Met Office) 2026년 6월 극지 해빙 브리핑 · NASA · NOAA Climate.gov · Copernicus · 남극 해빙 ‘새로운 상태’·체제 전환 연구(Purich & Doddridge 2023; Hobbs 외 2024; Nature 2025) 및 신중론(Nature Communications 2024) · 극지연구소(KOPRI). (2026-07 기준·수치 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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