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가 온다는데, 왜 올여름은 덜 덥지?

태평양 적도를 가로지르는 붉은 띠로 나타난 엘니뇨의 해수면 높이 이상, NASA Sentinel-6 관측 2026년 6월 8일

사진: NASA Earth Observatory / Lauren Dauphin

무슨 일이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7월 3일 “7~9월 사이 강한 엘니뇨가 빠르게 발달할 것”이라며 “높은 확신(high confidence)”을 밝혔고,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7월 9일 갱신에서 한발 더 나아가 10~12월 ‘매우 강한’ 엘니뇨가 올 확률을 81%로 제시했다. 현재 중·동태평양 적도 해역은 평년보다 약 1.2℃ 데워진 상태이며(잠정), 앞으로 편차가 2℃를 넘어 1950년 이후 손꼽히는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엘니뇨는 지구 평균기온을 밀어올리는 힘이 있다. WMO는 이미 나타난 신호들도 함께 짚었다. 미국 중·동부의 위험한 폭염, 그리고 지난달 말 독일에서 나온 41.7℃라는 국가 최고기온 신기록(잠정)이다. 2019년의 종전 기록 41.2℃를 넘어선 값이다. 앞으로 몇 달간 중미·카리브는 건조하고,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는 몬순기인데도 비가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왜 그런가 — 엘니뇨는 ‘지구를 데우는 자연현상’

엘니뇨는 기후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원래 2~7년 주기로 찾아오는 자연현상이다. 평소 적도 태평양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분다. 이 바람이 약해지면 동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서쪽으로 덜 밀려나고, 그 결과 동태평양 바다가 평소보다 뜨거워진다 — 이것이 엘니뇨다. 데워진 바다는 대기로 열을 내보내 지구 전체 기온을 끌어올린다. 강도는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얼마나 높은지로 나뉜다 — 1.5~1.9℃면 ‘강한(strong)’, 2℃ 이상이면 ‘매우 강한’ 엘니뇨다. 언론이 흔히 쓰는 ‘슈퍼 엘니뇨’는 공식 등급 용어가 아니라 이 가장 센 단계(약 2℃ 이상)를 가리키는 별칭으로, 1950년 이후 다섯 번밖에 없었다(가장 최근은 2015~16년). 이번 엘니뇨는 바로 그 문턱을 넘볼 것으로 예측되고,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7월 초 전망에서 편차가 한때 3℃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잠정).

엘니뇨 강도 등급 막대그래프
엘니뇨 강도 등급과 ‘슈퍼’의 기준. 자료: WMO·NOAA

중요한 건 순서다. 엘니뇨는 인간이 만든 장기 온난화 ‘위에’ 얹혀 극한기상의 확률을 더 높인다. 온난화라는 배경이 이미 깔려 있고, 엘니뇨가 거기에 한 해치 열을 보태는 구조다.

진행형 — 정점은 아직 멀었다

다만 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엘니뇨는 보통 11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 정점에 이르고, 지구 기온에 가장 센 영향을 주는 것도 시작된 해가 아니라 그 이듬해다. 즉 지금은 발달이 시작되는 국면이고, 기록적 더위의 고비는 오히려 2027년일 수 있다. WMO 알바로 실바 박사는 “엘니뇨 해에는 보통 지구 기온이 기록적 수준에 도달한다”면서도, 대비할 시간의 창이 좁아지고 있다며 물·농업·전력 준비를 서두르라고 당부했다.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미리 대비하라는 조기경보인 셈이다.

왜 중요한가 — 그런데 한국은 오히려 덜 더웠다

여기서 한국 독자가 자연스럽게 품는 의문이 있다. “슈퍼 엘니뇨가 온다는데, 왜 올 6월은 작년보다 시원했지?”

실제로 그랬다. 기상청 분석을 보면 올해 6월 전국 평균기온은 22.2℃로 평년보다 0.8℃ 높아 역대 7위이긴 했지만, 가장 더웠던 지난해(22.9℃)보다는 0.7℃ 낮았다. 특히 6월 폭염일수는 0.6일에 그쳤고 전국 열대야는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와 재작년 6월 폭염일수가 각각 2.0일·2.8일로 역대 1·2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한국 6월 폭염일수 3년 비교 막대그래프
한국 6월 폭염일수, 2024~2026년. 자료: 기상청

그런데 기상청이 꼽은 원인은 엘니뇨가 아니었다. 바렌츠해에서 북시베리아에 걸친 북극 주변의 ‘블로킹’(대기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이 발달하면서, 한국이 상층의 찬 공기 영향을 자주 받아 기온이 눌렸다는 것이다. 여름 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고기압도 북서쪽으로 덜 뻗어 장마마저 늦어졌다. 엘니뇨가 올 6월 한국을 식힌 원인이라는 분석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건 놀랄 일이 아니다. 엘니뇨의 직접 영향권은 남미 서안(페루·칠레 등)이고, 한국의 여름은 엘니뇨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북극진동, 티베트의 눈덮임, 서태평양 바다 온도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엘니뇨가 왔으니 한국도 곧장 펄펄 끓는다”는 식의 단정이 어긋나는 이유다.

그래서 한국은 — 방심의 신호는 아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올 6월 한국 주변 바다는 오히려 뜨거웠다. 주변 해역 평균 수온은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고, 수심 300m의 해양 열용량도 평년을 웃돌았다. 대기의 흐름이 잠시 폭염을 눌러줬을 뿐, 더위의 연료가 될 바다는 이미 데워져 있다는 뜻이다. 7월과 8월은 아직 열려 있고, 기상청도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며 폭염과 집중호우가 겹치는 복합재해 대비를 당부하고 있다.

엘니뇨를 읽는 일에서 한국은 구경꾼도 아니다. 함유근 교수팀(당시 전남대·현 서울대)이 개발해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인공지능 엘니뇨 예측 모델은, 한국이 이 현상을 예측하는 과학의 당사자임을 보여준다. 결국 슈퍼 엘니뇨 소식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이렇다. 하늘의 한 가지 신호로 여름 전체를 단정하지 말 것. 대신 데이터가 말하는 만큼, 차분히 대비할 것.


출처: 세계기상기구(WMO)·UN News(2026-07-03) · 미국 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 7월 갱신(2026-07-09) 및 ECMWF 7월 초 전망 · 기상청 2026년 6월 기후분석(2026-07-04) · 엘니뇨 개념·한국 영향(시사IN, 기상청) · 함유근 교수팀 AI 엘니뇨 예측모델(2019, Nature). (2026-07 기준·수치 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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