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변한다 — 우리 대신 CO₂를 삼킨 바다, 신맛과 높이를 키우다

사진: Nui Malama / Pexels

산성화·해수면 상승·북극 증폭 — 가장 큰 것이 가장 조용히 변한다

바다는 인류가 뿜은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을 삼켜 대기를 식혀줬습니다 — 그 대가로 표층 바닷물의 산성도가 약 30% 올랐죠(pH 8.2→8.1). 여기에 빙하 융해와 열팽창이 더해져 바다는 2100년까지 약 0.3~1m 오를 전망입니다. 또 북극 얼음은 녹아도 해수면을 안 올리는 대신, 햇빛 반사판을 잃어 지구를 더 빨리 데웁니다. 가장 크고 느린 바다가, 가장 조용히 변하고 있습니다.

물의 긴 여정도 이제 마지막 집에 닿았어요. 바다죠. 그런데 그 바다가, 우리 대신 무언가를 삼키느라 ‘체질’이 변하고 있어요.

앞에서 우리는 하늘·강·빙하·지하수를 거쳐 왔어요. 이 모든 물이 결국 흘러드는 곳이 바다예요. 그런데 이 거대한 종착역이, 요즘 조용히 두 가지가 변하고 있어요 — 맛이 시어지고, 높이가 올라가요. 둘 다 우리가 뿜은 이산화탄소 때문이에요. 오늘은 바다가 인류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치르는 대가를, 그리고 마지막에 — EP4에서 약속한 ‘북극 얼음의 진짜 정체’를 풀어드릴게요.

1. 바다는 지구의 ‘위장’이다 — 그래서 신맛이 난다

첫 번째 퀴즈 — 인류가 뿜은 이산화탄소, 그 상당량은 어디로 갈까요? 전부 하늘에 쌓일까요?

아니에요. 그중 약 4분의 1을 바다가 꿀꺽 삼켜요(최근 10년은 더 높다는 추정도 있어요).[1] 바다가 거대한 ‘위장’처럼 CO₂를 흡수해 대기를 식혀준 거죠 — 고맙게도. 그런데 공짜는 없어요. CO₂가 바닷물에 녹으면 약한 산(탄산)이 만들어져요. 그래서 산업화 이후 표층 바닷물의 pH가 약 8.2에서 8.1로 떨어졌어요. ‘겨우 0.1?’ 싶죠? 그런데 pH는 로그 척도라, 0.1 하락이 사실은 산성도 약 30% 증가에 해당해요.[1] 바다가 우리 탄소를 삼키느라, 속이 시어지고 있는 거예요.

이게 왜 문제냐면 — 조개·산호·게처럼 껍질과 골격을 ‘탄산칼슘’으로 짓는 생물들이, 신맛이 짙어진 바다에선 집을 짓기 어려워져요. 심하면 있던 껍질이 녹기도 하고요. 참고로 흔히 헷갈리는 ‘산호 백화’와는 달라요 — 백화는 ‘수온(열)’ 때문이고, 산성화는 ‘화학’ 때문이에요. 둘은 다른 병인데, 동시에 걸리면 산호는 더 빨리 약해져요.

“바다는 우리 대신 CO₂를 삼킨 거대한 위장이다 — 그 대가로, 속이 시어지고 있다.”

바다 산성화 — 산성도 약 30% 증가

2. 그리고 바다가, 점점 높아진다

두 번째 퀴즈 — 바다가 높아지는 이유는 ‘얼음이 녹아서’ 하나뿐일까요?

절반만 맞아요. 두 가지가 같이 작용해요. ① 빙하·빙상이 녹아 ‘새 물’이 들어오고(EP4에서 본 그것), ②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부피가 팽창’해요(열팽창). 물도 데우면 살짝 부풀거든요. 이 둘이 합쳐져 바다는 1990년대 이후 점점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요. IPCC는 2100년까지 바다가 약 0.3~1m 오를 것으로 봐요(배출량에 따라).[2]

여기엔 신중하게 다뤄야 할 ‘저확률·고영향’ 시나리오도 있어요 — 남극 빙상이 급격히 무너지면 2100년에 약 2m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거죠. 단, 이건 가장 흔한 전망이 아니라 ‘가능성을 못 박을 수 없다’는 단서가 붙은 값이에요(헤드라인으로 단정하면 안 돼요). 누군가에겐 이 1mm가 곧 영토예요. 평균 해발 2m인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지난 30년 약 21cm 올라, 국토 대부분이 침수 위기에 놓였어요.[2]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 동해안이 특히 빠르게 오르고 최근 10년 더 가팔라졌어요.[3]

“해발 2미터의 나라에서, 1밀리미터는 통계가 아니라 — 영토다.”

해수면 상승의 두 원인

3. 자, 약속했던 ‘북극 얼음’ 이야기

EP4에서 “북극 빙하는 왜 없죠?”라는 질문에, “북극은 종류가 다른 얼음이라 6편에서”라고 약속했죠. 회수할 시간이에요. 북극의 한가운데는 땅이 아니라 바다(북극해)이고, 그 위에 떠 있는 게 ‘해빙(바다 얼음)’이에요. 그래서 북극 얼음은 아무리 녹아도 해수면을 거의 올리지 않아요 — 컵에 띄운 얼음이 녹아도 물이 안 넘치는 것과 똑같죠(EP4의 그 원리).

그럼 북극 얼음은 녹아도 괜찮은 걸까요? — 천만에요.

북극 얼음은 해수면 대신, 훨씬 무서운 일을 해요. 하얀 얼음은 햇빛을 거울처럼 반사하는 ‘지구의 반사판’이에요. 그런데 이 얼음이 녹아 검은 바다가 드러나면, 바다는 햇빛을 흡수해 더 뜨거워지고 → 주변 얼음을 더 녹이고 → 더 검어지고… 이런 악순환이 돌아요(알베도 되먹임). 그래서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약 4배나 빠르게 더워지고 있어요(‘북극 증폭’).[4] 정리하면 이렇게 기억하면 돼요.

“남극·그린란드 = 녹으면 바다가 오른다. 북극 = 녹으면 지구가 더 빨리 더워진다.”

남극 그린란드 vs 북극

4. 과거의 거울 — 바다는 전에도 이런 적이 있다

무섭게 들리겠지만, 사실 지구는 ‘CO₂가 쏟아져 바다가 시어지고 숨 막히는’ 일을 전에도 겪었어요.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 거대한 화산이 엄청난 CO₂를 뿜어 급격한 온난화·바다 산성화·산소 부족이 한꺼번에 닥쳤고 — 해양 생물의 약 96%가 사라졌어요(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5] 우리가 ‘대멸종’ 시리즈에서 만난 바로 그 사건이에요.

다만 오해는 말기로 해요. 지금이 그때와 똑같다는 뜻이 아니에요. 과거를 현재에 그대로 포갤 순 없어요. 다만 한 가지가 서늘하게 닮았어요 — ‘속도’예요. 지금 인류가 CO₂를 뿜는 속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이례적이거든요. 그래서 페름기는 ‘예언’이 아니라 ‘거울’이에요. 바다가 한계를 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2억 년 전의 거울.

마치며 — 가장 큰 것이 가장 조용히 변한다

바다는 너무 커서, 변하는 게 잘 안 보여요. 신맛이 짙어지는 것도, 높이가 오르는 것도, 북극이 검어지는 것도 — 전부 천천히, 조용히 일어나요. 하지만 가장 크고 느린 것이 한번 방향을 틀면, 되돌리는 데도 그만큼 오래 걸려요. 바다는 우리 대신 묵묵히 뒤치다꺼리를 해왔지만, 그 인내에도 한계가 있어요.

“바다는 가장 크기에, 가장 조용히 변한다 — 그리고 한번 변하면, 가장 오래 돌아오지 않는다.”

자, 여기까지가 ‘물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2부)’였어요.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에서 빠진 주인공이 하나 있죠 — 바로 ‘사람’이에요. 우리는 이 물을 얼마나,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다음 편(3부 시작)에서는 시선을 우리 자신에게 돌려, 깜짝 놀랄 사실로 시작해요 — 스테이크 한 점에 욕조 46개의 물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물을 입고 먹는다」에서 만나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해양 산성화가 정확히 뭔가요?

A. 바다가 인류의 이산화탄소 약 4분의 1을 흡수하면서, 그 CO₂가 약한 산(탄산)을 만들어 바닷물의 pH가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산업화 이후 pH가 8.2에서 8.1로 내려갔는데, 로그 척도라 산성도로는 약 30% 증가에 해당해요. 조개·산호처럼 탄산칼슘으로 껍질을 짓는 생물에 불리합니다.

Q. 바다 산성화와 산호 백화는 같은 건가요?

A. 다릅니다. 백화는 수온(열) 때문에, 산성화는 화학(CO₂) 때문에 일어나요. 별개의 현상이지만 동시에 작용하면 산호가 더 빨리 약해집니다.

Q. 북극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오르나요?

A. 거의 오르지 않습니다. 북극 얼음은 바다에 떠 있는 ‘해빙’이라, 녹아도 컵에 띄운 얼음처럼 수위를 올리지 않아요. 대신 햇빛 반사판이 사라져 지구를 더 빨리 데우는 ‘북극 증폭’을 일으킵니다(북극은 지구 평균의 약 4배 속도로 온난화).

결론 — 가장 조용한 변화에 가장 주목하기

바다는 우리 대신 이산화탄소를 삼키며 산성화와 해수면 상승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어요. 가장 크고 느려서 잘 안 보이지만, 한번 변하면 가장 오래 돌아오지 않죠. 다음 편부터는 시선을 ‘사람’으로 돌립니다 — 우리가 보이지 않게 쓰는 어마어마한 물 이야기로요.


▶ 함께 읽기
– [물이야기 ⑦] 보이지 않는 물을 입고 먹는다 — 스테이크 한 점에 욕조 46개
– [대멸종] 시리즈 — 페름기 말 ‘거대한 죽음’의 전말
– [물이야기 ④] 얼음의 시계 — 녹은 물이 바다로 가는 이야기

참고 자료
– [1] NOAA / IPCC SROCC — 해양 CO₂ 흡수·산성화(pH 8.2→8.1) https://www.pmel.noaa.gov/co2/story/What+is+Ocean+Acidification%3F
– [2] IPCC AR6 WG1 Ch.9 — 해수면 상승 전망·투발루 https://www.ipcc.ch/report/ar6/wg1/chapter/chapter-9/
– [3] 국립해양조사원/해양수산부 — 한국 연안 해수면 상승(동해안 가속) https://www.mof.go.kr
– [4] NOAA / Nature Communications (2022) — 알베도 되먹임·북극 증폭(약 4배) https://www.climate.gov/news-features/understanding-climate/climate-change-arctic-sea-ice-summer-minimum
– [5] PNAS (2021) — 페름기말 화산 CO₂·산성화·무산소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0147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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