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다섯 번 리셋된 이야기

대멸종 ① — '캄·오·실·데·석·페'로 외우던 그 시간 속에

GaiaBeacon · 「여섯 번째 질문」 대멸종 시리즈 (6부작 중 1부)

지구 역사상 대멸종은 몇 번 있었나? 지난 5억여 년 동안 적어도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대멸종은 약 280만 년 이내에 전 지구 종의 75% 이상이 사라진 사건을 뜻하며, 1982년 라우프와 셉코스키가 이를 5대 대멸종으로 명명했다.

지구는 지난 5억 년 동안 적어도 다섯 번, '리셋' 버튼을 눌렸다. 고교 지구과학 시간에 외우던 "캄·오·실·데·석·페" —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 — 그 낯선 음절들 사이사이에 지구 생명이 거의 절멸할 뻔한 대참사가 숨어 있었다. 이 글은 그 다섯 번의 대멸종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각 사건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지층의 기록에서 짚어본다.

'대멸종'이라는 단어의 무게

5대 멸종 멸종률 비교

생물은 늘 조금씩 사라진다. 이것을 배경 멸종(background extinction)이라 부른다. 화석 기록을 보면 대략 100만 종당 연간 0.1~1종 수준으로 조용히, 꾸준히 사라져 왔다. [1]

그런데 어떤 순간에는 규칙이 무너진다.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 지구 나이로 치면 눈 깜짝할 사이 — 에 전 지구 종의 4분의 3 이상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이것이 대멸종(mass extinction)이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정의는 '약 280만 년 이내에 전 지구 종의 75% 이상 소멸'이다. [2]

과학자들은 지난 5억여 년의 화석 기록에서 그런 절벽을 다섯 번 찾아냈다. 1982년, 데이비드 라우프(David M. Raup)와 잭 셉코스키(Jack Sepkoski)가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화석의 과(family)·속(genus) 수준 데이터를 통계 분석해 처음으로 이 다섯 사건을 'Big Five(5대 대멸종)'로 명명했다. [3] 이후 40년간 전 세계 연구자들이 암석을 캐고 화석을 분석하며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이것은 가설이 아니라, 지구 곳곳의 지층에 새겨진 합의된 사실이다. [1]

단,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멸종률 수치 — "96%", "86%" — 는 분류 수준(종·속·과)과 분석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추정치다. 화석에는 생물의 일부만 남기 때문에, 종 수준 통계는 외삽(extrapolation)으로 계산된다. 속(屬) 수준으로 분석하면 수치는 낮아지고, 종 수준 상한 추정치는 높아진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모두 해당 멸종의 규모를 가늠하는 추정 범위이며, 근거가 되는 출처를 함께 밝혔다. [2][3]

다섯 번의 리셋

5대 멸종 연표

① 오르도비스기 말 — 얼어붙은 바다 (약 4억 4,380만 년 전)

첫 번째 대멸종은 약 4억 4,38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가 끝나던 무렵에 찾아왔다. 당시 지구에는 육지에 숲이 없었다. 생명의 무대는 거의 전적으로 바다였다.

곤드와나 대륙이 남극 위를 지나며 거대한 빙하가 형성됐다. 해수면이 낮아지고 대륙붕의 얕은 바다 — 생명이 가장 빽빽하게 살던 공간 — 가 말라갔다. 이 빙하기는 단순히 한 번 얼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빙하 형성으로 해수면이 내려가고, 이어 빙하가 해빙되며 해수면이 다시 올라오는 2단계 파동 구조였다. [4]

결과는 참혹했다. 해양 생물 종 수준 추정치로 약 85~86%가 사라졌다. 5대 대멸종 가운데 두 번째로 심각한 사건이었으며, 이후에 찾아올 백악기 말 멸종보다 생물 손실의 규모가 더 컸다는 평가도 있다. [4][5]

② 데본기 말 — 숨이 막힌 바다 (약 3억 7,215만 년 전)

두 번째는 약 3억 7,215만 년 전, 데본기 말이다. 이 멸종은 단일 사건이 아니었다. 약 300만 년에 걸쳐 여러 차례 파동처럼 생물이 사라졌다. [6]

바닷물은 있는데 산소가 없었다. 이 시기 지구에는 처음으로 거대한 숲이 등장했다. 육지를 덮은 나무들의 깊은 뿌리가 암석을 풍화시켜 인(phosphorus) 등 영양소를 강으로 씻어냈고, 이 영양분이 바다로 흘러들어 조류(藻類)가 폭발적으로 번식했다. 조류가 죽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소비되며 해양 무산소층이 전 지구 해저로 확장됐다. 생명이 생명을 질식시킨 셈이었다. [7]

멸종률 추정치는 문헌마다 편차가 크다. 종 수준으로는 약 40~75% 범위가 제시된다. 5대 멸종 중 가장 수치 불확실성이 높은 편이며, "약 75%"는 종 수준 상한 추정치임을 감안해야 한다. [6][7]

③ 페름기 말 — 거대한 죽음 (약 2억 5,200만 년 전)

세 번째이자 지구 역사상 최악의 멸종이다.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가 끝나던 시점에 일어났다. 학자들은 이 사건에 이름을 붙였다. '거대한 죽음(The Great Dying)'. [8]

방아쇠를 당긴 것은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이었다. 오늘날 시베리아 전역에 걸쳐 있는 이 홍수 현무암 지대는,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화산 분출이 수십만~200만 년에 걸쳐 만들어 낸 흔적이다. 마그마가 탄소가 풍부한 석탄층과 퇴적층을 관통하며 열화학적으로 가스화를 일으켰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9]

뒤이어 삼중 타격이 왔다. 온난화 — 적도 해수온이 8~10℃ 상승했다. 해양 산성화 —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으며 pH가 급락해 조개류·산호류의 껍데기가 녹아내렸다. 해양 무산소 — 따뜻해진 바닷물은 산소를 덜 녹이고 심층 순환이 약해지며 해저 전체가 질식했다. [10][11] 세 가지 재앙이 동시에 쏟아졌다.

멸종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해양 종 기준으로 약 81~96%가 사라졌다(81%는 중간 추정치, 96%는 상한 추정치). 속(屬) 수준 분석으로는 56~69%다. [3][8] 육상 척추동물도 약 70%가 사라졌다.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에는 해양 산소 기준으로만 약 500만 년이 걸렸으며, 생태 다양성의 완전한 회복에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12][13]

이것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규모 이산화탄소 → 온난화 → 해양 산성화 → 무산소. 이 세 가지 연쇄는 오늘날 관측되는 현상과 놀랍도록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 대멸종 EP3 '거대한 죽음' 참조)

④ 트라이아스기 말 — 공룡의 왕좌 (약 2억 100만 년 전)

네 번째는 약 2억 1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와 쥐라기의 경계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화산이었다. 중앙대서양 화성암군(CAMP, Central Atlantic Magmatic Province)이라 불리는 대규모 분출이 트라이아스기-쥐라기 경계와 정확히 시간을 같이한다는 것이 MIT 연구팀의 지르콘 연대측정으로 확인됐다. [14][15]

해양·육상 생물의 약 75~80%가 사라졌다. [15] 그러나 이 멸종에는 반전이 있다. 트라이아스기를 지배하던 거대 파충류들이 무너지면서 생태계에 거대한 빈자리가 생겼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공룡이었다. 재앙 속에서 새로운 지배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⑤ 백악기 말 — 운석과 공룡의 끝 (약 6,600만 년 전)

다섯 번째는 가장 유명하다. 약 6,600만 년 전, 직경 10~15km의 운석이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다. 직경 약 200km의 분화구가 남았다. 칙술루브(Chicxulub) 충돌이다.

충돌 즉시 막대한 먼지와 황산염 에어로졸이 대기권을 덮었다. 햇빛이 차단됐고 식물의 광합성이 멈췄다. 먹이사슬이 밑에서부터 무너졌다. 비조류 공룡 전체를 포함해 동식물 종의 약 76%가 사라졌다. [16][17]

대멸종 시기 주요 원인 멸종률(종 수준 추정)
① 오르도비스기 말 약 4억 4,380만 년 전 급격한 빙하기 해양 종 약 85~86%
② 데본기 말 약 3억 7,215만 년 전 해양 무산소화 약 40~75%
③ 페름기 말 약 2억 5,200만 년 전 시베리아 화산(‘거대한 죽음’) 해양 종 약 81~96%
④ 트라이아스기 말 약 2억 100만 년 전 대규모 화산(CAMP) 약 75~80%
⑤ 백악기 말 약 6,600만 년 전 운석 충돌(칙술루브) 약 76%

주류 학계는 이 운석 충돌을 주원인으로 본다. 그러나 동시기 인도 데칸 트랩(Deccan Traps) 화산 분출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도 2025년 현재 진행 중이다. 데칸 화산이 배경 스트레스로 작용했다는 시각, 또는 독립적으로 별개의 멸종 파동을 일으켰다는 시각이 경쟁하고 있다. [17][18]

그리고 여기서도 반전이 있다. 공룡이 사라진 자리에서 포유류가 폭발적으로 번성했다. 운석이 없었다면, 인류도 없었을지 모른다.

다섯 번이 새긴 한 가지 교훈

원인은 제각각이었다. 빙하기, 화산, 산소 고갈, 운석. 그러나 다섯 번 모두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천천히 변하면 생명은 옮겨가고, 적응하고, 살아남는다. 그러나 너무 빨리 변하면 — 적응할 시간이 없다. 2억 5,200만 년 전 시베리아 화산은 수십만 년에 걸쳐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다. 그것도 지구 생태계를 궤멸시켰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약 270년 만에 그에 필적하는 탄소를 대기로 쏟아내고 있다 — 수십~수천 배 빠른 속도라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평가다. [9][19]

'속도'의 문제. 5억 년 묵은 화석에도 그것이 새겨져 있다.

이 시리즈는 그 다섯 번의 리셋을 하나씩 되짚는다. 무엇이 생명을 거의 끝냈는지, 지구는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닿는다.

다섯 번의 멸종은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여섯 번째는, 어쩌면 우리가 막을 수 있다.

'여섯 번째'에 대한 학계의 논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연구자들은 지질학적 기준으로는 아직 그 임계치에 이르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20][21] 그러나 양쪽 모두 한 가지는 동의한다 — 생물다양성이 빠르게 줄고 있으며, 지금 행동하면 최악의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지금 왕좌에 앉은 우리는, 어떤 변화를 부르고 있는가.

그 이야기를, 가장 먼 과거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대멸종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가장 널리 인용되는 정의는 약 280만 년 이내에 전 지구 종의 75% 이상이 소멸하는 것입니다. 화석에는 생물의 일부만 남기 때문에 종 수준 멸종률은 외삽으로 추정되며, 분류 수준과 분석 방법에 따라 수치가 달라집니다.

다섯 번의 대멸종 원인은 각각 무엇이었나요?

오르도비스기 말은 빙하기, 데본기 말은 해양 무산소, 페름기 말은 시베리아 화산, 트라이아스기 말은 CAMP 화산, 백악기 말은 칙술루브 운석 충돌이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원인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환경의 급격한 변화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장 심각했던 대멸종은 언제인가요?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으로, 거대한 죽음이라 불립니다. 해양 종 기준 약 81~96%, 육상 척추동물 약 70%가 사라진 지구 역사상 최악의 멸종이었습니다.

대멸종이 오늘날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다섯 번 모두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해 생명이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 공통됩니다. 시베리아 화산은 수십만 년에 걸쳐 이산화탄소를 내뿜었지만,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약 270년 만에 그에 필적하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어 학계는 수십~수천 배 빠른 속도로 평가합니다.

출처

[1] Our World in Data. "Mass extinctions of the past." ourworldindata.org/mass-extinctions (2022-11-30 기준)

[2] Britannica. "Mass extinction event." britannica.com/science/mass-extinction-event; Marshall, C.R. (2023). "Forty years later: The status of the 'Big Five' mass extinctions." *Cambridge Prisms: Extinction*. PMC11895713. pmc.ncbi.nlm.nih.gov/articles/PMC11895713/

[3] Raup, D.M. & Sepkoski, J.J. (1982). "Mass extinctions in the marine fossil record." *Science*, 215(4539), 1501–1503. PMID 17788674; Marshall, C.R. (2023), 위 동일

[4] Britannica. "Ordovician-Silurian extinction"; EBSCO Research. "Ordovician-Silurian extinction events"; Wikipedia. "Late Ordovician mass extinction"

[5] US National Park Service. "Mass Extinctions Through Geologic Time." nps.gov/subjects/fossils/mass-extinctions-through-geologic-time.htm

[6] "Anchoring the Late Devonian mass extinction in absolute time." PMC7395115. ncbi.nlm.nih.gov/pmc/articles/PMC7395115/; Wikipedia. "Late Devonian mass extinction"

[7] "Paleogeography and paleoenvironments of the Late Devonian Kellwasser event." *Global and Planetary Change* (2019). 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921818118306258

[8] EBSCO Research. "Permian-Triassic extinction event (Great Dying)." ebsco.com/research-starters/geology/permian-triassic-extinction-event-great-dying; NASA Science. "The Great Dying." science.nasa.gov/science-research/earth-science/the-great-dying/

[9] "Massive and rapid predominantly volcanic CO2 emission during the end-Permian mass extinction." *PNAS* (2021), 118(37). PMC8449420. pnas.org/doi/10.1073/pnas.2014701118; MIT News. "Siberian Traps likely culprit for end-Permian extinction." (2015). news.mit.edu/2015/siberian-traps-end-permian-extinction-0916

[10] "The great catastrophe: causes of the Permo-Triassic marine mass extinction." PMC10753410 (2024). pmc.ncbi.nlm.nih.gov/articles/PMC10753410/

[11] Science News. "Volcano-driven asphyxiation pegged as a culprit in the Great Dying." (2019). sciencenews.org/article/volcanic-eruptions-depleted-ocean-oxygen-may-have-set-great-dying

[12] "Marine anoxia and delayed Earth system recovery after the end-Permian extinction." *PNAS* (2015). pnas.org/doi/10.1073/pnas.1515080113; Stanford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 sustainability.stanford.edu/news/oxygen-starved-oceans-held-back-lifes-recovery-after-great-dying

[13] "The timing and nature of marine ecosystem recovery following the Permian-Triassic mass extinction." PMC12860686. ncbi.nlm.nih.gov/pmc/articles/PMC12860686/

[14] "Zircon U-Pb Geochronology Links the End-Triassic Extinction with the Central Atlantic Magmatic Province." *Science* (2013). science.org/doi/10.1126/science.1234204

[15] MIT News. "Huge and widespread volcanic eruptions triggered the end-Triassic extinction." (2013). news.mit.edu/2013/volcanic-eruptions-triggered-end-triassic-extinction-0321

[16] "Asteroid impact, not volcanism, caused the end-Cretaceous dinosaur extinction." *PNAS* (2020). PMC7382232. pnas.org/doi/10.1073/pnas.2006087117

[17] "The eruptive tempo of Deccan volcanism in relation to the Cretaceous-Paleogene boundary." *Science* (2019). science.org/doi/10.1126/science.aav1446

[18] "Deccan Traps Volcanism Alone Was Sufficient to Induce End-Cretaceous Extinction, AI Study Shows." *Sci.News* (2025). sci.news/paleontology/deccan-traps-volcanism-end-cretaceous-extinction-12487.html

[19] MIT News (2015), 위 [9] 동일; PNAS (2021), 위 [9] 동일

[20] Ceballos, G., Ehrlich, P.R. & Dirzo, R. (2017). "Biological annihilation via the ongoing sixth mass extinction." *PNAS*, 114(30), E6089–E6096. pnas.org/doi/10.1073/pnas.1704949114

[21] Wiens, J.J. & Saban, A. (2025). "Questioning the sixth mass extinction."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S0169-5347(25)00002-3. cell.com/trends/ecology-evolution/fulltext/S0169-5347(25)00002-3

사진: Airin Party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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