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약은 왜 자꾸 막히나

굽이치는 강 항공샷 — 수도꼭지·흐름 비유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글로벌 협약이 2024년 부산, 2025년 제네바를 거치며 번번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교착의 핵심은 하나예요 —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자(상류)’ vs ‘폐기물 관리·재활용에 집중하자(하류)’의 대립. 누가 무엇을 왜 주장하는지, 공정하게 들여다봅니다.

협상은 어디까지 왔나

2022년 UN 결의로 시작된 협약 협상은 다섯 차례(INC-1~5)를 거쳤습니다. 2024년 말 부산 회의가 타결 목표였지만 실패했고, 2025년 8월 제네바 회의도 합의 없이 정회됐어요. 2026년 2월 회의에서는 협상 텍스트 없이 신임 의장(칠레 훌리오 코르다노)을 뽑는 데 그쳤고, 다음 본협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진짜 쟁점 — ‘수도꼭지’를 잠글 것인가

대립의 본질은 플라스틱 ‘생애주기’의 어디를 규제하느냐입니다. (아래는 각 진영의 ‘주장’이며 옳고 그름의 판정이 아닙니다.)

상류 진영 — ‘생산을 줄여야 한다’. 캐나다·영국·EU와 다수 아프리카·도서국 등 100개국 이상이 모인 ‘고위야심연합’은 플라스틱 원료(1차 폴리머) 생산 감축과 유해 화학물질 규제, 개도국 전환 지원을 요구합니다. 논리는 분명해요 — 생산이 계속 늘면 아무리 치워도 따라잡을 수 없다.

하류 진영 — ‘폐기물만 다루자’. 사우디·러시아·이란 등 산유·석유화학국(2025년엔 미국도 생산 감축 반대로 기운 것으로 보도)은 협약이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맞섭니다. 생산 한도는 협약의 위임 범위를 넘는다는 거죠. ‘협약의 목적은 오염을 끝내는 것이지 플라스틱을 끝내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만장일치(컨센서스)’ 규칙이 소수의 사실상 거부권으로 작동해 다수안을 반복적으로 막았고, 협상장에 화석연료·석유화학 로비스트가 최소 234명(2025년 8월 회의 기준)으로 집계돼 논란이 됐어요.

수도꼭지 비유 — 상류 vs 하류
상류 진영(생산 감축·원료 규제, 100+개국 고위야심연합) vs 하류 진영(폐기물 관리·재활용, 산유·석유화학국).

버려진 그물 — ‘유령어구’ 이야기

협약 못지않게 중요한 게 어업에서 버려진 그물·통발, 곧 ‘유령어구’예요. 흔히 ‘해양 쓰레기의 약 10%’라고 인용되지만 이 수치는 2009년 추정치이고 후속 연구가 ‘과소평가’라고 비판합니다. 외해 환류(GPGP)에서는 무게의 절반 가까이가 어망일 만큼 비중이 커지죠.

버려진 그물은 가라앉은 뒤에도 계속 물고기와 바다거북·돌고래를 잡는 ‘유령어업’을 일으킵니다. 얽힘 피해 가능성은 다른 쓰레기를 합친 것의 약 4배예요. 국제 유령어구 이니셔티브(GGGI)와 어구 표시·회수, 생산자책임(EPR) 같은 대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 ‘작동하는 정책’은 있다

거대한 협약은 막혀 있지만, 작은 정책의 효과는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비닐봉투 금지·부담금을 시행한 지역에서는 해변에서 수거되는 쓰레기 중 봉투 비중이 25~47% 감소했어요(미국 정화 약 4.5만 건 분석). 다만 이는 ‘상대적’ 감소로, 절대량은 여전히 늘고 있습니다(증가 속도만 둔화). 부담금이 전면 금지보다 효과가 컸고요.

작동하는 정책 — 봉투 25~47% 감소
비닐봉투 금지·부담금 시행 지역 해변 봉투 쓰레기 25~47%↓(Papp & Oremus 2025, Science). 배경: 플라스틱 생산은 2040년까지 약 70% 증가 전망(OECD 2024).

자주 묻는 질문

Q. 플라스틱 협약은 무산된 건가요?

무산이 아니라 ‘교착 후 재정비’ 상태입니다. 2026년 현재 신임 의장 아래 협의가 진행 중이고, 다음 본협상 일정은 미정입니다.

Q. 왜 생산 감축이 쟁점인가요?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플라스틱 생산·사용이 2040년까지 약 7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OECD 「2040년 플라스틱 오염 종식 정책 시나리오」, 2024). 폐기물 관리만으로는 늘어나는 생산을 못 따라간다는 게 상류 진영의 논리이고, 산유국은 생산 규제에 반대합니다.

Q.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나요?

봉투 줄이기 등 개인 실천도 의미가 있지만, 효과가 입증된 건 정책(금지·부담금·생산자책임)입니다.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이 되는 것이 큰 힘입니다.

결론 — 닦기 전에, 잠그기

바다를 치우는 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수도꼭지를 열어둔 채 바닥만 닦으면 끝이 없죠. 협약의 교착은 결국 ‘생산이라는 수도꼭지에 손댈 것인가’의 싸움입니다. 그렇다면 ‘청소’ 자체는 어디까지 답이 될 수 있을까요? 마지막 편에서 바다 청소의 빛과 그늘을 따져봅니다.


함께 읽기: ⑤ 바다 청소로 플라스틱을 해결할 수 있을까 · ① ‘태평양 쓰레기 섬’은 없다

참고 자료: UNEP 플라스틱 협약 협상(INC) 정회·신임 의장 선출(2026) · CIEL 협상장 로비스트 분석(최소 234명, 2025.8) · FAO 유령어구(‘10%’는 2009 추정·과소평가 비판) · GGGI(얽힘 피해 약 4배) · Papp & Oremus 2025(비닐봉투 정책 25~47%↓, Science) · OECD 2024 「2040년 플라스틱 오염 종식 정책 시나리오」(생산·사용 2040년 약 70% 증가, 435→736 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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