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 났다

「오존층의 부활」 시리즈 · EP1 — 인류가 ‘지구의 선크림’에 난 구멍을 발견하기까지

오존층은 왜 ‘지구의 선크림’이라 불릴까? 대기 중 오존의 약 90%가 모여 있는 성층권의 오존층이 태양의 유해 자외선(UV-B)을 흡수해 지표의 생명을 지키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오존층은 약 300DU로, 전부 압축해 깔면 두께가 겨우 약 3mm에 불과하다.

지구에는 우리가 바르지 않아도 매일 발라지는 선크림이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많은 사람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자외선이 피부를 상하게 한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그런데 지구에도 똑같은 선크림이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매일 햇볕 아래를 무사히 걸어 다니는 건, 머리 위 수십 킬로미터 상공에 보이지 않는 막 하나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 막을 전부 모아 압축해 재면 놀랍게도 겨우 3mm다. 그리고 40여 년 전, 인류는 그 막에 구멍이 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겨우 3mm, ‘행성의 선크림’

먼저 그 막의 정체부터 보자. NASA에 따르면 대기 중 오존의 약 90%는 성층권에 모여 있다.[1] 성층권은 지표에서 위로 약 11~50km 구간의 대기층이다(NOAA 기준).[2] 이곳의 오존층이 태양의 유해 자외선(UV-B)을 흡수해 지표의 생명을 지킨다. NOAA는 이 역할을 가리켜 ‘행성의 선크림(planetary sunscreen)’이라고 부른다.[2]

오존의 양은 DU(돕슨 단위, 대기 기둥 속 오존 총량을 재는 단위)로 잰다. NASA 오존워치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오존층은 약 300DU인데, 이 오존을 전부 0℃·1기압으로 압축해 지표에 깔면 그 두께가 약 3mm에 불과하다.[3] 동전 두세 개를 포갠 정도의 막. 그 얇은 한 겹이 지구 위 모든 생명의 방패다. 평소에는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 가장 중요한 것들은 대개 그렇게 조용히 일한다.

‘이상적인 물질’이 보낸 신호 — 1974년

CFC 오존 파괴 원리

20세기 중반, CFC(염화불화탄소)라는 합성 화학물질이 일상 곳곳에 자리 잡았다. NOAA에 따르면 CFC는 에어로졸 스프레이, 발포제,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매로 수십 년간 널리 쓰였다.[2] 화학적으로 안정해 잘 분해되지 않고 독성도 사실상 없어, 당시에는 환경적으로도 이상적인 물질로 여겨졌다.[6][7] 썩지도, 타지도, 사람을 해치지도 않는 기체 — 더없이 안전해 보였다.

1974년, 화학자 F. 셔우드 롤런드와 마리오 몰리나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정반대의 계산을 내놓았다. 바로 그 ‘안정성’이 문제라는 것이었다.[5] 지상에서 분해되지 않은 CFC는 천천히 성층권까지 올라가고, 그곳의 강한 자외선에 비로소 쪼개지며 염소 원자를 내놓는다. 이 염소는 촉매처럼 작용해 자신은 사라지지 않은 채 오존 분자를 하나씩 연쇄적으로 무너뜨린다는 것이 두 사람의 가설이었다.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믿었던 성질이, 하늘 위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계산의 무게는 시간이 증명했다. 1995년 노벨 화학상은 ‘대기화학 연구, 특히 오존의 생성과 분해에 관한 공로’로 폴 크뤼첸, 마리오 몰리나, F. 셔우드 롤런드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7]

남극이 먼저 알았다 — 1985년

가설이 나온 지 11년 뒤, 증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1985년, 영국남극조사단(British Antarctic Survey)의 조 파먼·브라이언 가디너·조너선 섕클린은 남극 핼리(Halley) 기지의 지상 관측 자료를 정리해 네이처에 발표했다.[8] 남극의 봄철인 9~10월마다 상공의 오존 총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였다. 훗날 ‘오존홀 발견 논문’으로 불리게 되는 기록이다.

여기서 ‘오존홀’이란 오존 총량이 220DU 아래로 떨어진 영역을 가리킨다. NOAA와 NASA 오존워치에 따르면 220DU는 과거의 관측 기록에 근거해 정한 기준선이다.[2] 평균 300DU의 막이 그 선 밑으로 꺼진 구역, 말하자면 차단막이 눈에 띄게 닳아 버린 자리다. 그것이 매년 봄 남극 하늘에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구멍은 얼마나 빨리 커졌나

오존홀 면적 추이

위성 데이터는 그 변화의 속도를 숫자로 보여준다. NASA 오존워치의 연간 기록을 보면, 남극 오존홀의 일 최대 면적(그해 오존홀이 가장 컸던 하루의 면적)은 1979년 110만 km²였다. 파먼 팀의 논문이 나온 1985년에는 1,880만 km², 그로부터 2년 뒤인 1987년에는 2,250만 km²로 커졌다.[9] 10년이 채 안 되는 사이, 하늘의 구멍이 남극 대륙(약 1,400만 km²)보다 큰 규모로 자란 것이다.

깊이도 함께 꺼졌다. 남반구의 연중 최저 오존값을 따라가 보면, 1979년 194DU였던 수치가 1985년 124DU, 1987년에는 109DU까지 내려간다.[9] 지구 평균이 약 300DU라는 점을 떠올리면, 남극의 봄 하늘이 지구 평균의 3분의 1 수준(109DU)까지 얇아진 해가 있었던 셈이다. 스프레이 캔과 냉장고에서 새어 나온 기체가 수십 년에 걸쳐 조용히 하늘에 쌓이고 있었고, 인류는 그 결과를 1985년에야 비로소 숫자로 마주했다.

보이지 않는 위협, 정확한 측정이 드러내다

보이지도 않고 코로 맡아지지도 않는 기체가 지구 반대편 상공의 보이지 않는 막을 갉아먹는다 — 이 인과를 처음부터 실감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위협은 늘 그렇게 실감보다 먼저 도착한다.

그 거리를 이어 준 것은 결국 ‘측정’이었다. 남극 기지의 관측값과 성층권의 염소 농도, 그리고 공장에서 쓰이던 냉매의 화학식 — 따로 떨어져 있던 숫자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자, 보이지 않던 위협이 비로소 보이는 사실이 되었다. 환경 문제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노도 구호도 아니라, 정확히 재는 것이다.

11년의 간격

1974년의 가설과 1985년의 실측 사이에는 11년의 간격이 있다. 경고가 나왔을 때 구멍은 아직 보이지 않았고, 구멍이 또렷이 보였을 때는 이미 남극 하늘이 큰 폭으로 얇아진 뒤였다. 보이지 않는 변화의 가장 까다로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보이지 않는 위협의 가장 위험한 점은, 눈에 보일 무렵이면 이미 늦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절망으로 끝나는가. 그렇지 않다. 발견으로부터 단 2년 뒤인 1987년, 인류는 그때까지 전례가 없던 합의를 만들어 낸다. 보이지 않는 신호 앞에서 어느 시점을 믿어야 하는가 — 그 질문에 인류가 내놓은 답은, 이 시리즈의 2편에서 이어진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오존홀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나요?

오존홀은 대기 기둥 속 오존 총량이 220DU 아래로 떨어진 영역을 가리킵니다. 220DU는 과거 관측 기록에 근거해 정한 기준선이며, 평균 약 300DU의 막이 그 선 밑으로 꺼진 구역을 말합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CFC는 어떤 물질인가요?

CFC(염화불화탄소)는 에어로졸 스프레이, 발포제,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매로 수십 년간 널리 쓰인 합성 화학물질입니다.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독성도 사실상 없어 당시에는 이상적인 물질로 여겨졌습니다.

CFC가 어떻게 오존을 파괴하나요?

지상에서 분해되지 않은 CFC는 천천히 성층권까지 올라가 강한 자외선에 쪼개지며 염소 원자를 내놓습니다. 이 염소는 촉매처럼 작용해 자신은 사라지지 않은 채 오존 분자를 하나씩 연쇄적으로 무너뜨립니다.

남극 오존홀은 언제 처음 발견됐나요?

1985년 영국남극조사단의 연구진이 남극 핼리 기지의 관측 자료를 정리해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처음 보고됐습니다. 남극의 봄철인 9~10월마다 상공의 오존 총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처

[1] NASA, Aura 미션 Ozone 페이지 — 대기 오존의 약 90%가 성층권에 존재 https://science.nasa.gov/mission/aura/ozone/

[2] NOAA, “NOAA, NASA: 2025 ozone hole is 5th smallest since 1992” 보도자료, 2025-11-24 https://www.noaa.gov/news-release/noaa-nasa-2025-ozone-hole-is-5th-smallest-since-1992

[3] NASA Ozone Watch, “Facts about Dobson Units” — 평균 약 300DU = 압축 시 약 3mm https://ozonewatch.gsfc.nasa.gov/facts/dobson_SH.html

[5] Molina, M. J. & Rowland, F. S., “Stratospheric sink for chlorofluoromethanes…”, Nature 249 (1974) — CFC 오존 파괴 가설

[6] American Chemical Society, “Chlorofluorocarbons and Ozone Depletion” — CFC가 안정·무독성으로 이상적 물질로 여겨짐 https://www.acs.org/education/whatischemistry/landmarks/cfcs-ozone.html

[7] 노벨재단, “Press release: The 1995 Nobel Prize in Chemistry”, 1995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1995/press-release/

[8] Farman, J. C., Gardiner, B. G. & Shanklin, J. D., Nature 315, 207–210 (1985) — 남극 오존홀 발견 논문 https://www.nature.com/articles/315207a0

[9] NASA Ozone Watch, “Annual Records” (2025-10-20 갱신) — 오존홀 면적·최저 오존 연간 기록 https://ozonewatch.gsfc.nasa.gov/statistics/annual_dat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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