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① — 도시는 어떻게 숨 막혔고, 어떻게 다시 숨 쉬었나
GaiaBeacon · 대기·기후 시리즈 (2부작 중 1부)
런던 스모그와 LA 스모그는 무엇이 다른가? 런던형은 석탄 연소로 생긴 SO2와 매연이 일으킨 1차 환원성 스모그로, 1952년 그레이트 스모그 때 약 12,000명이 초과 사망했다. LA형은 자동차 배기가스 속 NOx와 VOC가 햇빛과 반응해 오존을 만드는 2차 광화학 스모그로, 원인이 다른 만큼 처방도 정반대다.
1952년 런던과 1943년 로스앤젤레스. 두 도시는 각각 다른 종류의 오염에 숨 막혔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하늘을 되찾았다. 이 글은 두 사건의 원인과 해법을 나란히 놓고, 오늘날 대기오염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구조를 살펴본다.
범인은, 보이지 않는 공기였다

1952년 12월 5일, 런던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도시는 사라져 있었다.
누런 안개가 골목마다 들어찼다. 가시거리가 5야드(약 4.6m)도 안 됐다.[1] 극장에선 무대가 보이지 않아 공연이 멈췄다. 버스는 안내원이 손전등을 들고 차 앞에 서서 걸어야 했다. 닷새 동안 이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그리고 안개가 물러났을 때, 영국 정부는 초과 사망자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최소 4,000명. 그것이 처음 공식 발표된 숫자였다. 그러나 2001년, 존스홉킨스 대학의 Bell과 Davis는 같은 기간 사망 통계를 다시 분석했다. 단순히 닷새 사이의 사망이 아니라, 1952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만성 후유증으로 숨진 이들까지 포함하면 초과사망자는 약 12,000명에 이른다는 결론이었다. 스모그 기간 사망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300% 높았으며, 당시 오염 수준은 현재 규제 기준의 5~19배에 달했다.[2]
'그레이트 스모그'. 인류가 자기 손으로 만든 공기에 처음으로 크게 데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첫 번째 얼굴 — 석탄이 만든 검은 스모그
원인은 석탄이었다.
1952년 겨울, 한파가 덮친 런던에서 집집마다 난방용 석탄 난로를 더 세게 때고, 발전소가 더 돌았다. 그 결과 도시 위로 하루 370톤의 아황산가스(SO₂)와 1,000톤의 검댕이 쏟아졌다.[1] 그런데 하필 그날,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도시 위를 뚜껑처럼 덮었다. 기온역전(temperature inversion) — 지표면 가까이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고이고, 그 위로 따뜻한 공기층이 올라앉아 오염물질이 빠져나갈 길을 막아버리는 현상이다.[3] 1952년 런던을 덮친 것은 안티사이클론(고기압)이 정체하면서 형성된 복사역전이었다.
SO₂가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하면 황산(H₂SO₄)이 된다. 폐 깊숙이 들어간 산성 입자는 기관지를 직접 태운다. 이것이 '환원성 스모그', 또는 '1차 스모그'다. 검은 빛, 겨울의 새벽, 마른기침 — 대기오염의 첫 번째 얼굴이다.
그런데 이 얼굴은 1952년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런던의 대기는 산업혁명이 가속화된 19세기 말부터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19세기 말 런던의 부유입자(SPM) 농도는 약 623㎍/㎥에 달했다.[4] 그레이트 스모그는 70년 가까이 쌓여온 오염이 한 번에 폭발한 사건이었다.
런던이 선택한 길 — 법으로 공기를 되살리다

충격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1956년, 영국 의회는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제정했다.[5] 도시 안에 '연기통제구역(smoke control areas)'을 지정하고, 가정과 공장이 석탄 대신 무연연료를 쓰도록 의무화했다. 불을 때는 방식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이 법은 현대 대기환경 규제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배출 행위를 법으로 제한한 최초의 본격적인 사례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수치로 남아 있다. 19세기 말 약 623㎍/㎥에 달하던 런던의 부유입자 농도는 이후 꾸준히 떨어졌다. 20세기 초 가스 조리기 보급(1892년 가구 2% → 1911년 69%), 1891년 공중보건법에 의한 인구 분산, 그리고 1956년 청정대기법 이후 석탄 규제가 겹치며, 현재 런던의 부유입자 농도는 19세기 말 정점의 약 1/40 수준으로 하락했다.[4]
공기는, 법으로 되살릴 수 있었다.
두 번째 얼굴 — 햇빛이 만든 스모그
비슷한 시기, 지구 반대편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전혀 다른 스모그가 도시를 괴롭히고 있었다.
1943년 7월 26일.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갑자기 눈이 따갑고 숨이 답답해졌다. 가시거리가 3블록으로 줄었고, 눈물이 흘렀으며, 일부는 구역질을 호소했다. 많은 시민들이 일본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오인했다. 그 해 여름에만 비슷한 날이 87일이나 이어졌다.[6] 런던처럼 석탄을 때는 것도 아닌데, 하늘이 뿌옜다. 굴뚝을 없애도 나아지지 않았다.
수수께끼를 푼 사람은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의 하겐-스미트(Arie Haagen-Smit)였다. 그는 1950년대 초, 안식년을 반납하고 LA 대기환경연구소에서 연구에 몰두했다. 1952~1953년에 발표한 논문들에서 그가 밝혀낸 것은 충격적이었다.[6]
범인은 자동차였다. 더 정확히는, 자동차 배기가스 속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햇빛(자외선)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이었다. NOx + VOC + 자외선(UV) → 오존(O₃) + PAN(퍼옥시아세틸니트레이트) + 기타 광화학 산화물. 오염물질이 1차로 배출된 뒤, 햇빛 아래서 몇 시간에 걸쳐 2차로 새로운 독을 빚어내는 것이다.[3] 배출지 인근보다 오히려 하풍(下風) 지역, 즉 바람 아래 동네에서 더 높은 농도가 관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름의 한낮, 강한 햇살, 갈색 하늘. 이것이 스모그의 두 번째 얼굴, '광화학 스모그'다. 런던형이 '환원성'이라면, LA형은 '산화성'이다. 같은 이름을 쓰지만, 화학의 방향이 정반대인 두 가지 공기 재앙이었다.
LA가 선택한 길 — 자동차를 길들이다
원인을 알자 해법이 따라왔다.
캘리포니아는 1966년 미국 최초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도입했다.[6] 1966년 모델 연도부터 적용된 이 기준은, 전국 어느 주도 아직 규제를 시작하지 않은 시점에 캘리포니아 홀로 내딛은 첫걸음이었다. 1967년 8월 30일, 주지사 로널드 레이건이 '멀퍼드-캐럴 대기자원법(Mulford-Carrell Air Resources Act)'에 서명하면서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공식 출범했다.[6] CARB는 기존의 대기위생국과 자동차오염규제위원회를 통합한 전문 규제기관으로, 이후 반세기 넘게 세계 자동차 환경 기준의 선두에 서게 된다.
그리고 1975년, 미국 전역의 모든 신차에 촉매변환기(catalytic converter)가 의무화됐다.[6] 배기관 안에 백금·팔라듐 같은 금속 촉매를 심어, 탄화수소·일산화탄소·NOx를 약 70~90% 저감하는 장치다. 광화학 스모그의 재료를 차에서 나오기 전에 분해해버리는 발상이었다.
자동차의 도시 LA는, 자동차를 길들이는 방식으로 하늘을 되찾았다.
두 얼굴을 함께 보면 보이는 것

두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런던형(1차·환원성)의 주 원인은 석탄 연소(SO₂·매연)였고, 직접 배출된 1차 오염물질이 주된 문제였다. 겨울 무풍·역전 조건에서 황갈색 안개와 황 냄새를 동반하며 폐·기관지를 직접 손상시켰다. 해법은 석탄을 무연연료로 대체하고 굴뚝을 규제하는 것이었다.
LA형(2차·광화학)의 주 원인은 자동차 배기(NOx·VOC)였고, 햇빛을 통해 2차 오염물질이 생성됐다. 여름 강한 일사 아래 갈색 하늘과 눈 자극을 유발하며 호흡기·식물 피해를 냈다. 해법은 자동차 배기 기준 도입과 촉매변환기 의무화였다.
| 구분 | 런던형 (환원성·1차) | LA형 (광화학·산화성·2차) |
|---|---|---|
| 대표 사건 | 1952년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 | 1943년 로스앤젤레스 |
| 주 원인 | 석탄 연소(SO₂·매연) | 자동차 배기(NOx·VOC) |
| 생성 방식 | 1차 오염물질 직접 배출 | 햇빛 받아 2차 생성(O₃·PAN) |
| 조건 | 겨울 무풍·기온역전 | 여름 강한 일사 |
| 증상·피해 | 황갈색 안개·황 냄새, 폐·기관지 손상 | 갈색 하늘·눈 자극, 호흡기·식물 피해 |
| 해법 | 무연연료 대체·굴뚝 규제 | 자동차 배기 기준·촉매변환기 의무화 |
그런데 이 구분이 지금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대기오염은 런던형도, LA형도 아닌 두 얼굴이 뒤섞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석탄 화력발전에서 나오는 SO₂가 자동차 NOx와 함께 반응하거나, 초미세먼지(PM2.5)가 1차·2차 오염물질을 모두 품고 있거나. 원인의 조합이 바뀌면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 런던과 LA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실, '정확한 진단'의 중요성이다.
같은 '스모그', 다른 처방
대기환경 측정 데이터로 보면, 이 '두 얼굴'을 구분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는 명확하다. 오염 물질의 이름이 같아도,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SO₂는 굴뚝에서 잡아야 하고, 오존은 NOx와 VOC를 줄여야 생성을 막을 수 있다. 환경 문제에서 '원인 규명'은 감상이 아니라 처방전이다.
런던은 굴뚝을 규제했고, LA는 자동차를 규제했다. 두 도시가 각각 다른 원인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성공했다.
두려움보다 남은 것 — 증거
런던과 LA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증거다.
1952년 그레이트 스모그로 약 12,000명이 숨졌다. 그리고 영국은 4년 만에 법을 만들었다. 그 법 이후 런던의 부유입자 농도는 한 세기에 걸쳐 97% 넘게 하락했다.[4] 1943년 LA 시민들이 화학공격으로 오인했던 갈색 하늘은, 30년 뒤 촉매변환기 의무화와 함께 서서히 걷혔다.
도시의 공기는, 원인을 정확히 알고 법과 기술로 맞서면 되살릴 수 있다.
공기는 한 번 망가뜨려도 돌아올 수 있다 — 단,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스모그는 어디에 있는가. 다음 편에서는 바다 건너오는 하늘, 그리고 국경 없는 오염의 정치학을 들여다본다.
자주 묻는 질문 (FAQ)
1952년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로 몇 명이 사망했나요?
처음 공식 발표된 초과 사망자는 최소 4,000명이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존스홉킨스 대학의 재분석에서 만성 후유증 사망까지 포함하면 약 12,000명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당시 오염 수준은 현재 규제 기준의 5~19배에 달했습니다.
런던형 스모그와 LA형 스모그는 어떻게 다른가요?
런던형은 석탄 연소로 나온 SO2와 매연이 직접 일으킨 1차 환원성 스모그로 겨울 무풍과 기온역전 조건에서 발생했습니다. LA형은 자동차 배기가스의 NOx와 VOC가 자외선과 반응해 오존을 만드는 2차 산화성 광화학 스모그입니다. 같은 스모그라도 화학의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런던은 대기오염을 어떻게 해결했나요?
1956년 영국 의회가 청정대기법을 제정해 연기통제구역을 지정하고 무연연료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이는 현대 대기환경 규제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습니다. 19세기 말 약 623㎍/㎥이던 부유입자 농도는 현재 정점의 약 1/40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LA는 광화학 스모그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캘리포니아는 1966년 미국 최초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도입했고 1967년 대기자원위원회(CARB)를 출범시켰습니다. 1975년에는 미국 전역 모든 신차에 촉매변환기가 의무화되어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 NOx를 약 70~90% 저감했습니다.
출처
[1] Met Office; Wikipedia, "Great Smog of London" — 1952년 12월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 가시거리 5야드, SO₂ 370톤/일, 매연 1,000톤/일. https://www.metoffice.gov.uk/weather/learn-about/weather/case-studies/great-smog
[2] Bell ML & Davis DL (2001). "Reassessment of the lethal London fog of 1952: novel indicators of acute and chronic consequences of acute exposure to air pollution."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109(Suppl 3):389–394. PMCID: PMC1240556.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40556/ — 12,000명 초과사망 추정, 당시 오염 수준 현 규제 기준의 5~19배.
[3] 기온역전 및 2차 광화학 반응 메커니즘(NOx+VOC+UV→O₃+PAN): 기상학 및 대기화학 표준 원리. Wikipedia, "Photochemical smog"; CARB, https://ww2.arb.ca.gov/about/history
[4] Our World in Data — Hannah Ritchie (2017). "What the history of London's air pollution can tell us about the future of today's growing megacities." https://ourworldindata.org/london-air-pollution (원 데이터: Fouquet R, 2011, *Ecological Economics* 70(12):2380–2389) — 19세기 말 런던 SPM 약 623㎍/㎥, 현재 정점의 약 1/40 수준.
[5] UK Parliament. Clean Air Act 1956.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Eliz2/4-5/52/contents; London Museum — Clean Air Act 1956 관련 자료 — '연기통제구역' 지정, 무연연료 의무화.
[6] 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CARB). "History." https://ww2.arb.ca.gov/about/history (2026-06-12 접근) — 1943년 7월 26일 LA 최초 스모그 사건; 하겐-스미트 1950년대 초 규명(출판 1952~1953); 1966년 최초 배기가스 기준; 1967년 8월 30일 CARB 설립(Mulford-Carrell Air Resources Act); 1975년 촉매변환기 의무화(70~90% 저감).
사진: Andy Wang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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