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의 진실」 3부작 · EP1
ESG라는 말은 누가, 언제 만들었나? ESG는 2004년 UN 사무총장 주도로 작성된 보고서 「Who Cares Wins」에서 처음 공식 사용된 약자다. 운용자산 6조 달러 규모의 23개 금융기관이 서명했고, 이 세 글자는 18년 뒤인 2022년 30.3조 달러 규모의 ESG 투자 시장으로 성장했다.
2004년에 처음 공식화된 세 글자 — ESG — 는 20년 만에 수십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만들어 냈다. 이 글은 ESG가 어디서 왔는지, 누가 만들었고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듣는 ESG는 그 출발점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를 짚는다.
단어 하나가 20년 만에 세상을 바꿨다
2004년, 스위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23개 금융기관이 모였다. 운용 자산 합계 6조 달러. 이들이 서명한 보고서 안에 세 글자가 처음 등장했다. ESG.
그로부터 18년 뒤인 2022년,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ESG를 내건 투자 자산은 30.3조 달러(약 4경 원)에 달했다.[1] 기업이 보고서를 내고, 투자자가 등급을 매기고, 규제 기관이 법을 만드는 거대한 생태계가 자라났다.
"자본주의가 환경을 품기로 결심한 날"
ESG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개념은 아니다. 뿌리는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미국 사회에는 두 개의 거대한 물결이 동시에 밀려왔다. 흑인 민권 운동과 반(反)베트남전 운동. 이 물결은 투자 세계에도 흘러들었다. "내 돈이 불의한 사업을 키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사회책임투자)라는 이름으로 결집했다.[2] 무기 제조사나 담배 회사의 주식을 사지 않겠다는 윤리적 투자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오랫동안 금융의 주류가 아니었다. '선한 투자자'들의 도덕적 선택 정도로 여겨졌다. 투자 수익률에서 지는 싸움을 감수하는 대신 양심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전환점은 1994년에 찾아왔다. 영국의 기업 컨설턴트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이 '트리플 보텀라인(Triple Bottom Line, TBL)' 개념을 제안했다.[3]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기업 성과를 이익(Profit)만으로 재지 말고, 사람(People)·지구(Planet)·이익(Profit), 세 축으로 함께 측정하자는 것. 환경과 사회를 비용이 아니라 성과 지표로 끌어들인 이 발상은 이후 ESG 개념의 직접적인 전신이 됐다.
하지만 개념이 있다고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자본을 실제로 움직이려면 숫자가 필요했고, 숫자를 만들려면 기준이 필요했다.
ESG라는 이름의 탄생 — 「Who Cares Wins」(2004)
2004년, UN 사무총장 주도로 하나의 보고서가 완성됐다. 제목은 「Who Cares Wins: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신경 쓰는 자가 이긴다: 금융시장을 변화하는 세계와 연결하다). 스위스 정부의 협력 아래, 총 6조 달러 이상 자산을 대표하는 23개 금융기관이 서명했다.[1]
보고서의 논거는 명쾌했다. 상장기업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경영에 통합하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높아진다. 따라서 자산운용사와 증권 중개업자는 ESG를 분석 기준으로 채택해야 한다.
이 문서에서 'ESG'라는 약자가 처음으로 공식 사용됐다.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름이 생겼다는 것은 달랐다. 이름이 생기면 측정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으면 투자할 수 있고, 투자할 수 있으면 시장이 된다.
원칙이 제도가 되다 — PRI 출범(2006)

2년 뒤인 2006년 4월 27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 주재로 하나의 이니셔티브가 공식 출범했다.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책임투자원칙)다.[4]
출범 당시 서명기관은 16개국 100개 기관투자자, 총 운용자산 2조 달러 이상. UNEP(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와 UN 글로벌 콤팩트가 공동 조율했으며, 수개월에 걸친 회의 끝에 6대 원칙이 도출됐다.
핵심은 자발적 서약이었다. 투자 결정과 주주 활동에 ESG 이슈를 통합하겠다는 약속. 강제 규정이 아니었지만, 이 자발성이 오히려 빠른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는 ESG를 고려한다"는 선언 자체가 기관투자자의 브랜드가 됐다.
보고의 기준을 만든 사람들 — GRI, SASB, TCFD
ESG 투자가 확산되려면 기업들이 ESG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 공개의 형식과 기준을 만드는 일이 1990년대 말부터 진행됐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는 1997년 미국 비영리단체 Ceres와 Tellus Institute에 의해 설립됐다.[5] 비재무 정보—환경 영향, 사회적 기여, 지배구조 수준—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보고하도록 돕는 기관이다. 2000년 첫 공식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이후 전 세계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의 사실상 표준이 됐다.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는 2011년 설립됐다.[6] GRI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폭넓은 보고 체계라면, SASB는 투자자 중심의 산업별 공시 기준을 지향했다. 11개 섹터 77개 산업에 걸쳐 각 산업에서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항목이 무엇인지 특정해, 2018년 최초 표준을 공표했다.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는 2015년 12월 G20과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설립했다. 마이클 블룸버그가 의장을 맡았다.[7] 2017년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기후 리스크를 지배구조·전략·리스크 관리·지표 및 목표의 4개 영역에서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이후 약 5,000개 기관이 지지를 선언했고, 2023년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로 역할이 통합되면서 공식 임무를 마쳤다.[7]
이 세 기관이 만든 기준은 서로 달랐다. 같은 기업을 두고 다른 형식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 문제는 훗날 ESG의 '등급 불일치' 논란으로 이어지지만, 그 이야기는 EP2에서 다룬다.
숫자로 보는 20년 — ESG 투자 규모의 성장

「Who Cares Wins」가 나온 2004년 이후, ESG를 표방한 자산 규모는 어떻게 변했을까. GSIA(글로벌 지속가능투자연합)가 격년으로 발간하는 보고서가 이 추이를 기록하고 있다.[8]
2012년 13.6조 달러에서 출발해 2014년 21.4조 달러, 2016년 22.8조 달러, 2018년 30.6조 달러, 2020년 35.3조 달러로 성장했다. 2022년 수치는 30.3조 달러로 표면상 줄어 보이지만, 실제 감소가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지속가능투자의 정의를 엄격하게 재정의한 결과다. 미국 단독 수치가 2020년 17조 달러에서 2022년 8.4조 달러로 조정됐으며, 비미국 시장은 오히려 2020년 대비 20% 증가했다.[8]
Bloomberg Intelligence는 2030년에는 ESG 자산이 40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2024년 1월 발표, GSIA 2022 데이터 기반).[9]
숫자만 보면 단선적 성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성장 곡선 안에는 논쟁이 쌓이고 있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이것이 진짜 변화냐, 마케팅이냐"는 질문도 커졌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EP2에서 정면으로 다룬다.
공시 기준은 최저선이지, 최선이 아니다
환경 공시 데이터로 보면, ESG도 같은 구조를 품고 있다. GRI·SASB·TCFD가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은, 동시에 그 기준을 최소한으로 충족하는 방법도 생겼다는 뜻이다. 측정이 시작되면 적어도 숨기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지만, 공시 기준은 최저선이지 최선이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위한 재료—그린워싱 사례, 등급 불일치 연구, 그리고 제도가 실제로 기업 행동을 바꾸었다는 증거들—는 EP2에서 꺼낸다.
"이름이 생기면 측정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으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ESG는 그 시작점이었다."
2004년에 만들어진 세 글자가 20년 만에 수십조 달러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원칙이 제도가 됐고, 제도가 시장이 됐고, 시장이 정치가 됐다.
이제 물어볼 차례다. 이 거대한 흐름은 실제로 지구를 바꾸고 있는가, 아니면 지구를 바꾼다는 이야기를 팔고 있는 것인가.
그 질문을 들고 EP2로 간다.
자주 묻는 질문 (FAQ)
ESG는 정확히 무엇의 약자인가요?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입니다. 2004년 보고서 「Who Cares Wins」는 상장기업이 이 세 요소를 경영에 통합하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높아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자산운용사와 증권 중개업자가 ESG를 분석 기준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SG의 뿌리가 된 개념은 무엇인가요?
1960년대 미국의 민권 운동과 반베트남전 운동에서 비롯된 SRI(사회책임투자)가 윤리적 투자 운동의 출발점입니다. 이후 1994년 존 엘킹턴이 기업 성과를 사람·지구·이익 세 축으로 측정하자는 트리플 보텀라인(TBL)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이 발상이 ESG 개념의 직접적인 전신이 됐습니다.
PRI는 무엇이며 언제 출범했나요?
PRI(책임투자원칙)는 2006년 4월 27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 주재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출범 당시 16개국 100개 기관투자자가 서명했고 총 운용자산은 2조 달러 이상이었습니다. 투자 결정에 ESG를 통합하겠다는 자발적 서약이 핵심이었습니다.
ESG 투자 규모는 얼마나 성장했나요?
GSIA 보고서에 따르면 ESG 투자 자산은 2012년 13.6조 달러에서 2020년 35.3조 달러까지 성장했습니다. 2022년 수치는 30.3조 달러로 표면상 줄어 보이지만, 이는 미국이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지속가능투자 정의를 엄격히 재정의한 결과입니다. Bloomberg Intelligence는 2030년 ESG 자산이 40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출처
[1] UN Global Compact / Swiss Government, 「Who Cares Wins: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 2004. https://documents1.worldbank.org/curated/en/280911488968799581/pdf/113237-WP-WhoCaresWins-2004.pdf
[2] ESG Expertisse, 「History of ESG」, 연도 미상. https://esgexpertisse.in/blog/history-of-esg/
[3] John Elkington, 「Chapter 1 Enter the Triple Bottom Line」(원문 챕터). https://www.johnelkington.com/archive/TBL-elkington-chapter.pdf; HEC Paris, 「What is the 'Triple Bottom Line'?」. https://www.hec.edu/en/what-triple-bottom-line
[4] 유엔(UN) 공식 보도자료, 「Secretary-General Launches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2006-04-27. https://press.un.org/en/2006/sg2111.doc.htm
[5] Wikipedia, 「Global Reporting Initiative」. https://en.wikipedia.org/wiki/Global_Reporting_Initiative
[6] Carbon Trail, 「What is the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SASB)?」. https://carbontrail.net/blog/what-is-the-sustainability-accounting-standards-board-sasb/
[7] TCFD 공식 사이트, 「About TCFD」. https://www.fsb-tcfd.org/about/; Wikipedia,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https://en.wikipedia.org/wiki/Task_Force_on_Climate-related_Financial_Disclosures
[8] GSIA(글로벌 지속가능투자연합),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 2012~2022」. https://www.gsi-alliance.org/members-resources/gsir2022/
[9] Bloomberg Intelligence, 「Global ESG assets predicted to hit $40 trillion by 2030」, 2024-01-08 발표(GSIA 2022 데이터 기반). https://www.bloomberg.com/company/press/global-esg-assets-predicted-to-hit-40-trillion-by-2030-despite-challenging-environment-forecasts-bloomberg-intelligence/
사진: Andreas Gucklhorn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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