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arc Eggert / Unsplash
무슨 일이 — 모델 11개 중, 0개
예일대 환경저널 《Yale Environment 360》이 짚은 문제다. 최신 IPCC(유엔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 평가에 쓰인 지구시스템모델 11개 가운데, 온난화로 늘어나는 자연 배출의 3대 원천(산불·습지·영구동토)을 모두 반영한 모델은 하나도 없었다. 산불을 넣은 건 5개, 영구동토는 2개뿐이었다. 인간이 태우는 화석연료 배출은 정교하게 다루면서, 데워진 자연이 스스로 내뿜는 탄소는 계산에서 빠지거나 약하게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기후 모델은 무엇을 계산하나 — 그리고 무엇이 빠졌나
기후 모델(지구시스템모델)은 대기·해양·육지·빙하의 물리와 탄소·질소 순환을 함께 굴려, 인간이 얼마나 배출하느냐에 따라 기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모의한다. 얼음이 녹아 햇빛 반사가 줄면 더 더워지는 되먹임(알베도)처럼 잘 반영된 것도 많다. 그런데 ‘생태계가 온실가스를 더 뿜는’ 되먹임은 워낙 복잡해 통째로 빠지곤 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지구상 거의 모든 생태계의 온난화 반응을 예측해야 할 만큼 문제가 복잡하고, 습지·영구동토·산불 배출을 어떤 수식으로 담을지 과학적 합의가 아직 없으며, 시베리아나 콩고분지처럼 접근이 어려운 곳의 관측 데이터가 부족하다.
‘산불은 원래 중립’이라던 오래된 셈법
사실 산불이 빠진 데는 그럴듯한 근거가 있었다. 불이 나면 나무에 갇혔던 탄소가 대기로 나오지만, 그 자리에 숲이 다시 자라면서 비슷한 양의 탄소를 도로 빨아들인다. 그래서 오랫동안 과학은 ‘불탄 뒤 온전히 회복되는 숲이라면, 산불은 장기적으로 대체로 탄소중립’으로 봤다(개간이나 이탄 지대 화재는 예외). 여기에 산불 연기 속 검은 입자(온난화)와 밝은 입자(냉각)가 서로 상쇄되고, 불탄 자리의 밝아진 지표가 햇빛을 더 반사해 오히려 식히는 효과까지 겹쳐, ‘땅을 바꾸지 않는 순수한 산불’의 순 기후영향은 작고 불확실하다는 게 전통적 평가였다.
그런데 그 셈법이 흔들린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이 균형을 깨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숲이 더 자주·더 세게 타면 다시 자랄 틈이 없어 평균 탄소 저장량이 낮아진다. 둘째, 한대림이나 이탄 지대에서는 수백~수천 년 쌓인 ‘오래된’ 토양 탄소까지 타는데, 이건 다시 자란 나무가 도로 담지 못한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23년 사이 전 세계 산림 화재의 탄소 배출은 약 60% 늘었고(한대림은 거의 세 배), 2024년 북극 보고서는 수천 년간 탄소를 저장하던 북극 툰드라가 산불과 영구동토 해빙으로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돌아섰다고 전한다. 습지에서 나오는 메탄도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이 되먹임을 모델에 넣는 작업을 하는 영국 기상청의 크리스 존스 박사는, 발전소는 재생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도 한번 녹기 시작한 영구동토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짚는다.
넣으면 얼마나 더 더워지나
그렇다면 이 빠진 조각을 채우면 무엇이 달라질까. 최근 연구진이 단순 기후모델로 추정해보니, 이런 자연 배출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을 최대 0.6℃까지 더 올릴 수 있었다. 결과는 인간이 앞으로 얼마나 배출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인간이 배출을 빠르게 줄이는 경우엔 추가 상승이 0~0.4℃로 작지만, 인간이 만든 온난화 자체가 작아지는 만큼 자연 배출이 차지하는 몫은 오히려 커져 인간 온난화를 최대 60%까지 가속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배출이 2060년 무렵 정점을 찍고 더디게 줄어드는 경우엔 0.2~0.6℃로 커진다(아직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잠정). 또 다른 2026년 연구는, 영구동토와 산불 배출을 넣으면 ‘1.5℃를 넘지 않기 위해 2025년 기준 남은 탄소 예산’이 약 4분의 1(25%±12%) 줄어든다고 봤다. 요컨대 지금의 모델은 미래 온난화를 다소 과소평가하고, 우리가 더 태워도 되는 여지를 실제보다 넉넉하게 계산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 공포가 아니라 ‘신중함’의 이야기
중요한 건 이걸 임박한 재앙으로 읽지 않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강조하는 건 ‘확정된 파국’이 아니라 ‘불확실성’이다. 추정치의 폭(0.2~0.6℃)이 넓은 이유도, 생태계가 온난화에 정확히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되먹임이 곧 자동 파국을 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소식의 핵심은, 과학이 모르는 것을 ‘없는 셈’ 치는 대신 보수적으로 셈에 넣으려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출범한 국제 협력에는 세계 20여 개 모델링 그룹이 참여해, 이 배출을 다음 IPCC 평가(2029년 예정)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한국은
한국에는 영구동토도, 거대한 습지도 없다. 이 되먹임이 직접 벌어지는 무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지구 전체가 예상보다 빨리 더워지면 그 여파는 결국 한국의 폭염과 강수 변동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한국도 이 예측의 당사자다.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은 지구시스템모델 K-ACE를 개발해 IPCC 6차 평가에 참여했고,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도 이 모델로 만든다. 세계 대부분의 모델처럼 K-ACE 역시 자연 배출을 완전히 담았다고 보긴 어렵지만, 바로 그렇기에 ‘빠진 조각’을 채우는 국제 연구는 우리 예측의 정확도와도 직결된다.
기후 예측은 완성된 수정구슬이 아니라, 계속 손보는 지도에 가깝다. 자연이 뿜는 탄소라는 빈칸을 이제야 채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두려움보다 ‘더 정직해지는 과학’의 이야기로 읽는 편이 옳다.
출처: 《Yale Environment 360》 「A Missing Piece in Climate Models: Nature’s Own Emissions」(James Dinneen, 2026-06-17, 모델 11개 중 0개·산불5·영구동토2) · Abernethy·Poulter 등 ESS Open Archive 프리프린트(2026-04, 미동료심사, 자연배출 최대 +0.6℃; 저배출 시나리오 0~0.4℃로 인간온난화 최대 60% 가속, 고배출 시나리오 0.2~0.6℃) ·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2026, 영구동토·산불 반영 시 1.5℃ 탄소예산 약 25%±12%↓) · Science(2001~2023 산림화재 탄소배출 약 60%↑) · NOAA 2024 북극 리포트카드(툰드라 흡수원→배출원) · 산불 탄소중립·에어로졸·알베도(JGR Atmospheres 2023 등) · K-ACE(Asia-Pacific J. Atmos. Sci., 2019)·기상청. (2026-07 기준·수치 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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