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는 물」 시리즈 · ①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될까? 가장 최근인 2024년 전국 정수장 120곳 분석에서 미세플라스틱은 ℓ당 0.1~0.2개 수준으로, 선진국보다 낮았다(2017~2018년 첫 조사에선 24곳 중 3곳에서 0.2~0.6개/ℓ 검출). WHO도 현재 먹는물 수준에서는 건강 위험을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국내 조사는 20㎛ 이상만 측정해,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아직 ‘측정 공백’이라 ‘검출 안 됨’이 곳 ‘없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노후 수도관도 별개 변수로 남아 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한국에서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은 급감했다. 35년이 지난 2024년에도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는 가구는 37.9%에 그친다.[1] 그사이 정수 기술은 크게 바뀌었다. 오존과 입상활성탄 공정이 도입됐고, 미세플라스틱 실태 조사가 쌓였으며, 법정 수질 검사 항목은 기존의 세 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글은 그 기술적 변화를 따라가면서, 신뢰의 공백이 왜 여전히 남아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1991년, 신뢰는 한 번 무너졌다
1991년 3월 14일 밤 10시,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두산전자 공장에서 페놀 약 30톤이 낙동강 지류 옥계천으로 무단 방류됐다.[2] 페놀은 수돗물 처리 과정에서 염소와 반응하면 독성 물질인 클로로페놀(chlorophenol)로 변한다. 대구 취수원인 다사정수장으로 유입된 낙동강 물의 페놀 농도는 일부 지역에서 최대 0.11ppm에 달했다.[2] 당시 한국 허용 기준(0.005ppm)의 22배, WHO 허용 기준(0.001ppm)의 110배였다.
두산그룹 회장이 사퇴하고 환경처 장·차관이 경질됐다.[2] 그해 4월 두산전자는 다시 1.3톤의 페놀을 방류했다.[2] 두 번, 같은 곳에서, 같은 강에.
이 사건은 한국 수돗물 불신의 역사적 출발점이 됐다. 이후 생수 시장이 급성장했고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인구가 급감했다고 언론과 연구들은 반복해 기술한다.[2] 2024년 조사에서도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 1순위는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녹 등 이물질)이 걱정돼서"(34.3%)이고, 6위는 "수돗물 관련 사고 언론 보도 때문에"(9.0%)다.[1]
공포는 사실보다 오래 산다.
그사이, 물은 달라졌다
페놀 사건 이후 한국 수질 행정은 방향을 틀었다. 1991년 12월 「환경개선비용부담법」이 제정되며 오염자 부담 원칙이 강화됐다.[2]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서울 수돗물 '아리수'를 만드는 6개 정수센터 전체에 고도정수처리(오존+입상활성탄 공정) 시설이 완공됐다.[3]
수돗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표준정수처리 — 강물에서 수도꼭지까지
서울 수돗물의 원수는 팔당댐에서 잠실 수중보 상류 사이의 한강물이다.[3] 24시간 가동되는 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올린 뒤 여러 단계를 거친다.
착수정: 원수를 받아 안정시키는 첫 관문. 필요에 따라 분말활성탄을 투입해 급작스러운 오염에 1차 대응한다.
혼화지·응집지: 응집 약품을 넣고 저어주면 물속 미세 콜로이드성 입자(탁질)들이 서로 달라붙어 '플록(floc)'이라는 큰 덩어리를 이룬다.
침전지: 플록이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슬러지(sludge, 침전 찌꺼기)는 탈수 후 시멘트 원료 등으로 재활용된다.
여과지: 모래와 자갈층을 통과시켜 남은 미세 입자를 걸러낸다.
소독(염소 투입): 소량의 염소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최종 처리한다.
배수지: 각 가정으로 보내기 전, 완성된 물을 저장한다.[3]

이것이 표준정수처리다. 19세기 말 런던과 뉴욕이 콜레라를 막기 위해 개발한 공정이 지금도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고도정수처리 — 표준만으로는 부족할 때
현대의 오염은 19세기의 오염과 다르다. 항생제, 잔류농약, 미량유기물질은 모래와 염소만으로 걸러내기 어렵다. 서울은 오존(O₃)과 입상활성탄(GAC, 알갱이 형태의 활성탄)을 추가했다.[3]
오존: 강력한 산화력으로 맛·냄새 유발 물질과 소독부산물(DBP, 염소 소독 시 생기는 부산물), 미량유기물질을 분해한다.
입상활성탄: 미세 기공이 무수히 뚫린 표면이 오염 물질을 빨아들인다. 1g의 활성탄 표면적이 수백~수천 ㎡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영등포정수센터를 시작으로 2015년 서울 6개 정수센터 전체에 이 공정이 갖춰졌다.[3]
미세플라스틱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2017년, 환경부는 국내 최초로 4대강 수계 24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 5mm 미만의 플라스틱 입자)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4] 국립환경과학원, 서울물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결과는 이랬다. 정수 처리를 마친 수돗물 24개 중 21개에서 미세플라스틱은 검출되지 않았다. 3곳(서울 영등포, 인천 수산, 용인 수지)에서 각각 0.4개/L, 0.6개/L, 0.2개/L의 소량이 나왔고 전체 평균은 0.05개/L였다.[4] 수도꼭지 수돗물 10가구를 무작위 조사한 결과는 전부 미검출이었다.[4]

당시 같은 시기 발표된 해외 수돗물 미세플라스틱 검출 평균(4.3개/L)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었다.[4]
국제 학술 연구들은 정수처리 공정이 미세플라스틱을 상당 부분 제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응집·침전과 모래 여과, 오존, 입상활성탄을 조합한 복합 공정에서 82.1~88.6%의 미세플라스틱 제거율이 보고됐다.[5] 오존 단독으로는 99.2%, 급속 모래 여과는 98.6%의 제거율이 보고된 연구도 있다.[6]
| 정수 공정 | 미세플라스틱 제거율(보고값) |
|---|---|
| 복합 공정(응집·침전·모래여과·오존·활성탄) | 82.1~88.6% |
| 오존 단독 | 약 99.2% |
| 급속 모래 여과 | 약 98.6% |
다만 제거율은 미세플라스틱의 크기, 형태, 고분자 종류, 응집제 종류와 용량, pH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하나의 수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5][6]
WHO(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보고서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증거에 기반할 때, 먹는물 내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당장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평가했다.[7] 보고서는 동시에 믿을 만한 데이터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을 명시하며 추가 심층 연구를 강력 권고했다.[7]
"안전하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라, "현재 증거로는 위험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둘은 다르다. 2026년 현재까지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물 수질 기준으로 설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 아직 없다.[7]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은 2022년부터 미세플라스틱 집중연구 중기 이행계획을 수립해 전국 정수장 실태조사를 지속하고 있다. 2024년 1월에는 전국 정수장 120곳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20㎛ 이상 기준 0.1~0.2개/L 검출). 방법론이 달라 2017년 수치와 단순 비교 시 주의가 필요하다.[9]
다만 현재 국내 조사는 지름 20㎛ 이상의 비교적 큰 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그보다 작은 20㎛ 이하, 특히 1㎛ 미만 나노플라스틱은 분석 기술의 한계로 국가 데이터가 거의 없어, ‘측정 가능한 영역’ 밖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국제 표준 분석법이 없는 상황에서 “과장도 단정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10]
편집자 주: 2017년 조사를 수행한 환경부는 2025년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됐다.[11]
그래서 지금 얼마나 마시고 있는가
2021년 「수도법」 제29조의2 개정으로 신설된 국가 승인 통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의 가장 최근 결과(2024년 12월 환경부 발표, 전국 72,460가구 조사)를 보면 현실이 드러난다.[1]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끓여서 포함) 가구는 37.9%다.[1] 2021년 조사(36.0%)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정수기 이용 가구(53.6%)에는 한참 못 미친다. OECD 국가 평균 직접 음용률(약 51% — 한국 정책 자료 인용, OECD 원 보고서 미확인)[8]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마시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1위는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녹 등 이물질) 걱정"으로 34.3%였다.[1] 정수장에서 아무리 깨끗하게 처리해도, 오래된 배관을 거치는 마지막 구간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이것은 사실에 근거한 우려이기도 하다. 정수 기술의 발전이 배관 노후화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2위는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21.5%), 3위는 "염소 냄새 때문에"(13.2%)로 이어졌다.[1]
반면 차·커피 조리 시 수돗물을 쓰는 비율은 47.5%, 밥·음식 조리 시 수돗물 이용률은 66.0%였다.[1] 마시기는 꺼려도, 쓰기는 한다.
물을 믿는다는 것
정수 기술은 진화했다. 미세플라스틱 제거 성능은 논문으로 확인된다. 2017년 국내 조사는 수도꼭지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WHO는 현재 먹는물 수준에서 건강 위험을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물음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미세플라스틱 장기 노출의 영향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노후 배관의 문제는 정수 기술과 별개로 남아 있다. 전국 모든 지역의 고도정수처리 보급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물을 믿는 것은 맹목적인 신뢰가 아니라, 측정된 사실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 어떻게 처리되고, 어떤 수치가 나왔으며, 무엇이 아직 불확실한지를 투명하게 아는 데서 온다.
1991년의 기억은 정당했다. 그리고 2026년의 질문도 정당하다.
*수도꼭지 이전의 취수원 수질 → 「내가 마시는 물 ② 한강의 비밀」 / 가정 내 수질 관리 실천법 → 「내가 마시는 물 ③ 수도꼭지 수질 관리법」*
자주 묻는 질문 (FAQ)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되나요?
2017년 국내 조사에서 수도꼭지 수돗물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았고, WHO도 현재 먹는물 수준의 건강 위험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래된 수도관이 걱정된다면, 오래 받지 않은 물은 잠시 흘려보낸 뒤 받는 것이 좋습니다.
수돗물에 미세플라스틱이 있나요? 위험한가요?
최근 조사에서 ℓ당 0.1~0.2개(2024년 정수장 120곳) 수준으로 매우 낮고, 정수 공정에서 대략 82~99%가 제거됩니다. 다만 국내 조사는 20㎛ 이상만 측정해,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아직 측정 공백입니다. ‘검출됐다’가 곧 ‘위험하다’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수돗물을 얼마나 마시나요?
2024년 환경부 조사에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끓여서 포함) 가구는 37.9%였습니다. 마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노후 수도관의 이물질 걱정’(34.3%)이었습니다.
정수기를 꼭 써야 하나요?
정수 기술상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래된 배관이나 염소 냄새 등 취향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1] 환경부 물관리정책실 수도기획과, 「2024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 공개」, 2024-12-05,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60621&topic=L / 보조 출처: 워터저널, 「[신년특집] Ⅴ-파트1. [국가통계] 환경부, '2024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2025-01-08, https://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213
[2] 국가기록원, 「낙동강 페놀유출사건」, https://www.archives.go.kr/next/new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6961 / 보조 출처 1: MBC 뉴스투데이, 「[오늘 다시보기] 낙동강 페놀 오염(1991)」, 2019, https://imnews.imbc.com/replay/2019/nwtoday/article/5203399_28983.html / 보조 출처 2: 녹색연합, 「1991년 3월 16일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https://hope.greenkorea.org/earthtimemachine294/
[3] 서울시 서울아리수본부, 「아리수 생산과정 및 고도정수처리」, https://e-arisu.seoul.go.kr/about/process.jsp / 서울시 서울아리수본부, 「고도정수처리 현황」, https://arisu.seoul.go.kr/home/sub?menukey=7306
[4] 환경부, 「수돗물 중 미세플라스틱 함유실태 조사결과 발표」, 2017년 12월, https://me.go.kr/home/web/board/read.do?boardCategoryId=39&boardId=826090&boardMasterId=1 / 보조 출처: 워터저널, 「[국정브리핑] 환경부, 수돗물 중 미세플라스틱 함유실태 조사결과 발표」, 2017-12-05, https://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320
[5] ScienceDirect, "Microplastics removal through water treatment plants: Its feasibility, efficiency, future prospects and enhancement by proper waste management", 2021,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667010021002432
[6] PMC(NIH), "Review and future outlook for the removal of microplastics by physical, biological and chemical methods in water bodies and wastewaters", 2025,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923036/
[7] WHO, "Microplastics in drinking-water", 2019-08-22, https://www.who.int/news-room/transcripts/detail/20-08-2019-microplastics-in-drinking-water / WHO, "Microplastics in drinking-water Key questions and answers", 2019, https://cdn.who.int/media/docs/default-source/wash-documents/microplastics-in-dw-information-sheet190822.pdf
[8]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수돗물 음용률」 관련 인용 수치(2021.10.26 등), 한국 정책 자료 인용 — OECD 원 보고서명·연도·페이지 미특정. 참고 수치로만 사용.
[9] 국립환경과학원, 전국 정수장 120곳 수돗물 미세플라스틱 조사 결과 발표(2024년 1월), 20㎛ 이상 기준 0.1~0.2개/L 검출. 관련 환경부 발표: https://me.go.kr/home/web/board/read.do?menuId=10525&boardMasterId=1&boardCategoryId=39&boardId=1514810
[10]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① 수돗물 속 ‘보이지 않는 조각들’」, 2025-12-08, https://v.daum.net/v/20251208070227560
[11] 에너지경제, 「기후에너지환경부 공식 출범」, 2025-10-01, https://edata.ekn.kr/article/view/ekn202510010001 / 법률신문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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