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을 보는 눈

'쓸모없는 땅'에서 '지구의 콩팥'으로 — 우리는 왜 갯벌을 메웠고, 세계는 어떻게 그것을 다시 보게 되었나

GaiaBeacon 「갯벌, 지구의 콩팥」 시리즈 · EP1

한국은 갯벌을 왜 메웠고, 세계는 갯벌을 어떻게 다시 보게 되었나? 1971년 한국은 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계획으로 갯벌 매립을 설계했지만, 같은 해 세계는 람사르 협약으로 습지 보전을 약속했다. 과학은 한국 갯벌이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생태계서비스 가치가 연 17조 8,121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고, 2021년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올랐다.

1971년, 두 개의 계획서가 거의 같은 시간에 쓰였다. 하나는 이란의 작은 휴양도시 람사르에서 — 열여덟 나라의 대표가 모여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습지를 지키자'고 국제적으로 약속했다. 습지 분야 최초의 국제협약, 람사르 협약이었다.[1] 다른 하나는 한국의 서해안에서 — '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계획'이라는 이름의 문서. 훗날 새만금이라 불리게 될, 갯벌을 메워 땅으로 바꾸겠다는 첫 설계도였다.[2] 같은 해, 지구의 한쪽은 갯벌을 지키기로 했고, 다른 한쪽은 메우기로 했다. 그 사이에 놓인 반세기의 간극이, 이 글이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굶주림의 기억이 내린 결정

새만금을 오늘의 잣대로만 보면 이해할 수 없다. 그 결정은 굶주림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던 시대에 내려졌다. 1967년과 1968년의 극심한 가뭄, 1970년대 초 세계를 덮친 식량파동, 1980년대 초 냉해로 인한 쌀 흉작. 보릿고개를 막 넘어선 나라에서 '농지를 확보하는 일'은 곧 국가의 생존이었다.[2]

그 시대의 눈으로 보면, 갯벌을 메워 논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어색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1991년 11월, 노태우 대통령과 2,8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새만금은 첫 삽을 떴다. 부안에서 군산까지 33.9km,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가 갯벌 위에 새 국토를 그리겠다는 꿈이었다.[2]

논을 만들겠다며 시작해, 논이 필요 없어진 시대에 완공되다

그러나 아이러니가 있었다. 첫 삽을 뜨던 무렵, 한국은 이미 쌀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1980년대 쌀 재고는 800만~1,400만 석으로 적정선(600만 석)의 두 배를 넘었고, 자급률은 100%를 넘어섰다.[3] '논을 위한 간척'이라는 출발 논리가, 공사를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이미 현실과 어긋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목적이 바뀌었다. 농업용지 100%로 출발한 계획은 2007년 72%로, 2010년에는 30%로 줄었다. 산업과 관광 등 비농업용지가 70%로 역전됐다.[4] 논을 만들겠다며 시작한 사업은, 정작 논이 필요 없어진 시대에 완공됐다.

가장 부지런한 땅

그동안 과학은 갯벌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고 있었다. '쓸모없는 땅'은 사실 지구에서 가장 부지런한 땅이었다.

갯벌은 거대한 정화장치다. 수억의 미생물이 육지에서 흘러든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지구의 콩팥'이라는 별명은 시적 은유가 아니라 기능에 대한 설명이다. 갯벌은 또한 생명의 요람이다. 한국 서·남해안 갯벌에는 어류 200여 종, 갑각류 250여 종, 연체동물 200여 종, 갯지렁이류 100여 종 이상이 깃들어 산다.[5] 그리고 하늘길의 급유소다.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잇는 철새 이동경로의 핵심으로, 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 같은 국제 멸종위기 철새가 이곳에서 쉬고 먹으며 대륙을 건넌다.[6]

갯벌은 탄소를 삼킨다. 2021년 서울대 연구팀은 한국 갯벌이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해마다 약 26만~4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흡수량 기준 약 26만 톤, 침적량 기준 최대 약 49만 톤). 승용차 약 11만 대가 한 해 내뿜는 양이다.[7] 블루카본(갯벌·연안 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이라 불리는 이 흡수 능력은, 같은 면적의 숲보다 훨씬 빠르게 탄소를 가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그리고 갯벌에는 값이 매겨졌다. 해양수산부는 한국 갯벌의 생태계서비스(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의 경제적 가치)를 2020년 평가 기준 연간 17조 8,121억 원으로 추산했다.[9] 세계 학계의 고전이 된 코스탄자 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습지는 단위면적당 경제가치가 모든 자연 생태계 가운데 1위다.[10] '쓸모없다'던 그 땅은, 알고 보니 가장 값진 땅이었다.

너무 늦게 안 진실

갯벌 어업 감소

이 사실을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았다. 환경단체 조사에 따르면 새만금 방조제 안쪽 갯벌의 90% 이상이 생명이 사라진 '죽벌'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고[11], 한반도 갯벌의 10분의 1이 사라졌다. 전북의 어업생산량은 1991년 약 13만 톤에서 2023년 약 6만 톤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해양수산부·전북도 통계, 2023년 기준).[12] 갯벌을 잃을 때 가장 먼저 생계를 잃은 사람은, 맨손으로 조개를 캐던 어촌의 노인과 여성들이었다.

사업은 표류했다. 새만금에는 처음부터 단 하나의 주인이 없었다. 농지는 농식품부가, 수질은 환경부가, 개발은 국토부가 맡았고, 새만금위원회에만 열 개 이상 부처의 장관이 참여하는 구조였다.[13] 대통령이 일곱 번 바뀌는 동안 사업의 목적은 그때마다 출렁였고, 정작 모습을 드러낸 땅을 두고는 군산·김제·부안이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영토 다툼'을 벌였다.[14]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춤을 췄다"는 말처럼, 30년이 지난 지금도 공정률은 절반에 못 미친다.[15] 갯벌을 멈춰 세운 것은 자연의 저항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욕망들이 만든 교착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발과 보전 선택

이것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도 똑같이 했다. 이사하야만에서 농지를 위해 갯벌을 막았고(1997), 인근의 어업이 무너졌으며, 25년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2023년 대법원이 '수문을 계속 닫는다'고 확정했다. 법적 다툼은 끝났지만,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 결말이었다.[16]

간척의 본가 네덜란드는 방향을 틀었다. 거대한 마르커바르트 간척 계획을 스스로 백지화하고(2003), 이제는 메운 땅을 다시 물에 돌려주는 역간척(둑을 터서 갯벌을 되살리는 복원)을 한다. 메우는 나라에서 돌려주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17] 미국은 1989년(부시 행정부)부터 '습지 순손실 제로'를 국가 목표로 삼았고, 청정수법에 따라 습지를 훼손하면 다른 곳을 복원해 갚도록 제도를 만들었다.[18]

우리만 어리석었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 되돌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세계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

숫자를 읽는 사람의 자리

현장의 측정 기록은 가치 변화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수질 지표, 어업 통계, 종 다양성 데이터 — 이 숫자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갯벌의 변화가 드라마틱하거나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용히, 그러나 돌이키기 어렵게 진행된다.

그때는 그런 결정을 할 수도 있던 시대였다. 먹고사는 일이 절박했고, 갯벌의 가치를 알려줄 과학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문제는 결정 그 자체보다, 그 결정을 끝까지 되묻지 않은 관성이었다. 무지가 아니라, 안목의 한계였다.

세계가 50년에 걸쳐 배운 것

2021년 7월 26일,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올랐다.[19] '쓸모없는 땅'이라 불리던 곳이 반세기 만에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유산'으로 다시 정의된 것이다.

그리고 2026년, 그 인정은 더 넓어지려 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서산·고흥·무안·여수 갯벌을 더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를 권고했고, 그 최종 결정이 2026년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질 예정이다.[20]

세계가 50년에 걸쳐 배운 것을, 갯벌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값을 다 매길 수 없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 남김없이, 최대한 지키는 것.

이제 질문은 갯벌이 아니라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이제, 내일을 볼 여유를 가졌는가.

자주 묻는 질문 (FAQ)

새만금 간척은 왜 시작되었나요?

1967~1968년의 극심한 가뭄과 1970년대 초 세계 식량파동 등 굶주림의 기억이 생생하던 시대에, 농지를 확보하는 일이 곧 국가의 생존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1991년 11월 노태우 대통령과 2,8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부안에서 군산까지 33.9km 방조제 공사가 첫 삽을 떴습니다.

갯벌을 왜 지구의 콩팥이라고 부르나요?

갯벌의 수억 미생물이 육지에서 흘러든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거대한 정화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서·남해안 갯벌에는 어류 200여 종, 갑각류 250여 종 등 수많은 생물이 깃들어 사는 생명의 요람이기도 합니다.

갯벌은 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나요?

2021년 서울대 연구팀은 한국 갯벌이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해마다 약 26만~4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이는 승용차 약 11만 대가 한 해 내뿜는 양에 해당합니다.

갯벌을 메운 것은 한국만의 일인가요?

아닙니다. 일본도 이사하야만에서 농지를 위해 갯벌을 막았고, 간척의 본가 네덜란드는 2003년 마르커바르트 계획을 백지화하고 역간척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미국은 1989년부터 습지 순손실 제로를 국가 목표로 삼았습니다.

출처

[1] 람사르 협약(1971) — Wikipedia / Ramsar Convention (습지 분야 최초의 국제협약, 체결연도 기준)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새만금(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계획 1971 · 1991년 11월 착공 · 2,800여 명 참석 · 33.9km)

[3] 국가기록원 — 식량증산 정책(1980년대 쌀 재고 800만~1,400만 석, 자급률 100% 초과)

[4] 전북일보 — 농지 비율 변경 추이(100% → 2007년 72% → 2010년 30%, 비농업 70% 역전)

[5] 해양환경정보포털 — 한국 갯벌 생물다양성(어류 200여 종·갑각류 250여 종·연체동물 200여 종·갯지렁이류 100여 종)

[6] 서울신문 — 대부도갯벌 EAAFP 철새 이동경로(저어새·알락꼬리마도요 국제 멸종위기종)

[7] 정책브리핑 — 갯벌 블루카본 갯벌 블루카본 연 26만~49만 톤 CO₂(흡수량 약 26만 톤·침적량 기준 최대 약 49만 톤) 규명(서울대 김종성 교수팀, STOTEN 2021 / 승용차 약 11만 대 상당)

[8] 경향신문 — 블루카본 탄소 흡수 속도(숲보다 훨씬 빠름)

[9] 해양수산부 공식 보도자료 — 갯벌 생태계서비스 가치 연 17조 8,121억 원(조절서비스 16.4조 + 문화서비스 1.4조, 2020년 평가 기준)

[10] Costanza et al. 2014 — 생태계서비스 가치 갱신판(습지·연안 단위면적당 1위)

[11] 에코뷰 — 새만금 방조제 내측 갯벌 죽벌화(환경단체 조사 기반)

[12] 현대해양·한겨레 — 전북 어업생산량 1991년 약 13만 톤 → 2023년 약 6만 톤 약 50% 감소(해양수산부·전북도 통계, 2023년 기준)

[13]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27조 / 새만금개발청 공식 홈페이지(https://www.saemangeum.go.kr) — 새만금위원회 당연직 위원 구성

[14] 경향신문 — 군산·김제·부안 관할권 분쟁(헌법재판소)

[15] 경향신문 — 대통령 7번 바뀌는 동안, 새만금 30년("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춤을 췄다" —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 논평)

[16] Japan Times — 이사하야만 분쟁·일본 최고재판소 2023년 3월 판결(수문 계속 폐쇄 확정)

[17] Wikipedia — Markerwaard / 역간척(depoldering) (2003년 영구 백지화)

[18] Wikipedia — No net loss policy(미국 1989년 부시 행정부 EPA 발표, 청정수법)

[19] 국가유산청 — 한국의 갯벌 UNESCO 세계자연유산 등재(2021년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 결정일)

[20] ZDNet·국가유산청·헤럴드경제 —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 IUCN 권고(2026년 6월) /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2026년 7월 부산 개최 예정

사진: Carlos Moral Reis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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