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rett Sayles / Pexels
물·에너지·식량, 그리고 AI까지 — 얽힌 매듭을 끊는 열쇠는 ‘재는 것’
물이 귀해진 시대에, 농사·발전·AI가 같은 물을 두고 경쟁합니다. 전 세계 담수의 약 70%는 농업이, 19%는 산업, 12%는 생활용수가 쓰고, 구글 데이터센터는 2024년에만 약 307억 리터의 물을 소비했죠. 가뭄이 오면 이 세 ‘수도꼭지’가 동시에 마릅니다. 이 얽힌 매듭을 푸는 공통 열쇠는 결국 하나 — ‘얼마나 쓰는지 정확히 재는 것’입니다.
긴 여정이었어요. 하늘에서 바다로, 빙하에서 땅속으로, 그리고 우리 식탁까지.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어요 — 그래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
앞 편에서 물이 누구에겐 넘치고 누구에겐 모자란다고 했죠. 그런데 물이 귀해진 시대에, 우리는 그 물을 두고 ‘새로운 경쟁’까지 시작했어요. 밥을 짓는 농사,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그리고 놀랍게도 — AI까지, 모두 같은 물을 원하거든요. 마지막 편에서는 이 셋이 얽힌 매듭을 풀고, 그 매듭을 끊을 ‘열쇠’ 하나로 시리즈를 닫을게요.
1. 세 개의 관이, 같은 강에서 물을 긷는다
물과 에너지와 식량은 사실 ‘한 몸’이에요. 전 세계에서 끌어 쓰는 담수의 약 70%를 농업이, 약 19%를 산업, 약 12%를 생활용수가 써요(UN-Water·FAO, 출처·연도별 편차).[1] 게다가 서로 물고 물려요 — 물로 전기를 만들고(수력·냉각), 그 전기로 다시 물을 끌어올리거든요. 대부분의 화력·원자력 발전은 ‘냉각수 없이는 못 도는’ 설비예요.[1] 그래서 가뭄이 들면 농사만 마르는 게 아니라 발전도 멈춰요. 2023년 상반기엔 세계 수력발전이 약 8.5%나 줄었어요. 세 개의 관(농사·발전·식수)이 같은 강에서 물을 긷고 있으니, 가뭄이 오면 세 관이 동시에 말라붙는 거죠.
“농부와 발전소와 AI가 같은 강에서 물을 긷는다 — 가뭄이 오면, 셋이 동시에 마른다.”
- ‘취수(꺼냈다 대부분 돌려보냄)’와 ‘소비(증발 등으로 안 돌아옴)’는 달라요. 이 편에서는 일반 독자용으로 ‘쓰는 물’로 풀되, 둘이 다르다는 점만 짚어요.

2. 새 손님 — AI도 물을 마신다
첫 번째 퀴즈 — 우리가 AI에게 질문을 던질 때도, 물이 들까요?
의외로, 들어요. AI를 돌리는 거대한 데이터센터는 열을 식히느라 엄청난 물을 써요. 구글의 데이터센터는 2024년 한 해에만 약 307억 리터의 물을 소비했고, 3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었어요.[2]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생각하는 기계’가 ‘물 마시는 기계’가 된 거죠.
여기서 아주 조심해야 할 게 있어요. 한동안 ‘AI 대화 한 번에 물 500mL’ 같은 말이 돌았는데 — 이건 잘못된 단순화예요. 원래 연구는 ‘GPT-3 기준 응답 10~50번당 물 한 병(500mL)’이라는 뜻이었는데, 그게 ‘1회당 500mL’로 와전된 거죠. 실제로는 모델·냉각 방식·지역 전력에 따라 수십 배씩 달라지고, 현세대 모델은 그보다 훨씬 적다는 반론도 있어요.[2] 그래서 우리는 이런 숫자를 다룰 때 늘 ‘추정·범위·출처’를 함께 말해야 해요. 겁주기용 숫자는, 우리 매체가 가장 경계하는 거예요.

3. 식량 속의 물, 그리고 ‘버려지는 물’
가장 큰 손님은 역시 농사예요. 전 세계 지하수의 약 70%가 농업에 쓰이죠(EP5·EP7에서 본 그것). 그런데 더 안타까운 건 — 그렇게 애써 기른 식량의 상당 부분이 그냥 버려진다는 거예요. 버려지는 식량 속에 담겨 함께 버려지는 물만 해도 연 약 250 ㎦, 거대한 강의 1년 유량과 맞먹어요(볼가강 연간 유량의 약 3배). 식품을 기르는 데 쓴 물의 약 4분의 1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이에요.[1] 음식을 남기지 않는 작은 습관이, 사실은 강 하나를 아끼는 일인 거죠.
4. 매듭을 끊는 열쇠 — ‘재는 것’
세 개의 관이 얽힌 이 매듭, 어떻게 풀까요? 기술적인 답은 많아요 — 폐수를 다시 쓰는 재이용수, 물 대신 공기로 식히는 건식 냉각, 꼭 필요한 만큼만 주는 정밀 관개. 그런데 이 모든 해법의 바닥에는 똑같은 한 가지가 깔려 있어요. 바로 ‘재는 것(측정)’이에요.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의 물 효율은 바깥 날씨에 따라 시간마다 크게 달라져요. 그러니 ‘지금 어디서 얼마나 쓰는지’를 실시간으로 재면, AI 작업을 서늘한 밤이나 물이 넉넉한 시간으로 옮겨 물을 아낄 수 있어요.[2] 우리가 다른 시리즈(건물 에너지 BEMS 편)에서 본 그 원리 그대로예요 — 그리고 이건 이 ‘물이야기’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해 온 한 문장이기도 해요.
“재지 않으면, 줄일 수 없다 — 강도, 지하수도, 데이터센터의 물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면서 전력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거든요(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40년까지 여러 배로 늘 전망인데, 추정에 따라 1.7~6배로 폭이 커요).[2] 그래서 ‘얼마나 쓰는지 정확히 재고, 부문을 따로 보지 않고 함께 관리하는 것(넥서스 거버넌스)’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어요.

마치며 — 같은 물, 우리의 선택
아홉 편을 달려왔어요. 우리는 물 한 방울이 공룡을 거쳐 내 컵까지 온 경이를 봤고(EP1), 하늘의 강과 빙하의 시계를 지나(EP2·4), 보이지 않는 지하수와 변해가는 바다를 지나(EP5·6), 내가 입고 먹는 물과(EP7) 누군가의 빼앗긴 물까지(EP8) 따라왔어요. 그 긴 이야기가 가리키는 건 결국 하나예요 — 물은 새로 만들 수 없고, 사실상 사라지지도 않으며, 우리 모두가 같은 물을 돌려쓴다는 것.
그러니 물의 미래는 ‘얼마나 남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나누고 어떤 상태로 돌려보내느냐’의 문제예요. 그건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고요. 그리고 그 선택의 첫걸음은 언제나 똑같아요 —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 즉 정확히 재는 것.
“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같은 물을 다음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건넬지 — 그것만 정하면 된다.”
긴 여정에 함께해 주셔서 고마워요. 오늘 물 한 잔을 마실 때, 이 물이 지나온 하늘과 강과 바다와 — 그리고 다음에 건네질 누군가를 한 번 떠올려 주세요. 그거면, 이 시리즈는 제 몫을 다한 거예요. 「물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전 세계 물은 어디에 가장 많이 쓰이나요?
A. 끌어 쓰는 담수의 약 70%를 농업이, 약 19%를 산업, 약 12%를 생활용수가 씁니다(출처·연도별 편차 있음). 게다가 물·에너지·식량은 서로 물려 있어, 가뭄이 오면 농사·발전·식수가 동시에 영향을 받습니다.
Q. AI를 쓰면 정말 물이 드나요?
A. 데이터센터가 열을 식히느라 물을 씁니다. 구글 데이터센터는 2024년에만 약 307억 리터를 소비했어요. 다만 ‘AI 대화 1번에 500mL’라는 말은 잘못된 단순화로, 실제로는 모델·냉각·지역에 따라 수십 배 차이가 나고 최신 모델은 훨씬 적습니다.
Q. 물 문제를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무엇인가요?
A. ‘측정’입니다. 재이용수·건식 냉각·정밀 관개 같은 해법도 결국 ‘어디서 얼마나 쓰는지’ 정확히 재야 작동합니다. 재지 않으면 줄일 수 없어요 — 이것이 「물이야기」 시리즈를 관통하는 한 문장입니다.
결론 — 어떤 모습으로 다음 사람에게 건넬까
물은 새로 만들 수 없고 사라지지도 않아요. 우리는 그저 같은 물을 다음 사람에게 ‘어떤 상태로’ 건넬지 정할 뿐이죠. 농사·발전·AI가 얽힌 매듭을 푸는 첫걸음은, 보이지 않던 물을 ‘재서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이야기」 아홉 편,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마워요.
▶ 함께 읽기
– [물이야기 ①] 물의 일생 — 시리즈의 시작으로 돌아가기
– [측정이 미래다] 시리즈 — ‘재는 것’의 속사정
– [물이야기 ⑧] 누구의 물인가 — 같은 물, 다른 삶
참고 자료
– [1] UN-Water·FAO·IEA — 부문별 물 사용(농업 약 70%)·발전 냉각수 의존·식량낭비 물 약 250㎦ https://www.unwater.org/water-facts/water-food-and-energy
– [2] Li et al.(2023, arXiv) / Google 2025 환경보고서·IEA — 데이터센터·AI 물(추정·범위)·한국 전력 전망 https://arxiv.org/abs/2304.03271
– [3] IEA (2023) — 에너지의 물 취수 약 370 bcm(2021년 기준)·가뭄과 수력 https://www.iea.org/commentaries/clean-energy-can-help-to-ease-the-water-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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