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잃는 방식이 바뀌었다 — 그런데, 지킬 수도 있다

콩고 강 유역의 울창한 열대우림 위로 낮은 적운이 흩어져 있는 국제우주정거장 촬영 사진

사진: NASA Earth Observatory / ISS 우주비행사

지구에서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온전한 숲(원시림)’은 단순한 나무 더미가 아니다. 대륙의 기온과 비를 조절하고, 수많은 생물종의 마지막 보금자리이며, 막대한 탄소를 붙잡아 두는 지구의 저장고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이런 온전한 숲은 해마다 약 16억 톤(CO₂ 환산)의 탄소를 순흡수해, 전 세계 숲이 빨아들이는 탄소의 30% 이상을 담당한다(2001~2025년 기준). 그런 숲에 지금 두 개의 상반된 소식이 도착했다. 하나는 ‘어떻게 무너지고 있나’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지킬 수 있나’이다.

숲을 줄이는 1위가 바뀌었다 — 이제는 ‘산불’

먼저 위협 쪽이다. 오랫동안 열대 원시림을 가장 많이 없앤 원인은 농경지 개간, 즉 ‘사람이 숲을 밀어 밭과 목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WRI 글로벌 포레스트 워치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처음으로 산불이 농업 개간을 제치고 열대 1차림(원시림) 나무 손실의 최대 원인이 됐다. 그해 아마존·콩고분지 같은 열대 원시림에서 사라진 나무의 약 48%, 거의 절반이 불로 인한 것이었다.

열대 원시림 손실 원인 중 산불 비중 막대그래프
열대 원시림 손실에서 산불이 차지한 비중. 자료: WRI

이것이 일시적 이변이 아니라는 신호도 나왔다. 국제 학술지 《PNAS》에 2025년 실린 연구를 보면, 2023~2024년 산불로 인한 산림 교란 면적은 관측이 시작된 2001년 이래 가장 컸다. 2002~2022년 평균과 비교하면 전 세계로는 약 2.2배, 열대지역에서는 약 3배로 늘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이 바로 ‘온전한 숲’이었다는 점이다.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에서는 열대림 손실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네 배로 뛰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산불 때문이었다(연구·잠정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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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인한 산림 훼손 증가폭. 자료: PNAS(2025)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더워지고 건조해진 날씨가 숲을 불붙기 쉬운 상태로 만들고, 한번 난 산불은 나무에 갇혀 있던 탄소를 대기로 뿜어내 다시 온난화를 부추긴다. 이 ‘되먹임(feedback)’이 원시림에서 특히 우려되는 이유다. 다만 두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첫째, “산불이 1위가 됐다”는 것은 열대 원시림에 한정된 이야기이지, 전 세계 모든 산림 손실이 산불 탓이라는 뜻이 아니다. 둘째, 산불의 원인은 기후변화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 — 가뭄, 토지 이용 방식, 사람이 낸 불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같은 7월, 정반대의 소식 — 콩고가 숲을 지켰다

그렇다면 숲은 속절없이 사라지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같은 달 콩고가 보여줬다.

콩고민주공화국(DRC)의 마리 니앙게 은담보 환경장관은 새로운 산업용 벌목 허가를 금지해 온 조치(모라토리엄)를 해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7월 7일 국영방송(RTNC) 특별 브리핑에서 나온 발표다. 이 금지는 2002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최근 이를 풀어 광대한 열대림을 목재 산업에 열어주려는 움직임이 있자 콩고 국내외 70개 단체가 연합해 유지를 촉구해 왔다. 콩고분지는 아마존에 이은 세계 2대 열대우림으로, 지구의 탄소를 붙잡는 ‘허파’ 중 하나다.

그린피스 아프리카의 콩고분지 산림 캠페이너 보나방튀르 봉도는 이 결정을 “중요한 첫 승리”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환경단체들의 ‘해석’이고, 사실관계는 ‘정부가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신중해야 할 대목이 있다. ‘유지 선언’이 곧 ‘영구 보장’은 아니다. 여전히 일부 고위 인사들은 금지 해제를 주장하고 있고, 산림 관련 법(산림법) 개정 논의도 진행 중이다. 단체들이 “이번 약속을 되돌릴 수 없는 제도로 못 박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다.

왜 중요한가 — 위협은 저절로, 대응은 선택으로

두 소식을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가 또렷해진다. 숲을 무너뜨리는 힘의 상당 부분은 되먹임처럼 ‘저절로’ 굴러가지만, 숲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누군가의 ‘선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산불은 더위와 가뭄이 부르고 그 산불이 다시 온난화를 부르는 악순환에 가깝다. 반면 콩고의 결정은 압력과 논의 끝에 사람이 내린 판단이었다. 나빠지는 지표만 보면 무력감이 들기 쉽지만, ‘막을 수 있었고 실제로 막은’ 사례가 같은 시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요한 데이터다.

과장은 금물이다. 최근 발표를 보면 열대 원시림 손실은 2025년 들어 오히려 약 36% 줄기도 했다. 다만 이 감소에는 불이 유난히 많았던 2024년 뒤의 반등 효과가 일부 섞여 있고, 2026년 엘니뇨로 다시 늘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숲의 상태는 ‘끝없는 악화’ 한 방향이 아니라, 위협과 대응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 가깝다. 우리가 할 일은 어느 한쪽으로 성급히 단정하는 대신, 두 흐름을 함께 지켜보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먼 나라 숲 이야기 같지만, 산불은 이미 우리 문제다. 2025년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약 9만 9,000헥타르(995㎢)를 태워, 정부 수립 이래 단일 산불로는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2000년 동해안 산불(약 2만 4,000헥타르)을 아득히 넘어선 규모다. 더 덥고 건조한 봄이 잦아질수록 이런 대형 산불의 위험도 커진다. 또 한국은 열대림에서 나온 목재를 수입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구 반대편 원시림을 지키는 일과 우리의 소비, 그리고 우리 산을 지키는 일이 사실은 한 줄기로 이어져 있는 셈이다.

숲을 잃는 방식은 바뀌고 있다. 그러나 지키는 방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포도 낙관도 아닌, 데이터가 말하는 만큼만 정확히 보는 것 — 그것이 숲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태도다.


출처: 세계자원연구소(WRI) 글로벌 포레스트 워치(2024년 열대 1차림 손실 중 산불 약 48%·농업 추월 / 2025년 손실 약 36% 감소) · 《PNAS》(2025-07-21, 산불 산림교란 관측 이래 최대·전 세계 2.2배·열대 3배·가이아나 4배) · 그린피스 아프리카(2026-07-13, 콩고 환경장관 벌목 모라토리엄 유지) 및 레인포레스트재단UK·글로벌위트니스 논평 · 한국 산불(2025년 의성 경북 산불, 국내 보도). (2026-07 기준·수치 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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