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둘러싼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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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aBeacon 「거대한 전환 — 연산의 시대로」
AI의 가장 의외의 청구서는 ‘물’입니다. 수만 개의 칩이 내뿜는 열을 식히는 데, 데이터센터는 흔히 물을 증발시키는 방식을 씁니다. 문제는 그 물이 대개 ‘식수급 담수’이고, 하필 물이 부족한 곳에 시설이 몰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루과이에서는 “이건 가뭄이 아니라 약탈”이라는 구호까지 나왔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분명히 해 둡니다. 첫째, “AI 질문 한 번에 물 500㎖”식 단순화는 위험합니다 — 실제 물 사용량은 모델·냉각 방식·지역에 따라 수십 배 차이가 납니다. 둘째, ‘물을 쓴다’와 ‘물이 마른다’는 다릅니다. 핵심은 ‘얼마나’보다 ‘어디서, 어떤 물을’ 쓰느냐입니다.
지난 두 편에서 우리는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전기요금을 봤습니다. 이번 편은 마을이 받아 드는 세 번째 청구서, ‘물’입니다. 전기가 ‘보이지 않는’ 청구서였다면, 물은 더 직접적입니다 — 가뭄으로 식수가 마르는데 거대한 시설이 물을 끌어간다는 사실은, 곧바로 분노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AI는 왜 물을 마시나 — ‘증발냉각’의 원리
먼저 원리부터 차분히 봅시다. 데이터센터 안의 칩들은 쉴 새 없이 열을 냅니다. 이 열을 식히지 못하면 시설이 멈춥니다. 가장 흔한 냉각 방식 하나가 증발냉각입니다 — 물을 증발시키면 주변의 열을 빼앗아가는 원리(여름에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를 이용하는 것이죠.
바로 여기서 ‘물 소비’가 생깁니다. 증발한 물은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그 자리에서 다시 쓸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소모)’입니다. 그래서 문제의 핵심은 이 물이 대개 깨끗한 식수급 담수라는 데 있습니다 —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을, 칩을 식히는 데 증발시켜 보내는 셈입니다.

‘질문 한 번에 물 한 잔’? — 단순화를 경계하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답니다. 흔히 떠도는 “AI 질문 한 번에 물 500㎖”식 비유는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실제 물 사용량은 어떤 AI 모델인지, 어떤 냉각 방식인지, 어느 지역의 어느 계절인지에 따라 수십 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무수냉각을 쓰는 시설과 증발냉각을 쓰는 시설은 물 소비가 전혀 다릅니다. 또 전기를 만드는 발전 과정의 물(간접 사용)을 포함하느냐에 따라서도 숫자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한 잔’이라는 깔끔한 숫자는 직관적이지만 오해를 부릅니다. GaiaBeacon은 이런 단순화 대신, 실제 시설의 ‘측정된 사용량’과 ‘입지’를 봅니다. 숫자 하나로 겁주는 대신, 어디서 어떤 물을 쓰는지를 묻는 것 — 그것이 더 정확하고, 더 공정합니다.
‘사용’과 ‘고갈’은 다르다 — 핵심은 ‘물의 자리’
또 하나 반드시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물을 쓴다(use)’와 ‘물이 마른다(고갈, depletion)’는 같지 않습니다. 비가 많은 지역에서 강물 일부를 끌어 쓰는 것과, 가뭄 지역의 지하수·식수원을 증발시켜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같은 1만 톤이라도, 풍족한 곳에서는 사소하지만 메마른 곳에서는 약탈이 됩니다.
그래서 진짜 핵심은 ‘얼마나 쓰는가(양)’가 아니라 ‘어디서, 어떤 물을 쓰는가(자리)’ 입니다. 이 관점을 쥐면, 다음의 충돌들이 왜 터졌는지가 또렷이 보입니다 — 문제가 된 건 ‘물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하필 ‘마른 곳의 식수’를 썼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마른 곳’에 시설이 몰린다는 게 구조적 문제입니다. 미국에 계획된 AI 데이터센터 809곳 중 약 3분의 2가 물 스트레스(물 부족) 지역에 들어서는 것으로 집계됩니다.[1] 2025년 미국 AI 데이터센터가 쓴 물은 약 2,640억 갤런을 넘었고, 공교롭게도 같은 해 미국 국토의 약 63%가 가뭄을 겪었습니다.[1] ‘갈증의 시대’에 갈증을 더하는 입지 — 이것이 충돌의 씨앗입니다.

네 개의 싸움 — 멤피스에서 아라곤까지
① 멤피스 — xAI ‘콜로서스’ (미국 테네시): 빛과 그림자가 한 시설에
가장 뜨거운 현장은 일론 머스크의 xAI ‘콜로서스’입니다. 세계 최대급 AI 슈퍼컴퓨터로 불리는 이 시설은 칩을 식히는 데 하루 최대 약 1,300만 갤런(약 4,900만 ℓ)의 물이 필요합니다.[2] xAI는 비판에 답해 8,000만 달러를 들여 ‘물 재활용 시설’을 짓고(2026년 말 가동 예정), 인근 하수처리장의 처리수 약 1,300만 갤런을 끌어다 쓰기로 했습니다 — 원래 미시시피강으로 흘려보내던 물입니다.[2] 여기까지는 ‘빛’입니다. 식수 대신 재생수를 쓰는, 옳은 방향이죠.
그러나 그림자도 있습니다. 사우스멤피스의 콜로서스 2·3호기는 그 재활용 시설과 멀어 매일 수백만 갤런의 ‘식수’를 쓸 전망이고, 전력용으로 들여온 메탄 가스터빈이 ‘지역 가정에 실질적 대기오염 피해를 준다’는 비판도 받습니다(남부환경법센터).[2] 한 프로젝트 안에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습니다 — 이것이 현실의 복잡함입니다.
② 우루과이 — 구글 (카넬로네스): “가뭄이 아니라 약탈”
2023년, 우루과이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구글의 데이터센터 계획이 하루 760만 ℓ(약 5만 5천 명분)의 물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도 인근에서 석 달간 매일 시위가 이어졌습니다.[3] “이건 가뭄이 아니라 약탈이다(No es sequía, es saqueo)” — 이 구호는 곧 정부의 물 정책을 둘러싼 공론화로 번졌습니다. ‘누구의 물을 먼저 쓸 것인가’라는 질문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③ 칠레 —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산티아고 인근): 주민투표가 바꾼 냉각 방식
가뭄이 잦은 산티아고 인근 세리요스에서는, 2020년 주민투표에서 구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표가 나왔습니다 — 냉각수를 초당 169ℓ나 쓴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4] 법적 구속력은 없는 투표였지만, 그 민심이 구글로 하여금 물을 덜 쓰는 냉각 방식으로 설계를 바꾸게 했습니다.[4] 주민의 목소리가 실제로 시설을 바꾼 사례입니다. 인근 킬리쿠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 계획에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4]
④ 스페인 — 아마존 (아라곤): 기후변화를 명분으로 물을 더?
아마존의 아라곤 데이터센터 3곳은 연간 약 75만 5,720㎥(옥수수밭 233헥타르를 적실 양)의 물을 허가받았습니다. 그런데 2024년 12월, 아마존은 ‘기후변화로 더 더워졌다’는 이유를 들어 물 사용 허가를 약 48% 늘려 달라고 신청했습니다.[5] 기후변화를 명분으로 물을 더 쓰겠다는, 묘한 역설입니다 — 더위가 냉각 부담을 키우는 건 사실이지만, 그 부담을 다시 물로 메우면 악순환이 됩니다.
그래서, 답은 ‘짓지 마라’가 아니다 — 무수냉각이라는 출구
이 네 싸움의 공통점은 ‘물의 양’이 아니라 ‘물의 자리’였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의 방향도 분명해집니다. ‘데이터센터를 짓지 마라’가 아니라, ‘물 부족 지역에는 식수 대신 다른 물을 쓰게 하라’ 는 것입니다.
이미 출구는 보입니다. 멤피스의 폐수(처리수) 재활용처럼 식수 대신 재생수를 쓰거나, 바닷가라면 해수를 활용하거나, 아예 물을 거의 쓰지 않는 무수냉각(공랭·폐쇄형 액체냉각 등) 으로 바꾸는 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을 거의 안 쓰는 폐쇄형 냉각을 내세우기도 합니다(다만 ‘물 포지티브’ 같은 약속의 정의·측정이 모호하다는 회의론도 함께 있습니다). 이 무수냉각과 재생수 해법의 전모는, 시리즈 후반의 ‘해법’ 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몰리는데, 냉각수의 ‘출처와 사용량’을 공개·관리하는 의무는 아직 약합니다. ‘얼마나, 어떤 물을 쓰는지’부터 재고 공개하는 것 — 모든 답은 거기서 시작합니다. 다시, 측정입니다.
진단의 마지막 장면 — 1부를 닫으며
오늘로 「거대한 전환」 1부 ‘진단’의 세 청구서를 모두 펼쳤습니다 — 규모(EP1), 전기요금(EP2), 그리고 물(EP3). 세 편을 관통하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AI 데이터센터의 문제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비용과 혜택의 분배, 그리고 입지와 방식의 선택’ 이라는 것. 그리고 그 모든 판단의 출발점은 늘 ‘정확히 재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물의 갈증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갈증을 ‘어디서, 어떤 물로’ 채울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비 오는 곳의 빗물과 도시의 하수는 다시 쓸 수 있지만, 가뭄 마을의 우물은 한 번 마르면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진단은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부에서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 — ‘해법’으로 넘어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에게 질문 한 번 할 때마다 물 한 잔이 사라지나요?
A.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실제 물 사용량은 AI 모델·냉각 방식·지역·계절에 따라 수십 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무수냉각을 쓰는 시설과 증발냉각을 쓰는 시설은 물 소비가 전혀 다르고, 발전 과정의 간접 물까지 포함하느냐에 따라서도 숫자가 크게 달라집니다. ‘질문 1회=물 ○○㎖’식 단일 숫자는 직관적이지만 오해를 부르기 쉽습니다.
Q. 데이터센터가 물을 쓰면 그 지역 물이 마르는 건가요?
A. ‘쓴다’와 ‘마른다(고갈)’는 구분해야 합니다. 비가 많은 곳에서 강물 일부를 쓰는 것과, 가뭄 지역의 식수원을 증발시켜 없애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핵심은 ‘얼마나’보다 ‘어디서, 어떤 물을’ 쓰느냐입니다. 문제가 된 사례들은 대부분 ‘하필 마른 곳의 식수’를 썼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Q. 그럼 데이터센터는 물을 안 쓸 수 없나요?
A. 줄일 수 있습니다. 식수 대신 하수 처리수(재생수)나 해수를 쓰거나, 물을 거의 쓰지 않는 무수냉각(공랭·폐쇄형 액체냉각)으로 바꾸는 길이 있습니다. 멤피스의 폐수 재활용이 그 예입니다. 답은 ‘짓지 마라’가 아니라 ‘물 부족 지역에는 식수 대신 다른 물을, 그리고 사용량을 공개하라’에 가깝습니다.
결론 — 한 방울의 무게
물은 어디에나 흔한 듯 보이지만, 마른 땅에서는 가장 귀한 것이 됩니다. AI의 갈증을 둘러싼 네 개의 싸움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결국 ‘한 방울의 무게는 장소마다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풍족한 곳의 한 통보다, 가뭄 마을의 한 방울이 더 무겁습니다.
「거대한 전환」 1부는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전환의 현장을 세 청구서로 진단했습니다. 우리는 공포를 팔지 않았고, ‘하지 말자’고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정확히 재고, 구분하고, 해법을 가리켰습니다. 재지 않으면 지킬 수 없고, 구분하지 않으면 공정할 수 없습니다. 다음은, 그 답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함께 읽기
- [거대한 전환 ①] AI가 이사 오는 날 — 데이터센터란 무엇인가
- [거대한 전환 ②] 당신의 전기요금에 AI가 들어왔다 — 비용은 누가 내나
- [거대한 전환 ④] 패권은 어떻게 옮겨가는가 — 석탄에서 전기까지, 그리고 AI
출처
- [1] Tom’s Hardware / Barchart — 미국 계획 AI 데이터센터 809곳 중 약 2/3가 물 스트레스(물 부족) 지역; 2025년 미 AI 데이터센터 물 사용 약 2,640억 갤런 초과, 같은 해 미국 국토 약 63% 가뭄
- [2] Governing / Southern Environmental Law Center — xAI 콜로서스(멤피스) 하루 최대 약 1,300만 갤런(약 4,900만 ℓ); 8,000만 달러 물 재활용 시설(2026년 말 가동 예정, 처리수 약 1,300만 갤런); 콜로서스 2·3호기 식수 사용 전망·메탄 가스터빈 대기오염 논란
- [3] Mongabay / Logic Magazine / Nearshore Americas — 우루과이 구글(카넬로네스) 하루 760만 ℓ=약 5만 5천 명분; 2023년 ‘No es sequía, es saqueo’ 석 달 시위
- [4] Mongabay / Rest of World — 칠레 세리요스 2020년 주민투표(냉각수 169ℓ/초 우려)로 구글 냉각 방식 변경; 킬리쿠라 마이크로소프트 반대
- [5] 라틴아메리카·스페인 보도 — 아마존 아라곤 3개 센터 연 약 75만 5,720㎥ 허가, 2024년 12월 약 48% 증설 신청(기후변화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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