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Taejae Cho / Pexels
바다·강·호수에 녹아 있는 산소(용존산소)가 수십 년째 조금씩 줄고 있다.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연구진은 이 ‘수중 탈산소화’를 지구의 안정을 재는 9개 ‘행성 경계’에 열 번째로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산소가 줄고 있다는 것 자체는 여러 독립 연구로 확인된 사실이지만, ‘경계로 넣자’는 것은 아직 제안 단계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물의 산소를 어떻게 정확히 재느냐’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있다.
무슨 일이 — 산소를 ‘열 번째 지구 경계’로 넣자는 제안
2026년 6월 30일,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UC 샌디에이고)가 이끈 연구진이 학술지 《Limnology and Oceanography》에 리뷰 논문을 냈다. 핵심 주장은 하나다. 바다·강·호수의 용존산소 감소(‘수중 탈산소화’)를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라는 지구 안전 지표에 새 항목으로 추가하자는 것이다.
주의할 점이 있다. 이 논문은 새로 관측한 데이터가 아니라 수십 년치 연구를 종합한 리뷰이고, 아직 ‘경계값(넘으면 안 되는 문턱)’을 정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 경계를 정할 때 쓸 후보 지표 4개를 제안하는 단계다. 그리고 이 제안을 행성 경계의 공인 주체(스톡홀름 회복력센터 등)가 채택한 것도 아니다. 즉 ‘열 번째 경계 확정’이 아니라 ‘넣자는 제안’이다.
‘행성 경계’가 뭔가 — 지구의 안전선 9개
행성 경계는 2009년 스웨덴 스톡홀름 회복력센터의 요한 로크스트룀 등이 제안한 개념이다. 인류가 지난 1만 년처럼 안정된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안전 작동 공간’을 아홉 가지 지표로 그어둔 것이다. 넘어설수록 급격하고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의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 행성 경계 | 무엇을 재나 | 넘었나(2023) |
|---|---|---|
| ① 기후변화 | 대기 CO₂·온난화 | 초과 |
| ② 생물권 온전성(생물다양성) | 멸종 속도·생태계 기능 | 초과 |
| ③ 생지화학 흐름(질소·인) | 비료·하수발 질소·인 과잉 | 초과 |
| ④ 담수 변화 | 강물·토양수분 교란 | 초과 |
| ⑤ 토지이용 변화 | 숲 등 자연 토지의 전환 | 초과 |
| ⑥ 신물질 | 합성화학물질·플라스틱 | 초과 |
| ⑦ 해양 산성화 | 바닷물의 산성도 | 아직 안전권(경계 근접) |
| ⑧ 대기 에어로졸 | 대기 미세입자 부하 | 아직 안전권 |
| ⑨ 성층권 오존 | 오존층 두께 | 아직 안전권(회복 중) |
2023년 평가에서 9개 중 6개가 이미 안전선을 넘었다(가장 심각한 건 생물다양성과 질소·인). 이번 제안은 여기에 ‘용존산소’를 열 번째로 더하자는 것이다. (※그 이후 갱신에서는 해양 산성화가 7번째 초과로 더해졌다.)

산소가 줄고 있다는 건 진짜인가 — 그렇다
‘경계로 넣자’는 제안과 별개로, 산소 감소라는 현상 자체는 이번 논문 없이도 여러 독립 연구로 탄탄히 확인돼 있다.
| 대상 | 대표 연구 | 핵심 |
|---|---|---|
| 바다 | Schmidtko 등(2017, Nature) | 1960년 이후 해양 산소 약 2% 감소 |
| 바다·연안 | Breitburg 등(2018, Science) | 반세기간 무산소 해역 부피 약 4배 |
| 평가 | IPCC 해양·빙권 특별보고서(2019) | 상층 산소 0.5~3.3% 감소(1970~2010)·중간 신뢰도 |
| 호수 | Jane 등(2021, Nature) | 온대 호수에서 광범위한 산소 감소 |

원인은 셋으로 요약된다. ① 온난화 — 물이 따뜻할수록 산소가 덜 녹는다. ② 성층(層) 강화 — 표층이 먼저 데워져 위아래 물이 안 섞이면 심층에 산소가 안 내려간다. ③ 영양염 오염 — 농사·하수에서 온 질소·인이 조류를 키우고, 그것이 썩으며 산소를 먹어치운다(‘죽음의 해역’).

그런데 왜 ‘따로’ 재자는가 — 산소는 홀로 움직이지 않는다
연구진의 논리는 이렇다. 산소는 거의 모든 물속 생명의 필수 조건이자, 다른 경계들의 ‘원인이자 결과’인 교차점 변수라는 것이다. 산소는 온난화·영양염·생물다양성 어느 항목에도 온전히 들어가지 않으면서, 그것들을 광범위하게 조절(modulate)한다. 예컨대 저산소 상태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를 더 뿜게 하고, 퇴적물에서 인을 풀어놓아 부영양화와 저산소를 스스로 키우는 악순환을 만든다. 그래서 ‘따로 재고, 다른 위협과 함께 봐야 한다’는 게 제안의 뼈대다.
진짜 어려운 건 ‘재는 일’ — 물의 산소를 어떻게 재나
여기서 우리가 짚고 싶은 대목이 있다. ‘산소를 지표로 삼자’는 말은 쉽지만, 물의 산소를 정확히 재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물은 넓고 깊고 흐르며 층이 나뉘어 있어, 한 지점의 값이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다. 아르고(Argo) 부표나 센서로 재도, 수온·염분에 따라 보정해야 하고, 센서에 조류·따개비 같은 생물이 들러붙어 값을 왜곡하는 생물오손(生物汚損, 바이오파울링)과 시간에 따른 값 밀림(드리프트)까지 다스려야 한다. 우리가 「측정이야기」 연작에서 다뤘듯, 같은 물도 언제·어디서·어떻게 재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
바로 그래서 이번 제안이 곧바로 ‘경계값’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용존산소를 지구 경계로 삼으려면 전 지구 담수·연안·외양을 아우르는 표준 관측망과, ‘이 아래로는 위험’이라는 문턱값이 필요한데, 그 자체가 거대한 과학·예산 과제다. 요컨대 이 소식의 절반은 ‘산소가 준다’는 경고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잴 것인가’라는 숙제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한국도 남 일이 아니다. 여름이면 경남 진해만과 남해 연안에 ‘빈산소수괴’(산소가 부족한 바닷물 덩어리)가 생겨 양식장에 피해를 준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해역들을 정기 관측하고, 최근에는 진동만(진해만 서부) 등에서 인공지능으로 발생을 2~3일 전 예보하는 시범 운영까지 하고 있다. 산소를 ‘재는 일’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우리는 이미 연안에서 겪고 있는 셈이다. 강·호수의 녹조와도 얽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바다가 산소를 잃으면 곧 큰일이 나는 건가요?
산소 감소는 실제로 진행 중이지만, 이번 논문은 ‘임박한 재앙’이 아니라 ‘위험 영역에 다가가고 있다’고 신중하게 말합니다. 지역·깊이별 편차가 크고,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열 번째 행성 경계’가 확정된 건가요?
아니요. 연구진의 제안이며, 공인 주체가 채택한 것도, 경계값을 정한 것도 아닙니다.
산소가 준다는 건 이 논문이 처음 밝힌 사실인가요?
아니요. Schmidtko 2017(Nature) 등 여러 독립 연구가 이미 확인했습니다. 이번 논문은 그 연구들을 종합·정리한 리뷰입니다.
물의 산소를 재는 게 왜 어렵나요?
물은 넓고 깊고 흐르며 층이 나뉘어, 한 점의 값이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습니다. 센서 보정·생물오손·표준화 문제도 큽니다.
맺으며 — GaiaBeacon의 시각
정리하면 목소리가 갈린다. 연구진은 산소가 다른 위협을 조절하는 핵심 지표이니 따로 재자고 말한다. 반면 행성 경계 틀 자체에는 “명확한 지구 임계점이 없는 항목에 경계값을 긋는 건 자의적”이라는 학계의 오랜 비판(Montoya 2018, Biermann & Kim 2020 등)도 있고, 이는 ‘산소 추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원저자 측 반박도 있어 논쟁은 진행 중이다.)
우리가 보기엔, 이 소식은 두 가지를 섞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① 산소가 줄고 있다는 현상은 독립 연구로 잘 뒷받침된 사실이고, ② 그것을 ‘지구 경계’로 공인하자는 것은 아직 논쟁 중인 제안이다. 공포로 읽을 일도, 반대로 가볍게 넘길 일도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 관리는 측정에서 시작한다. 재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고, 잘못 재면 잘못 관리한다. 산소를 지구의 안전선으로 삼자는 제안의 진짜 무게는, ‘경보’가 아니라 ‘물을 제대로 재는 일’에 있다. 그 숙제를 우리가 얼마나 착실히 하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소식이다.
더 읽기: 「물을 ‘재는’ 사람들」 · 「측정이야기 — 센서의 시대」 · 「바다가 변한다 — 산성화」 · 「세계 바다, 가장 뜨거운 6월」
출처: Ferrer 등(2026, Limnology & Oceanography, DOI 10.1002/lno.70434, 리뷰·용존산소 행성경계 추가 제안·후보지표 4개) · 스크립스(UCSD) 보도자료(2026-07) · 자매논문 Rose 등(2024, Nature Ecology & Evolution) · 행성경계: Rockström 등(2009)·Richardson 등(2023, Science Advances, 9개 중 6개 초과) · 현상 독립근거: Schmidtko 등(2017, Nature, 1960년 이후 ~2%↓)·Breitburg 등(2018, Science, 무산소부피 ~4배)·IPCC SROCC(2019)·Jane 등(2021, Nature, 호수) · 프레임워크 비판: Montoya 등(2018)·Biermann & Kim(2020) · 한국: 국립수산과학원(진해만·남해 빈산소수괴 관측·AI 예보). (2026-07 기준·일부 수치 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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