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와 광화학 오존 — 도시가 스스로를 태우고, 질식시킨 시대

스모그에 잠긴 도시

앞선 독들이 물과 먹이사슬을 통해 왔다면, 이번 독은 우리가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것 — 숨 쉬는 공기를 통해 왔습니다. 런던은 스스로 태운 석탄으로, 로스앤젤레스는 스스로 몬 자동차로 병들었습니다. 두 도시는 정반대의 길(환원성 황 vs 산화성 광화학)로 같은 교훈에 닿았습니다 — 보이지 않는 공기도 사람을 죽일 수 있고, 그 원인은 ‘측정과 화학’으로 밝혀낼 수 있다는 것.

앞선 독들이 물과 먹이사슬을 통해 왔다면, 이번 독은 우리가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것 — 숨 쉬는 공기를 통해 왔습니다. 런던은 스스로 태운 석탄으로, 로스앤젤레스는 스스로 몬 자동차로 병들었습니다. 두 도시는 정반대의 길로 같은 교훈에 닿았습니다.

핵심 — 두 도시, 두 종류의 스모그

1952년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는 석탄 연소의 ‘환원성(황)’ 오염으로 단기간에 수천 명을 죽이고 청정대기법(1956)을 낳았습니다.[2] 반면 로스앤젤레스형 스모그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햇빛과 반응해 만드는 ‘산화성(광화학)’ 오염으로, 칼텍의 하겐-스미트가 1952년 그 원리를 규명했습니다.[4] 여기서 만들어지는 ‘지표 오존’은 직접 배출된 것이 아니라 2차로 생성된 오염물질이며 — 우리를 자외선에서 지키는 성층권의 ‘오존층’과는 위치도 역할도 정반대입니다.[1]

런던형(환원성)과 LA형(광화학) 스모그의 차이.
런던형(환원성)과 LA형(광화학) 스모그의 차이.

런던형 — 석탄과 황산 안개

1952년 12월, 한파로 석탄 난방이 폭증한 런던에 고기압과 기온역전이 겹쳤습니다. 따뜻한 공기층이 뚜껑처럼 덮이자, 지표의 오염된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혔습니다. 무풍의 닷새 동안 도시 위에는 연기 입자와 이산화황(SO₂ — 석탄 속 황이 타며 나오는 자극성 기체)이 쌓여 갔습니다. 결정적 독성은 화학반응에서 나왔습니다 — 2016년 연구(PNAS)는 이산화질소가 안개 입자 표면에서 SO₂를 황산으로 바꿔, 치명적인 산성 에어로졸을 만들었음을 밝혔습니다.[3]

사망자 추정은 자료에 따라 다릅니다. 당시 정부 집계는 약 4,000명이었으나, 이후 역학연구들은 후유증 사망까지 포함해 1만~1만 2,000명으로 봅니다(연구별 편차가 있습니다). 평소처럼 굴러가던 도시가 ‘보이지 않는’ 공기에 나흘 만에 무너진 이 사건은, 영국이 1956년 세계 최초의 종합 대기오염법(청정대기법)을 만드는 직접적 계기가 됐습니다.[2]

성층권 오존은 보호막, 지표 오존은 독 — 같은 분자의 두 얼굴.
성층권 오존은 보호막, 지표 오존은 독 — 같은 분자의 두 얼굴.

LA형 — 자동차, 햇빛, 그리고 2차 오염

같은 시기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는 성격이 전혀 달랐습니다. 석탄도, 짙은 황 냄새도 아니었습니다. 연중 햇빛이 강하고 분지 지형이 공기를 가두는 이 도시에서, 주민들은 눈과 목이 타고 작물이 시드는 정체불명의 연무에 시달렸습니다. 칼텍의 화학자 아리에 하겐-스미트가 1948년부터 추적한 끝에 1952년 그 ‘레시피’를 밝혀냈습니다.[4]

자동차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NOx —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질소 산화물 무리)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 — 쉽게 증발하는 탄화수소류)이 강한 햇빛을 받아 오존과 PAN(질소를 포함한 자극성 산화 물질) 같은 산화성 물질을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핵심은 이 오존이 굴뚝에서 직접 나온 게 아니라 대기 중에서 2차로 ‘조리’된다는 점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쏟아진 배기가스가 한낮의 햇빛을 만나 오후에 오존이라는 독을 끓여 올립니다. 자동차 업계는 격렬히 부인했지만, 이 발견은 캘리포니아 대기정책의 과학적 토대가 됐습니다.

반드시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 성층권 ‘오존층’은 자외선을 막는 보호막이라 ‘너무 적어서’ 문제이고(다음 편 CFCs의 주제), 지표 ‘오존’은 NOx·VOC·햇빛으로 생기는 오염물질이라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같은 분자(O₃)지만 있는 곳이 역할을 정합니다.[6]

“오존은 25km 상공에선 생명의 방패지만, 지상 2m에선 폐를 갉는 독이다.”

1952년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 사망: 정부 약 4,000명, 역학 추정 1만~1만2천명.
1952년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 사망: 정부 약 4,000명, 역학 추정 1만~1만2천명.

죽음이 법을 만든다

두 도시의 이야기에는 같은 패턴이 흐릅니다. 런던은 나흘간의 떼죽음이 있고 나서야 의회가 움직여 1956년 청정대기법을 만들었습니다. 하겐-스미트는 1952년에 이미 원인을 밝혔지만, 미국의 연방 청정대기법(1970)과 신차 촉매변환기 의무화(1975년식)까지는 약 18년이 걸렸습니다. 과학이 먼저 답을 내놓아도, 규제는 종종 재앙이나 충분한 여론을 기다린 뒤에야 따라왔습니다 — 이 시리즈가 거듭 확인하는 패턴입니다.

환경 정의 — 같은 공기, 다른 폐

공기는 모두가 마시지만, 그 부담은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런던에서 안개가 가장 오래 정체한 곳은 저지대의 노동계급 밀집지였습니다. 미국과 여러 도시에서도 간선도로·항만 인접의 저소득·취약 지역이 더 많이 노출되고, 대기질 개선의 혜택은 더 늦게 받았습니다. 게다가 광화학 오존은 기온이 높을수록 심해져, 폭염에 냉방을 갖추기 어려운 이들이 더 크게 다칩니다 — 기후위기 시대에 더 날카로워지는 불평등입니다.

솔루션 — 그리고 끝나지 않은 과제

성과는 분명했습니다. 청정대기법(영 1956·미 1970),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1967), 그리고 배기가스를 크게 줄인 촉매변환기로 도시의 공기는 수십 년에 걸쳐 눈에 띄게 맑아졌습니다. 그러나 과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수도권 등에서는 다른 오염물질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지표 오존 농도가 오히려 오르는 추세이고(2023년 연구),[7] 세계보건기구는 2021년 오존 권고기준을 더 강화했습니다. 폭염이 잦아질수록 오존은 다시 도시의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오존층’은 좋은 거라던데, 왜 오존이 오염물질인가요?

A. 같은 분자(O₃)라도 ‘있는 곳’이 역할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25km 상공 성층권의 오존층은 자외선을 막는 보호막이라 ‘적어서’ 문제이고, 지표 부근의 오존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햇빛과 반응해 생기는 오염물질이라 ‘많아서’ 폐를 자극합니다.

Q. 런던 스모그와 LA 스모그는 어떻게 다른가요?

A. 런던형은 석탄 연소에서 나온 황(SO₂)이 핵심인 ‘환원성’ 스모그로, 한겨울 기온역전 속에 황산 안개를 만들었습니다. LA형은 자동차 배기가스(NOx·VOC)가 강한 햇빛과 반응해 오존을 2차로 만드는 ‘산화성·광화학’ 스모그입니다.

Q. 대기오염 규제로 공기가 좋아졌는데 왜 오존은 아직 문제인가요?

A. 지표 오존은 햇빛·고온일수록 더 잘 생기기 때문입니다. 한국 수도권 등에서는 다른 오염물질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오존은 오히려 오르는 추세이며, 폭염이 잦아질수록 다시 도시의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

결론 — 보이지 않는 공기에서, 보이지 않는 하늘로

스모그는 ‘보이지 않는 공기’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원인을 ‘측정과 화학’으로 밝혀낼 수 있음을 가르쳐 준 시대였습니다. 다음 편은 같은 ‘오존’이라는 이름을 공유하지만 정반대의 문제로 갑니다. 무대는 지상에서 25km 상공으로 올라갑니다 — 인류가 무심코 뚫은 구멍, 그리고 과학이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전 지구를 움직인 드문 성공의 기록, 「오존층과 CFCs」입니다.

함께 읽기

  • [오염의 연대기 ③] 일본의 공해병 — 중금속이 사람을 파고든 시대
  • [오염의 연대기 ⑤] 오존층과 CFCs — 하늘의 구멍을 메우기까지
  • [대기오염] 시리즈 —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과학

출처

  • [1] U.S. EPA — Ground-level Ozone Basics (지표 오존의 2차 생성)
  • [2] Met Office — The Great Smog of 1952 (런던 스모그·청정대기법)
  • [3] Zhang et al. (2016) — London Fog to Chinese Haze, PNAS (황산 에어로졸 생성 기작)
  • [4] 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 Dr. Arie Haagen-Smit (광화학 스모그 규명, 1952)
  • [5] U.S. EPA — Catalytic Converter & Clean Air Act (촉매변환기·연방 청정대기법)
  • [6] EPA — Ozone: Good Up High, Bad Nearby (성층권 vs 지표 오존)
  • [7] ACP (2023) — Why is ozone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so high (한국 지표 오존 상승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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